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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살짝 욕심이 생겼어>는 '욕심' 에 대한 사소하고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스케치 에세이다. 특유의 그림체로 그려진 조그맣고 몰랑몰랑한 그림들과 짧은 에세이들이 모아져 있어서 부담 없이 읽기 좋고 선물하기도
좋은 책 같다.

작품을 만들 때도 본래 말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것,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을 치워야 합니다. '그것들을
꼼꼼히 치우고, 맛 보여주고 싶은 정수만 퍼올리는 작업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지 않을까?' 라면 가게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27쪽
창작자로서의 가장 큰 욕심은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아닐까? 창작자라
말하기는 조금 멋쩍지만 나도 글을 쓸 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큰데, 그럴 때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점은 '무엇을 써야 하나' 보다는 '무엇을 빼야 하나' 인 것 같다.
보는 이의 입장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혹은 보는 이의 상상에 맡겨야 하는 부분을 앞서
생각하고 취사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라면 가게에서 라면 국물에 올라온
기름을 퍼내는 걸 보고 떠올렸다니! 이 책의 저자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창작자다. 어디서 무얼 보고 있든 거기서 아이디어를 캐치해 내고 싶은 마음은 창작자로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욕심이니까.

"아까도 마셨잖아, 너무
많이 마시면 배 터져!"
아이도 지지 않고 세게 받아칩니다.
"배가 빵 터져서 죽어도 좋아! 그래도 난 바나나 주스 마시고 싶단 말이야!"
아, 저 마음, 이해가
되더군요. '지금만 좋으면 된다'는 감각이 재미있습니다. 남의 집 아이니 그냥 마시라고 하고 싶지만, 만일 내 아이가 저렇게
졸라댄다면 절대 안 된다고 할 거다. 그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79쪽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심의 언어가 너무 순수해서 웃음이 터졌다. 배가
터져도 좋다니. 어른이 된 나도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는 절로 느끼는 감정이다 (체면을 위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일단 지금은 눈 앞에 음식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기분. 내가 아는 그 맛을 또 맛보고 싶은 기분!
그러고보면 어릴 때 유난히 욕심부리던 것들이 한 개씩 있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이게 먹을 것이었던 것 같은데, 세 살 버릇 여덟까지 간다고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요즘에도
나의 요만한 위장 크기를 생각 못하고 홧김에 디저트 여러 개를 시켜버리고는 한다. 그리고는 주문한 것
중 대부분을 남기고, 후회하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디저트 지옥에서 사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좋은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귀여운 그림과 글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나의 욕심'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인간은 생각보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주 많다고 하는데,
나의 욕심을 인지하고 나면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 때 '아, 나 지금 욕심 내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 행동의 폭의 넓어지는 것 같다. 무의식 상태일 때는 한 가지 뿐이던 선택지가 여러 개로 늘어나는 느낌? 예를
들면 디저트를 무의식적으로 이것저것 담다가도 아, 나 또 욕심낸다! 하고
생각하면 몇 개 정도는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건 그 순간에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욕심'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다들 자신의 욕심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귀엽고
편안한 톤으로 욕심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감정이 양면의 동전같은
거지만 욕심은 유난히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모두
욕심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는 잘 살아보고 싶은 욕심, 좀
더 성장하고 있는 욕심 같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스스로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또한 '나'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책 <살짝 욕심이 생겼어>를
읽고 나서 나한테도 욕심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이전 작품도 구매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저자가 말한 '사람들이 살짝 욕심이 생겼을
때 짓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나도 지어보며... 온라인
서점을 켜야겠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