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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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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 by 이노우에 
마기

✨[최첨단 스마트 시티이자 장애인 친화 도시인 ‘와노쿠니’에 대지진이 벌어지자, 유능한 드론 조종자 다카키는 드론을 이용, 지하에 갇힌 조난자를 구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조난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 장애를 가진 장애인. 제한 시간은 여섯 시간. 과연 이 불가능한 미션을 다카키는 소화해낼 수 있을까?]✨

📖 이노우에 마기 작가님 신작입니다.
이노우에 작가님은 전에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시리즈로 뵌 적이 있습니다.
컨셉이 기막힌 이야기였어요.

🕵️‍♂️ ‘기적’이란 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탐정이,
(기적 외의) 다른 가능성을 전부 추리로 제거함으로써,
‘기적’을 ‘기적’으로 만들어 버리려 하는 내용이었죠.
문체가 상당히 가볍고
라이트노벨처럼 쓰인 것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러나 이노우에 마기 작가님은
대중성 면에서 고전한 적이 있으시기도 합니다. 😅
작가님의 데뷔작이자 메피스토상 수상작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는
(한국에 미번역되어 제가 못 봤지만)
제가 아시는 분의 표현에 의하면
‘무슨 수학 공식을 소설로 보는 것 같았고,
중반에 가서는 못 읽겠다 싶어 덮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어떤가? 🤔

비록 본격추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대중성과 추리를 교묘하게 잘 섞은, 걸작입니다.

🎥 마치 한 편의 90분짜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소설 거의 전체가 관제실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컨테인드 스릴러’ (제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들고요.
이 장르물의 예시로는 베리드, 127시간 등등이 있지요?

<아리아드네>에서는 사건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데,
그 중 제가 마음에 들었던 사건은 이야기 중간에 벌어집니다.

💡 드론에 관련해서 결정적인 장애물이 하나 등장하는데, 이게
단순히 주인공에게 고난을 더해줄 뿐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랑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거든요.
이게 장인의 솜씨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좋았던 부분을 얘기해야 한다면 엔딩을 빼놓을 수 없죠.

🌀 ‘저의 모든 것을 엔딩에 쏟아부었습니다’라는
작가님의 친필 싸인이 책에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엔딩에 한 방이 있었습니다. 큰 한 방이요.
그리고 이 반전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서
이야기 전체의 주제랑 얽히며,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X100배로 만들어 줍니다.

물론 약간 아쉬운 지점이 있긴 합니다.
너무나도 간결한 문체와 스타일이죠. 😅
중간중간에 다카키가 어떤 사건을 맞닥뜨리는데,
분명 2-3페이지 정도 불려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이걸 한 두 문장으로 치고 넘어간다고?
하는 지점이 몇 번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늘어지는 부분이 하나도 없거든요.
과장 안 하고 2시간 만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스피디한 책입니다.

✅ 결론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모든 것이 깔끔 딱 떨어지는 훌륭한 재난 미스터리물입니다.
더불어 소설 플롯 공부를 하시는 예비 작가님들이라면
이 소설을 꼭 읽어보세요.

✍️ 작년도 봤던 <콘클라베>에 이어
플로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 본 리뷰는 협찬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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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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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타임 점프가 돋보이는 독창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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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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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헤르메스> by 야마다 무네키



🔍 [2029년 소행성 충돌 위기를 간신히 피한 인류는 지하 3천 미터에 실험 도시 eCU3를 건설한다. 900명의 참가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10년을 버텨야 하며, 실험 종료 후 거액의 보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실험이 끝나갈 무렵, 239명이 지상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며 반란을 일으키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유명한 야마다 무네키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비록 드라마 작품으로 유명해지신 작가님이지만, ‘마츠코’ 이후로는 SF부터 스릴러까지 가리지 않고 여러 장르를 도전하셨습니다. <헤르메스>의 경우는 SF구요. 참으로 독특하고 신기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줄거리를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싶지만, 리뷰에서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쓰겠습니다. 


이야기 기법 중에 ‘타임 점프’ 기법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어느 분기점 정도 진행하다가 갑자기 ‘10년 후’ 혹은 ‘20년 후’를 때려버리는 기법인데요. 잘 쓰면 독자들이 방대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되지만, 못 쓰면 독자들을 스토리에서 이탈시키는 1등 공신이 되어 버립니다. 최근 이 기법을 잘 활용한 드라마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었죠.


이 ‘잘 활용한 사례’에 <헤르메스>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헤르메스>에는 총 2-3번의 ‘타임 점프’가 있는데요, 이 장치가 등장할 때마다 전개+주요 등장인물들의 구도가 급변합니다. 그러면서 자칫 뻔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 템포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게 됩니다.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들도 금방 아웃되어 버리는 만큼, 이야기 전체에 안전한 인물이 없습니다. 누가 다음에 아웃될지 모르는 긴장감이 이야기 전체에 녹아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리집니다.


<헤르메스>에서 칭찬할 요소는 ‘타임 점프’외에도 많은데요, 소재와 미스터리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최근에 재발간된 <사일로 연대기>처럼, 이 소설에서도 거대한 ‘미스터리 박스’인 헤르메스가 등장합니다. 대체 헤르메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이 왜 지상으로 흘러가길 거부하기 시작할까? 이런 지속적인 미스터리들을 특정 주기마다 계속 까고, 까고, 까주면서 독자들이 그 해답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듭니다.


또 신기하고 좋았던 점. <헤르메스>의 초중반은 ‘소재’에 치중했던 반면, 중후반은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들’ 그리고 그 주변 요소에 집중합니다. ( 특정 사건의 여파, 그 여파에 영향을 받는 인물 등등 ) 이 지점에서 약간 드라마 ‘지옥’의 느낌도 났네요. 좋은 뜻으로요. 덕분에 이야기의 여러 요소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게 아닌, 마지막에 한 지점으로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독성. 가독성은, 최근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뛰어납니다. 앉은 자리서 순식간에 읽어버렸고요, 가끔 복잡한 설정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프로 작가님이 쓰신 만큼 ‘안 헷갈리게’ 정보들을 정렬해주신 덕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은, 깔끔하고 재미있고 정교한 SF 서사시입니다. 신선한 설정의 SF 소설을 만끽하고 싶다면, 강추 드립니다. 

 

+ 그나저나 작가님의 전작인 ‘백년법’은 제가 못 읽어봤는데, 정말 잘 쓴 SF라는 평이 많더라구요. <헤르메스>를 재미있게 읽은 만큼 조만간 이 책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 본 리뷰는 협찬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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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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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리소설을 읽을 때 가장 실망하는 경우는 결말에 ‘한 방’이 없는 경우입니다. ‘아, 그래, 그런 거였어?’ 하고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소설이요. <체육관> 시리즈가 그랬습니다. 뭐가 뭔지 다 알겠고 주인공의 소거법도 참으로 훌륭한데, 너무 교과서적이라 그냥 아쉽습니다. 잘 짜인 디즈니 영화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소설이든 영화든 저는 이야기가 이 두 가지 중 하나이기를 바랍니다. 차라리 충격적이어서 기가 막히던가 (마야 유타카), 아니면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구분이 안 돼서 기가 막히던가. (‘코스믹’), 이 소설은 전자인 경우입니다. 충격을 줍니다.


독자의 정수리에, 직방으로.


<방주>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여기, 방주 같은 시설이 있습니다. 지하에 숨겨진 비밀 벙커 같은 곳이죠. 주인공 일행은 여기 갔다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결국 고립이 됩니다. 갇힌 것도 서러운데,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이 콸콸 차오르기 시작한 거죠. 일주일 안에 어떤 해결책이라도 내놓지 못하면 몰살 엔딩 확정입니다.


다행인 건, 탈출 방법이 하나 있다는 겁니다. 한 명이 용기를 내고 어떤 행동을 하면 문이 열려요. 다만 이 누군가는 무조건 죽습니다. 그것도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천천히 물이 차오르길 기다려야 하는 느리고 끔찍한 익사입니다. 내가 희생하겠다 나서는 사람? 당연히 한 명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착잡한데. 이 상황에서 의문의 살인까지 벌어집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포함한 일행은 곧 같은 생각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죽어 마땅한 인간’이 있다면 바로 그 범인이 아닐까.


과연 일행은 그 안에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만 봐도 매우 흥미로운데, 이 소설의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생각해봅시다. 그래서 범인을 찾는다고 한들, 범인이 순순히 ‘그래, 희생할게’ 하고 따라줄까요? 녀석이 다 같이 죽자 물귀신 작전을 펼치면 어떡하고요? 고문을 한다고 쳐도, 막판에 버티고 안 열어주면 그만 아닙니까? 다시 말해 모두의 목숨은 온전히 범인의 손에 달린 셈입니다. 이보다 아이러니한 설정을 가진 클로즈드 서클, 저는 못 봤습니다.


생각보다 이야기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은 소설입니다. 단점이라기보다 장점입니다. 덕분에 촘촘하고 빨리 읽혀요. 심리묘사도 필수적인 부분만, 인물 묘사도 필요한 만큼만 합니다. 이런 선택과 집중이 이 소설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게, 추리소설 독자들은 작가가 인간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길 바라며 책을 집어 들지는 않잖아요. 철저한 논리 대결과 범인 맞추기, 그리고 반전, 이 맛에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소설은 거기 100퍼센트 집중하는 소설입니다.


미스터리 장르에는 하우던잇 (어케죽였냐), 후던잇 (누가죽였냐), 와이던잇 (왜죽였냐) 이 세 가지가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방주>의 주된 충격은 다름 아닌 와이던잇에서 옵니다. 물론 작가님이 남은 두 가지를 소홀히 하신 건 절대 아닙니다만 단지 그 ‘와이’가 너무 충격이라 다른 부분들은 뭐가 됐던 깡그리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 와이를 알아맞히실 수 있는 독자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마지막 부분을 읽기 전 다시 한번 정독해봤는데, 못 맞췄습니다. 감도 못 잡았어요.


<방주>는 훌륭한 ‘와이던잇’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본 재미있는 클로즈드 서클 물이 <유리관의 살인>이었는데, <방주> 역시 그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것도 더 적은 분량으로요. 둘 다 훌륭한 작품이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고민 없이 <방주>를 뽑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이 소설은 절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상황이 워낙에 원초적이고 극단적이어서 몰입하기도 쉽거든요.


글쎄,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어…. 뭘 하기는 했을까요?


참, 생각도 하기 싫네요.



복도 천장의 형광등이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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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아르테 오리지널 12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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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예전에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를 다시 받은 느낌입니다. 저주 대신 이쪽은 정말 사람 목숨이 걸려 있을 뿐. 훌륭한 콘셉에 깔끔한 이야기입니다. 중후반이 크게 늘어진다는 단점만 없다면 만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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