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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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없는세상의아들들 #고혜경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고혜경 지음. 한겨레출판
_그리스 신화로 읽는 현대 남성 내면의 원형들

신화는 상징이라는 생각을 한다. 신화의 일정 부분은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여 담고자 하는 이야기를 각종 신의 영역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다. 강력한 상징과 은유가 신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신과의 조우와 조화를 꿈꾸게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신들도 결국 인간의 내면과 속성을 확인하기 적절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확연히 구분하지 않고, 일정 부분 그 양극을 넘나드는 요소가 바로 신화를 알아가는 묘미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남성성의 대표인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속에 담긴 여섯 신들을 면모를 들여다보며,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반영되어 남아있는 남성성이 무엇일지도 주의깊게 살펴보게 됐다. 사실은 궁금했다. 어느 정도로 우리는 신화적 사유의 영향을 받고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인류의 원형적 아버지인 제우스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얼마나 절실하면서도 사무치는 단어, 느낌, 이미지인지 새삼 확인한다. 가부장제라는 체제하에서 누구에게나 아버지란 상처와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한없는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생 떠날 수 없는 존재가 아버지인가 보다.(67쪽)

사실 아들을 먹는 장면의 공포와 두려움이 있었다. 아무리 신화적 장치라고 해도 이 장면이 끔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자신의 권력과 생존과 세력을 유지하려는 아버지의 집념과 집착, 즉 아버지라는 무한 권력 앞에서 이미 다른 것은 무의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갈망과 존재적 의미, 그 강력한 뿌리와 근간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우리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 눈에는 언제나 무언가 '찾는 중'이라는 초조가 읽힌다. 집이 있어도 집을 찾고 가족이 있더라도 마음 가족을 찾아 헤맨다. 따뜻하고 안전하며 자신의 결함이나 취약함조차도 받아들여지는 '홈'에 대한 허기를 지상 어디에서, 또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싶다.(91쪽)
평소에는 무엇과도 거리를 두는 아폴론이 살육과 무차별적 파괴가 자행되는 이런 '원시적 전투'에 참여하는 이유는, 아폴론이 싸우는 적들이 바로 그가 혐오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마우스를 싫어하고 무질서를 견디지 못한다. 동공 풀린 눈, 흐느적거리는 몸, 혀가 꼬일 정도의 만취 상태, 욕망으로 뒤엉켜 있는 자들의 끈적거림을 끔찍하게도 싫어한다.(128쪽)

'홈'에 대한 간절함, 집과 가족을 꿈꾸며 또한 정돈되고 질서정연한 사회에 대한 집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추구해나가고자 하는 안정에 대한 갈망이지 않을까.

개인이든 집단이든 우리가 앓는 각종 병리적인 증상들은 억압된 심적 에너지를 의식화하라고 촉구하는 영혼의 호소일 터이다.(30쪽)
올림포스로의 귀환은 헤파이스토스에게 통과 의례다. 세상에서 자신의 바른 자리를 찾으며,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통과 의례의 본래 뜻이다.(116쪽)
그리스는 자신의 세계다. 올림포스는 여섯 여신, 여섯 남신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아폴론은 이 열두 신 중 주요한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 3000여 년 동안 인류는 아폴론은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편향되게 발전해왔다. '몸 없는 머리' 이미지가 아폴론이 시대를 살아낸 우리의 현재라면, 다시 온전한 몸, 땅, 어두움, 그리고 모든 창조의 근원인 혼돈으로 의식의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171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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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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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싫을때읽는책 #금정연 #북트리거 #서평 #책추천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금정연. 북트리거. 2026.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금정연이란 작가는 참 맛난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작가의 몇 권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고, 이 책이 그런 면에서 참 딱이다 싶을 정도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청소년들이 읽을 책, 그것도 <고교 독서평설>에 실릴 글이니 더더욱 갈고 다듬어 정선된 문장으로 글을 쓰고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도 긴 시간을 작가로 살면서 또 글쓰는 이로 살면서 글쓰기 싫을 때를 이야기하지만 역시나 작가는, 글을 쓰고싶어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글과 나누는 밀당을, 마치 글과 연애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글들이지 않을까. 나의 이 책에 대한 한줄평은, '글과의 밀당을 맛있게 하는 책'이다.

야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무서움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서움을 늘 거기에 있다. 하지만 무서움 뒤에는 다른 많은 것도 있다. 어쩌면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건 그게 전부인지도 모른다.(27쪽)

'무서움'이란 단어가 확 와닿았다. 요즘 그런 무서움을 종종 느끼고 있는 중이긴 하다. 작가처럼 글에서도 그렇고 내가 하는 일에서도 그렇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가 하는 일과 말과 글과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하나같이 나도 모르는 사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소름이 돋기도 한다. 과연 이 방향이 옳은 것일까, 맞는 방향을 향해 나는 나의 노력과 힘을 쓰고 있는 것이 맞을까, 안 갈 수 없어 가고 있기는 하나 문득문득 무서움이 순간 나를 멈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나쁜 소식을 말하지 않았네. 나쁜 소식은, 지난 한 달 동안 이것저것 비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느라 정작 밀린 일들은 거의 하지 못했다는 사실. 하지만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으니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이게 바로 내가 돈이 되는 글쓰기를 찾아 영화판과 드라마판을 기웃거리면서도, 여전히 에세이 쓰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젠장, 나는 에세이가 너무 좋다.(206쪽)

작가는 글을 무척 사랑한다. 금방 딱 알 수 있다. 에세이가 너무 좋다는 사랑고백은 했지만 비단 에세이만이 아닌 것 같다. 이 책 안에 수록된 무수히 많은 책들을 보아도 이만큼이나 방대한 독서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단지 돈이 되는 글쓰기를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돈이 안 되는 독서를 이미 꾸준히 그것도 무척 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그 많은 책 중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훨씬 많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작가나 작품의 수준은 이미 벌써 훨씬 전에 넘어섰다. 글이 안 써져서 꺼내 본다는 책들과 그 책들을 곱씹고 있는 작가를 상상해보면, 이미 그 과정이 글을 쓰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무언가 멈추지 않고 계속 책으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써야만 그 모든 것들이 마무리되고 정리되는 것은 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어서. 많은 책을 읽고 싶어 이런저런 책을 본다.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그런데 때론 읽고만 싶어질 때가 있다. 글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너무 귀찮은 것이다. 비단 독서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해내야하는 문서 작업들이 있고 그런 문서를 만들어내는 일들이 지루하고도 지난한 소모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면 과연 이걸 계속 하고있어야하는 게 맞을까 싶다. 내가 뭐하는 거지 싶어지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작가가 꺼내보는 책들은 내 옆에 없지만, 대신 금정연의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이 있으니, 대신 읽으며 다시 글을 써 나가본다. 여기서 글은 꼭 글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언가 각자 해내야 할 일들을 하는 'ㅐ위'를 글로 대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옆에 두고 가끔 읽으며, 다시 글을 써 나가보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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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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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틈새 #이금이 #사계절출판사 #사계절1318문고 #서평 #책추천

슬픔의 틈새. 이금이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6.

어떤 삶이든 슬픔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슬픔을 밑바탕에 두고 그 다음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해방 전후의 사할린 역시 슬픔을 전제하지 않고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 할 수 없고, 그런 슬픔의 삶과 시간 그 사이, 즉 틈새에 사랑이 비집고 들어와 슬픔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슬픔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우리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우리 역사의 무게이고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의 무게인 것이다.
사할린. 그동안 대략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그들의 삶이 어떤 굴곡 속에 놓여있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려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이 어떤 끝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한평생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와 역사의 문제 안에 놓여 개인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단옥의 삶을 통해, 그들에게 어떤 삶만이 허락될 수 있었는지, 어떤 삶을 살도록 강요받았던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왜 강제로 어느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 국적이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무국적자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그토록 자신의 뿌리, 고향의 공간으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기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을 한평생 갈 수 없었다는, '억류'라는 단어 안에서 이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지금 우리가 감히 함부로 이렇고 저렇다고 판단하여 결론내리면 안 되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숨어 있는 이야기를 우리는 기꺼이 끄집어내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꺼삐딴 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당시를 살아내야만 했던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 소련, 미국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운명과 정세의 변화에 대책없이 무방비상태로 놓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솔직히 짐작도 쉽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이인국 박사와 단옥의 삶이 같은 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자신의 삶을 개인적으로 감당하며 되는 상황이 될 수 없었다는 것, 세상과 세계의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일정 부분 혹은 그 이상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자유 의지로 판단 혹은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바로, 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로서 접근해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몫, 우린 우리의 삶을 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안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는 기억해야 하고 또 그 기억이 바탕이 되어 그 다음의 삶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 잘 살아내려고 노력 중이라면, 지금의 이 모든 삶의 이야기를 잘 확인하고 아는 것이 시작인 것이다. 이들의 삶이 곧 우리 삶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가만히 단옥의 삶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게 된다. 만약 단옥이 그런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처럼 살아낼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길고도 고단한, 굴곡 많은 삶을 잘 살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가족이 있어서, 친구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 모든 순간에 대한 진심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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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오늘의 청소년 문학 47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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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우리의비밀과외 #이민항 #다른출판사 #서평 #책추천

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이민항 소설. 다른출판사. 2026.
_말이 금지된 시대의 시인과 소녀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지 않을까. 아마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우리의 시인이 바로 윤동주. 윤동주를 빼놓고 우리의 시인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시인이 윤동주일 것이다. 그 시대를 지나오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살았을, 우리의 말과 우리의 시를 사랑했던 시인 윤동주. 그런 시인이 대한 이야기라면 무조건 솔깃하게 된다. 아마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시대를 살았고 또 살아가고 또 살아갈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생각일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윤동주가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 시대 시인을 만났던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소녀가 사랑했던 우리 말과 우리 시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윤동주 시인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시인의 삶과 정서, 가치관과 정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인의 영향이 당시 어린 소녀에게도 얼마나 크게 다가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 지금의 우리가 시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밀려오는 감정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녀에게도 어떤 느낌으로 시인이 다가왔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리고 그런 시인의 시를 만날 수도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시인의 시가 이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과 생각, 그리고 그런 시인이 사랑했던 시. 그 시 속에 담겨있는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시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소녀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드러나고 있으므로, 더욱 시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또 그런 시인의 시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시가 단순히 사람의 머릿속 생각만 가지고 책상 앞에서 탄생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시인이 가졌을 시에 대한 태도와 한 순간 한 순간의 삶과 시간이 쌓여 자연스레 시가 되었을 테니, 그런 시간을 따라가보고 짐작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시를 만나는 순간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시로 들여다보는 경험은 또 다른 문학을 접하는 즐거움이 됐다. 시 따로 소설 따로가 아니라 시와 소설이 어우러지면 두 장르가 갖고 있는 맛을 한껏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두 장르를 접목시켜 독자들에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구나 싶었고, 이 느낌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도록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소설 속 시인이 시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 시를 어떻게 쓰면 좋은지, 주변을 어떻게 관찰하고 느낌을 표현하면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적용시켜 함께 시를 써보는 활동으로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시 창작 수업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그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에 한 발짝 가깝게 갈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이를테면, '빗대어 표현하는 법'의 이야기를 따라해보도록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기분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 시대를, 그리고 시인을 떠올리면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감정을 늘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과거와 역사 안에서 지금 우리의 삶이 영위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고 또 그 이야기를 우리가 계속 함으로써 지금의 우리 삶도 가능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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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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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네주시노 #열린책들 #출력물서평단 #서평

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26.

뭐라고 말해야할까. 일차적인 감정으로 모든 설명을 한다면 한도끝도 없이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말들을 모으고 모아 쏟아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도끝도없이 이 불쾌하고도 기분 나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토해내듯 말해도 개운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말들까지 모두 총동원하여 소리를 질러서 개운해지지 않을 불편하면서도 언짢아지는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목조목 따져 어디에 물어야할지 감도 안 올 정도이다. 이런 기분을 쉽게 거둘 수 없을 정도, 오히려 고통스러울 정도다.
부당한 힘에 의해 어쩌지 못했던 공포를, 그럼에도 이렇게 꾹꾹 눌러 펼쳐 서술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것을 이토록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힘을 갖고 있지 않고는 도저히 쉽게 해낼 수 없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 이야기를 풀어냈을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어느 한 순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암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것이고, 또한 그런 시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마음이 담보되어야만 글로 형성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쉽게 읽힐 수가 없는 것이. 도저히 내 마음대로 훅훅 이 이야기를 읽어내면서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책으로 엮여있는 한 권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덩어리'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출력물로 된 이야기를 턱, 올려놓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물성의 느낌 또한 이 책이 전하고 있는 무게감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 장 한 장의 소중히 넘기게 되고 또한 무겁고도 묵직하게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표면적 이유라고나 할까. 이 종이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무게에서 벗어나려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무게감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오히려 독자인 나보다도 더 객관화된 기록을 향한 놀라울 정도로의 다방면에서의 분석과 설명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정교하고도 날카롭게 이와 관련한 모든 관련 사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글로서 남겨두겠다는, 어쩌면 일반적인 사회의 잣대가 법으로 다할 수 없는 처벌을 이런 글을 통해 그 남은 것 하나까지도 모두 처벌해 주겠다는 마음의 발동인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감정을 완전 배제한 것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의 집요함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불편함과 불쾌함을 모르고 산다고 이 사회에 이런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우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이야기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고개를 돌려 피하려하지 말고 인상을 쓰더라도 고개 똑바로 들고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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