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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ㅣ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사피엔스>는
전 세계적으로 210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아마
나처럼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제목만큼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원작의 내용 자체가 만만히
볼 수 있는 난이도는 아니다 보니 진입장벽이 느껴지는데, 다행히도!!
그래픽노블 버전의 <사피엔스>가 있었다. 오늘 리뷰할 책은 원작 <사피엔스>의 2부-농업혁명
내용을 다루고 있는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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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이 별 볼 일 없는 유인원들은 내가 놓은 덫에 빠지기
전에는 사냥하고 채집하면서 꽤 즐겁게 살았어요. 하지만 이후 나를 통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해야
했죠. 몇천 년 후, 결국 그들은 눈만 뜨면 나를 돌봐야
했어요. 낮이나 밤이나... " - 20쪽
역사시간 때 개념적으로 배우는 농업혁명은 늘 설명이 비교적 짧고 긍정적인 면만 비춰져서 이런 이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원작 <사피엔스>를 읽은 수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밀이
이렇게까지 인간에게 도움이 안 됐다는 것을. 농업을 통해 한 곳에 정착하고 잉여식량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아이를 낳게 되고(즉 먹일 입이
훨씬 늘고) 이전까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던 모든 노동력이 밀 재배에만 사용되게 되었다니... 빽빽하게 모여살게 되면서 전염병이 시작되었다니........ .. 만화
속 밀이 너무 얄미운 얼굴로 얄밉게 굴고 있어서 더 충격이었다. 정말 밀에게도 표정이 있다면 (사실 밀은 아무 잘못 없지만)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아서
뭔가 울컥했다.
농업혁명이 인구수의 증가와 기술의 발달을 가져온 건 결과적으로 사실이지만, 정말 '정착'하는 삶이 우리에게 최선이었을까? 정착하는 삶이 인류종의 발전을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분리하고 억압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알아요? 그들이 오염원이라는 믿음을 다른 모든 사람에게 심어 주는 거예요." - 193쪽
위계질서와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인간은 질병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존재를 혐오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을 이용해서
특정 인간 집단을 혐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들과의 접촉이나 교류가 어떤 종류의 해악을 옮겨온다는 거짓을
믿게함으로써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건 혐오에 대한 아주아주 흔한 변명이다.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사용된다. 어린 아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으로 특정 친구들을 놀리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그런 혐오적인 태도를 어디서
학습했겠는가, 당연히 어른들이다. 어떤 이들은 가난을 혐오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인간 집단 자체를 혐오한다. 그들과 접촉하면 자신에게 어떤 해악이 옮겨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 인간 종이 정말 발전을 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이 꾸준한 방법이 늘 꾸준하게 먹힌다는 사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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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해서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사실
많다) <이기적 유전자>, <종의 기원>, <총,균,쇠> 등등... 나에겐 <사피엔스>도 그랬다. 이 그래픽노블 버전의 장점은 재미있고 쉽게 읽고
나서 책장을 덮으며 '원작도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또 꼭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그래픽노블을
읽고 나서 당당히 '나는 <사피엔스>를 읽어봤다!' 고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뿌듯해질 것이다. 원작이 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훌륭한 각색과 시각적 재미가
더했다는 점에서 정말 뛰어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작 <사피엔스>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분, 그게 아니라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었던 분, 인류학-생물학-사회학 등 인간종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