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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구판절판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내 친구가,생일 선물로 책을 사주겠다며
갖고 싶었던 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갖고 싶은 책이라..
이병률의 <끌림>이 바로,맨 처음으로 떠올랐다.
이 책은 리뷰로만 봐왔지 잘 알지도 못 했던 책이다.그런데 왜 이 책이 떠올랐을까.
제목처럼 그냥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하양의 깔끔한 표지에,표면은 울퉁불퉁하다.
크기는 내 손바닥을 쫙 펼쳤을 때 가려지는 정도의,생각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였다.
책을 펼쳐 보자.
아..한 장에 걸쳐져 있는 이 예쁜 사진들..
내가 좋아하는,딱 알맞는 채도다.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이 채도를.
카메라를 응시하는 아저씨의 모습과,노랑 벽에 나란히 걸린 저 빨래들..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이 사진은,멕시코 시티의 라임 아저씨.
계속되는 갈증에 연거푸 물을 마셔대는 여행자에게
라임을 얇게 잘라 물통에 넣어서 마셔보라고 했다던,아저씨.
정말로 그 물은 갈증을 없애줄 만큼,물 맛이 좋았다고.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나라,아무것도 아닌 나라-라는 부제가 붙은 인도.
인도의 아이들 사진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은 참 맘에 드는 사진들 중 한 장이다.
하늘색의,조금 많이 낡은 듯한 벽을 배경으로 하고 많은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신기하게도 단 한 명도,웃고 있는 아이가 없다.그럼에도 이 사진은 예쁘다.
전체적으로 사진과 글의 비율이 비슷하게 있는데,(사진이 조금 더 많은 것 같기도)
이 사진처럼 여백이 많은 페이지도 제법 있다.
창문 사진인데 노랑 계열을 좋아하는 나는,어느샌가 또 라임이 떠오르는
이 창문 사진을 찍고 있었다.이 창문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진 게 없어 불행하다고 믿거나 그러지 말자."
이 것은 이렇게 빽빽하게 활자로만 이루어진 페이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그리 많지는 않다.빽빽해도 잘 읽힌다,그의 글은.
가수 이소라가 그랬다.
"한 장을 읽고 그 다음 장을 읽고 아까 봤던 앞장으로 돌아가 내가 읽어낸 게 맞는지
짚어본 다음 조금 전에 읽었던 곳을 또 다시 읽는다.
참고서 보듯이 꼼꼼히 읽게 되는 너의 글이 좋다"고.
나와 똑같다.나도 그랬으니까.
인물 사진이 참 많은데,사람을 찍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이 사진은 내가 참 오래도록 보고 있었던,묘한 분위기의 사진이었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 세상은 끝이고 더 이상 아름다워질 것도 이 땅 위에는 없다'던 시인.
무작정 끌렸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빨리 뒷 장을 읽고 싶으면서도,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 망설이게 되는 마음.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계속 남아서 한 동안 정신을 못 차렸던 책.
여행기를 좋아해서 수 많은 여행책들을 읽었는데,
미안하게도 읽을 때마다 항상 이 책과 비교아닌 비교를 했더랬다.
친구에게 선물을 하면서도 '혼자만 알고 있을 걸 그랬나'하는 못된 생각이 들던,
내가 참 아끼는 책.이 책을 읽고 어떻게 부정적인 리뷰를 쓸 수가 있지?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그만둬버린,나에겐 보물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