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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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그렇게말하지않았다 #박강수 #북트리거 #서평 #책추천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박강수. 북트리거. 2026.
_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인용은, 하고자 하는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어느 책에서 이렇게 서술되어 있으니, 믿어도 된다고 강조하려고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 말을 믿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렇게 인용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그 영역에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고, 학식이나 지식, 교양이 많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책의 문장을 인용했다면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해, 있어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인용을 곧잘 활용하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모르는 데 아는 척하는 거, 나 참 잘해.' 이 말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 말인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이젠 이 말을 쓰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과정에서 다분히 오해, 완전,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데 어디선가 누가 그랬다더라, 하고 말을 옮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력, 유명인의 말에 무조건 신뢰, 특히 역사적 인식 앞에서 분노하지만 정작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하거나 공부하지 않는 태도 등.

비록 본의는 아니었겠으나, <무한도전>의 자막과 이를 퍼 나른 기사들은 복합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잘라 내고 단재를 민족주의의 울타리 안에 가둬 버렸다는 데서 폐해가 적잖아 보인다.(35쪽)

미디어의 영향이 이렇게나 크고 무서운 것을 깨닫는다. 예전에 흔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런 건 이렇게 해야 된다. 티비에 나왔어.' 미디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 미디어는 책임을 가져야 하고 또한 소비자 역시도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비단 미디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시점에서,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의 객관적인 사실 확인 및 주체적인 관점과 판단은 무척 중요해질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뫼르소가 생면부지의 아랍인을 쏘아 죽인 알제의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경구지만, 카뮈(1913~1960)가 그 같은 말을 남겼다는 기록은 없다.(186-187쪽)

정치인들의 말 속에 인용이 곧잘 나온다. 마찬가지로 유명인의 지위에 기대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꽤 효과가 있기도 한 것 같고. 하지만 아무 말이나 가져다 쓰다고 될 것이 아닐텐데, 대다수의 대중이나 국민은 이 말이 진짜가 맞는지를 검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정치의 세계에서 드는 국민으로서의 생각, 저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구나. 헌데, 진짜 바보처럼 그들의 말을 검증 없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불쾌해졌다. 이제 어떤 말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들어야하겠다는 마음을 또 한번 먹게 된다.

AI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AI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거짓말을 자주 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해 사람을 현혹시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태도와 관점이다. 어떤 말이 진짜이고 아닌지에 대해 확인하고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인용이 있어서도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됐다. 평소 인용을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억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 인용이 자신이 없기도 해서이다. 가끔 문학 작품 속 구절이나 내용 정도나 인용하게 될까. 그런데, 이때에도 섣불리 대충 알고 있는 것으로 말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는 나의 말이 진짜로 받아들여, 다시 옮겨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갑자기 그 와전의 시작이 내가 될까봐 겁이 났다. 말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덧-
이 책은 참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활용되고 있는 문장을 소개하고 있으면서,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각 인물이나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단순히 잘못이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정확히 알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깊게 파헤쳐 콕 집어 말해주고 있었다. 자칫 잘못만을 지적하게 될 수 있지만, 잘못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대안까지 함께 제공해주고 있어, 책을 읽으며 부적절한 인용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가도 더 꼼꼼하게 내용을 숙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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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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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의과학사 #유임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비주얼 의과학사.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표지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등에 관을 대로 귀로 듣는 행위는 딱, 청진기로 사람 몸속의 소리를 듣는 행위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에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이해가 됐다. 아, 이런 식으로 의과학이 발전해왔던 모습들이 그림에 남아있다는 것이구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의과학의 수준과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과학, 의과학의 어려워도 그림은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지점이 있으니,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쉽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책의 컨셉대로 비주얼, 그림이 동반되어 있어 더 흥미로웠다. 부제에서처럼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의과학의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도 내용을 따라가며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과적 수술 시 소독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사망율이 낮아지게 된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소독약을 시간 맞춰 뿌려지게 했다는 그림 자료는 당시의 장면을 한방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한 상태에서 해석하면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원문인 '경구' 제1장 1절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기회는 빠르게 흘러간다. 실험은 위험하고, 결정은 어렵다. 의사는 자신이 보기에 올바른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환자와 조수와 외적 요소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정리하면 짧은 인생 동안 공부할 의술이 많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권학문의 경구라고 할 수 있다.(26쪽)

'Life is short, Art is long'을 당연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알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이 책이 이 경구에서부터 비롯된 수 있었다는 것도 이해했다. 삶과 의술 간의 관계 속에서 공부하라는 말의 의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때 사용된 'Art'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일 경우, 결국 예술과 의술은 일정부분 겹쳐지는 공통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의 신체를 연구하며 그 신체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가 의학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 이 둘의 영역이 서로 동떨어질 수 없이 같은 결을 가지고 맞물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의과학사 안에서 어떤 획기적인 사건과 발상, 혁명과 발전이 일어났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띄엄띄엄 알고 있었던 상식적인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의과학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온갖 사건들을 한번에 정리해주니, 알고 싶은 부분을 쫓아가 찾아 읽을 수도 있고, 과거에서부터 시간적 흐름에 따라 어떤 과정으로 의학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도 있다. 단순히 그림을 통해 흥미 위주로만 이야기를 나열하지 않고, 각 단계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과학적 연구와 과정까지 자료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이해가 쉽기도 했다.
물론, 현대로 오면 올수록 이런 의술을 다루고 있는 그림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도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특징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당시의 세태나 추구하는 가치관, 특히 의술과 관련한 획기적인 사건이나 상징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꼭 그림을 통해 그 기록을 남겼구나, 싶었는데 현대의 사건들에서는 그런 그림이 함께 제시되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예술적 특징이기도 하겠다고 생각하니, 이 책은 단순히 의과학사를 다루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회화에 대한 특징도 함께 짐작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어떤 학문 분야든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특히 과학, 의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자세와 과정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생을 통틀어 한 가지 연구에 매달리는 경우가 잦고, 자신의 생 안에서 다 끝나지 못하고 그 다음 세대로 넘어가서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일들도 많았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는 일들을 담당하고 있으니 더욱 그 막중한 의무와 무게감을 안고 공부해나갔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이 됐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알아내겠다는 집념이 현재의 의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인 것만은 확실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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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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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노동은누가하는가 #앨리슨데이밍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앨리슨 데이밍거/전경훈 옮김. 한겨레출판. 2026.
_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노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노동 행위의 물리적 시간과 과정으로만 판단된다고 생각했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돌보는 시간, 겉으로 보이는 시간, 누가 무엇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확인 가능한 부분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오늘날의 가족에서 성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 사용과 더불어 정신 사용까지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확장된 가사노동을 사회학이 필요하다.(284쪽)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노동은, 일이란 겉으로 보이는 시간 사용만이 아닌, 정신 사용하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다. 왜 그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냐고,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면서도 당연하게 '노동'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었다. 그래, 노동은 누가 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노동의 불평등이 무엇이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사실은 '머릿속'에 강조점이 있었구나! '인지노동'이란 단어가 그제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표지에 나열되고 있는 노동의 목록들이 결국,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확인할 수도 없는 목록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끊임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지노동'을 쉴새없이 하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됐다.

우리가 가사노동을 이해할 때 비육체적 형태의 노동을 배제한다면, 가정생활에서 나타나는 성별 차이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280쪽)

당연히 책을 읽으며, 나의 경우는 어느쪽인가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책 속 사례들을 살피며 나는 '남성 주도 커플'일까 '여성 주도 커플'일까, 아니면 '균형 커플'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으로, 결혼 생활 20년이 넘은 이 지점에서, 15년 정도는 당연하게도 '여성 주도 커플'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일정 부분 조금씩 그 역할을 넘겨주려 애쓰고 있기는 하다. 여성인 내가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나의 역할을 회피하고 있기도 하고, 이제는 자녀 양육의 일이 많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서의 인지노동을 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더 능률적이다", "더 빠르다, "더 낫다" 같은 표현들이 초인 유형 여성의 식사 계획하기와 아이 돌보미 찾기부터 선물 고르기에 이르는 과업 수행을 정당화했다.(...) 초인 유형 여성의 우월한 인지노동 역량은 그녀의 DNA에 쓰여 있는 예정된 결론이기보다는 여러 해에 걸쳐 계발되고 사회적 힘에 의해 강화된 과정들의 정점으로 보였다.(173-174쪽)

보통 여성이 가정 내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더 잘한다고, 더 효율적으로 빨리 일이 진행된다고, 대부분의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점. 심지어 여전히 아직도 한국사회는, 과거 봉건적인 사고방식의 근간을 완전히 뽑아내지 못하고 집안의 일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지점이 다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주부'라는 단어를 여성과 연결지어서만 사용하는 편견이 단적인 한 예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남성 주도 커플은 단순히 '성별이 뒤바뀐' 여성 주도 커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성 주도 커플은 전통과 변화의 요소들을 뒤섞고 있었고, 대부분은 그들의 비전통적 방식과 세상의 규범 및 구조 사이에서 마찰을 겪었다.(216쪽)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역할 부분의 편견이 얼마나 공고한지 느끼게 된다. 불평등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성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다는 듯이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에 따른 불평등, 성적 차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반드시 50:50의 역할이기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어떤 이유를 설명할 때, '여성이니까'가 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성에 대한 차별을 가사노동을 역할, 특히 인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처음 만났다. 그래서 놀라웠고 또 당황스러웠으며, 나의 기존 생각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제목에 주목하게 됐다. 머릿속 노동, 인지노동. 꼭 기억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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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 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한동일의 삶을 위한 수업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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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로마법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서평 #책추천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2019(개정 2026)
_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법'이라는 가장 오래된 언어로
오늘을 읽고 공동체를 다시 세우다
_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의 소망과 기대는
어떻게 구체적이고 또렷한 현실이 되는가

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법'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로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로마법을 이야기하고, 그 로마법을 통해 다시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 이 책을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에 있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로마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단지 현재 법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로마법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바뀌지 않는 환경과 존재의 태도를 돌아보고, 법을 통해 역사를 인식하고자 함이지요.(222쪽)

우리의 현재가 과거와 이어져있을 수밖에 없고,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끊임없이 과거가 되어가는 현재와 맞물려 역사를 되짚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로마법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그 시작을 알기 위해 딱 적합한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의 역사는 왜이리도 약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을까, 우리의 역사가 불평등에서부터 평등해지기 위한 오랜 시간과 노력의 투쟁일 수밖에 없는 건, 이 또한 역사가 갖고 있는 특징인 것일까. 내내 일정부분은 화가 나고 또 일정부분은 어이가 없고 또 일정부분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로 읽혀 슬폈다.
단적으로 "당신은 자유인입니까, 노예입니까?"라는 질문이 인간을 인위적으로 나누어 구분하겠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에서 씁쓸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성에 따라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고, 지위와 신분으로 나누고, '법'이라는 문서 안에서 사람을 대놓고 차별하고 심지어 인간에 대한 존중마저 남아있지 않았던 모습이,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는 범죄자마저 타고나는 것이라고 접근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의 논리 안에서 어떤 인간들로 사회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일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출산과 관련해서는 지독하게도 국가주의적인 관점으로 계산하고,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매춘을 허용하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가 배워야할 지점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과거 역사의 흐름이, 사회의 상태가 어떠했는가에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의 과거가 우리에게 현재 어떤 면을 시사해줄 수 있는지, 지금 우린 어떤 관점으로 로마법을 바라보고 해석해야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우리의 삶과 연속성을 가지는 과거의 시간은 어디쯤이며, 오늘 내 앞에 닥친 암담한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는 데 옛 사람들의 원칙과 철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로마법 수업은 곧 인간학 수업입니다.(255쪽)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일관된 흐름과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법은 제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법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 과거를 이미 경험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는 그 다음의 대응은 어때야할지, 잘 생각해봐야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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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
김성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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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끝 #김성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시간의 끝. 김성일 장편소설. 한겨레출판. 2026.

무서웠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도 함께 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갔다. 소설 속의 이야기야, 하고 소설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실제와 혼동이 됐다. 때때로 현실로 돌아와 안심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만큼 현실처럼 여겨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아주 허무맹랑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괜히 밤에 읽다가 주변을 둘러보게 됐고, 밤하늘의 달을 찾게 됐다. 파괴된 달, 달의 파편을 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온전하게, 안전하게 떠 있는 달을 보며 한참을 안심했다. 유독 이 소설이 나를 소설 속으로 더 깊게 데려가고 있었다.

형사, 교주, 수학자. 이들의 순환구조를 마지막에 눈치채고, 너무 놀랐다. 1차 시간과 2차 시간 안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게 되는지를 살피며, 소름이 돋았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이들의 운명을 가늠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써야한다는 긴박감이 생겼다. 내가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지점이 있지도 않은데, 이 수학적 계산식 안에서 이들이 어떤 삶의 운명으로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지, 그 운명이 참 모질다는 생각도 했다.

과거와 현재도 미래도 요그 소토스 안에서 하나다.

요그 소토스. 궁금해서 찾아봤다. 크툴루 신화의 우주적 존재(외부신)로, 시공간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시공간을 포함하는 것.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며, '그 문을 아는 자', '관문 그 자체', '열쇠이자 문지기'로 불리며, 과거 현재 미래가 그 안에서 하나로 이어진다고 묘사된다고 한다. <<네크로노미콘>>,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이자 마법의 책, 그 책에 적혀 있는 주술. 그래서 이 주술을 통해 시간은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영과 지호는 이 운영의 소용돌이 안에서 1차, 2차 시간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시간의 끝까지 함께하기로 맹세합니까?"
결월산 교수는 몰골과 달리 침착하고 낭랑한 처음으로 말한다. 수영과 지호는 동시에 대답한다.
"네."
"네."
"이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영과 지호는 서로 꼭 안고 입을 맞춘다. 그때 가슴께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이정래를 찔렀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다.(227쪽)

어쩌면 이 꿈이 두 사람의 운명의 끈을 이어주는 열쇠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이들은 결국 끝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안에서 각 시간은 넘나들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끝의 순간이 오기 전에는 이 모든 것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겠지만, 그 끝의 순간에서 다시 시작되는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끌어나가야한다는 것만은 이들이 모두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이어주는 끈은 결코 끊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이 소설에서 궁금했던 지점은, 그래서 달은 왜 파괴된 것일까였다. 누가 파괴했으며, 파괴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달이 파괴되어 파편으로 하늘에 떠있다는 것은 기존의 달이 하고 있던 역할도 조각된 상태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달을 통해 만들어졌던 하루의 시간 간격이나 한 달의 개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하루의 시간 안에서 결국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 모호해지는 사이에 1차 시간과 2차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그 사이에서의 어지러운 시간 간의 혼선이 자연스레 시간의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을 만들어내는 통로,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의 어그러짐의 시작이 달의 파괴였을 거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그러니, 내내 달에 집착하고 그 달의 형태에 따라 많은 사건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시간과 시간을 넘나들어 다시 시간의 끝으로 수렴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굉장히 잘 짜여진 소설 한 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수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최근 읽은 소설 중 단연, 플롯과 사건 간의 유기적 구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 독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소설이었다. 다 읽은 후 와, 하는 감탄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였다. 읽는 내내 만들어냈던 공포의 분위기와 두려움의 감정, 후반부로 가면서 끌려다니게 되는 높은 강도의 긴장, 다 읽은 후 감탄까지. 한 순간도 쉽게 독자를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싶었다. 덥하고 습한 여름에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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