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육아 번역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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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육아번역기 #임현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한영 육아 번역기. 임현주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두 세계 사이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솔직히, 제목보다 부제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육아를 해봤지만, 육아란 실제 두세계 그 이상의 다채로운 세계가 만나 이루어지는 전인류 문화적 집합체이지 않을까, 혼자 감히 생각해본다. 단순히 엄마 아빠를 넘어서 그 부모와 주변 친인척, 그리고 지인과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까지. 육아의 손길은 끝도없이 이어지는 연결고리 안에서 얼마나 그 균형점을 잘 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느냐에 있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새로운 세상과 만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육아이고,그런 시간이 쌓이며 서로 다르고 불분명하다고 생각됐던 흐름이 비로소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게 되는 것이다. 일종에, 타협 내지는 적응. 그러면서 누그러지고 깨닫고 또 고민하고 한발 물러서는, 이 세상의 이치를 부모는 아이 덕분에 제대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고. 하지만 이 과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흥미롭기도 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신기한 부분이다.
물론, 같은 환경과 유사한 사회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그 간극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우리가 보통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을 하나의 세계라고 지칭한다고 생각했을 때, 누구나 서로 다른 삶을 최소 20년 이상 살아낸 후의 만남은 당연히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수준의 낯설고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함께 살아낸 가족도 그 속내를 다 알 수 없는 법인데, 전혀 함께하지 않았던 이외의 만남은 오죽할까. 하지만 이 책의 가정은 진짜 말 그대로 세계와 세계가 만난 것이다. 한국과 영국. 정말 세계와 세계의 만남이고 두 세계 사이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니 이 두 세계가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

"이게 영국이지."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은 그에게 자유로운 멋이 느껴졌다. 아마 누구도 그에게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평가하지 않는 말.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려일 테다.(27쪽)
다니엘다운 말이었다. 불안의 고리 앞에서 이 때의 다짐을 다시 떠올렬본다. 원한다면 도전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기. 게 우리의 역할을 테다.(81쪽)

이 책을 천천히 읽다보면 느낌이 온다. 이들의 두 세계가 사실은 어느 순간 하나의 세계로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이들이 보이는 가장 중요한 장점이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다르지만 서로의 생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 다른 부분을 오히려 존중하고 서로의 다른 점을 오히려 흥미롭게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다른 두 세계가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육아가 분명 쉽지 않을 것이고 매 순간순간 문득문득, 육아의 고달픔과 힘듦에 지칠 수밖에 없을텐데도, 이들 부분에 대한 느낌은, 선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서로에게 쉽게 화낼 줄 모를 것이고, 그러면서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고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다른 국적의 사람과 결혼한다는 건 내가 속한 세계가 하나 더 생기는 일이었다.(136쪽)

나의 세계에 다른 세계 하나를 더 보태는 일.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의 세계 하나 감당하기도 벅찰 때가 많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른 세계가 생겼다는 것에 이들은 무척 긍정적이다.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아니라,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세계를 만난 것에 대한 기쁨. 그 기쁨을 고스란히 이들은 서로에게 서로의 가족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쏟고 있는 중인 것이다.

육아가 분명 매운 맛일텐데, 이토록 순한 맛으로 그려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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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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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맞춤법때문에전화했습니다 #이현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이현영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20년 쯤 전에 국립국어원에서 진행하는 연수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한창 관련해서 궁금한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커서 매번 서울로 찾아가 연수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이후로도 자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사용하고 활용한다. 나의 사랑, 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전이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바로가기까지 만들어 놨다. 온라인 가나다 검색도 종종하고 예전에는 전화를 걸어 질문한 적도 있다.

한 중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우리말365 이용해보기' 체험을 수업 내용으로 다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현실이었다.(181쪽)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창구라는 걸 안다면, 그러지 말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카톡에 우리말 365를 추가했다. 하지만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챗봇이 답해주는 거겠지. 실제로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심하게 된다. 나의 섣부른 질문이 누군가를 수고롭게 한다면 최대한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최대한 온라인 가나다의 답변을 검색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답변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누적 데이터가 이래서 중요하다. 답변에 대한 추가 및 수정을 하신다니 더 신뢰가 간다.

하루 평균 70~80건의 질문에 답하고 다른 사람의 답변까지 검토하는 일을 반복하며 자연스레 사전을 가까이하는 습관이 생겼다. 모든 규정을 머릿속에 다 외워 두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어사전의 양은 방대하고, 새로 생기는 단어가 늘어나는 만큼 사전의 세계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12-13쪽)

자주 맞춤법을 물어온다.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대학에서 몇 년 공부하고 직장에서 활용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 더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그럴 때를 위해, 그리고 나도 궁금해서 못 견딜 때를 위해 사전을 찾는다. 나의 지론, 사전에는 웬만한 정보는 모두 담겨 있다! 사전만 잘 찾아도 궁금한 부분이 해소된다고 늘 강조하는 입장이므로 사전 먼저 확인. 그리고 대부분 해결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직관이라는 게 딱히 근거가 없는 듯해 보여도 어떤 표현을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낄 때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걸 나중에라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언어 직관이 신비롭다.(45쪽)

동감이다. 말을 쓰고 내내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뭔가 이상한데, 잘못된 것 같은데, 어색하고 글자를 써봐도 보기에 불편한데, 싶을 때 사전을 찾으면 어김없이 잘못 쓴 경우다. 직관이라는 신비함, 완전 인정이다.

그러나 국어원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시험 문제의 정답은 말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의 현장은 교실이고, 정답을 판단할 권한은 출제자인 선생님에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안내한다. "(...) 만약 학교 시험 문제에 해당한다면 교과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직접 문의해 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57-58쪽)

나도 지금까지 국립국어원의 모든 답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립국어원이니까. 우리나라의 언어를 관장하는 최고의 기관이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언어에 대한 의문은 모두 해소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구나 싶다. 해소될 수 없는 지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논의하고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답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한번 정해진 것에 대해 다시 논의하며 판단의 변화가 필요하면 숙고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변화의 답을 내놓는다는 것도 잘 알게 됐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언어가 자주 바뀌어 잘 신경쓰지 않는다면 잘못된 말을 계속 사용하게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너무 맛있다'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개맛있다'고 표현해야 그 잡채덮밥이 얼마나 나를 화나게 할 만큼 맛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잡채덮밥이 개맛있네요"라고 했다. 다소 격정적인 표현에 다른 음식을 먹던 동료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접두사 '개-'와 같은 표현은 규범의 잣대로는 오답일지 모르나, 사람들의 언어 속에서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렬한 생동감을 발휘한다. 규범의 울타리를 지키는 연구원들에게도 때로는 이런 투박한 수식어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140-141쪽)

직업병이 확실하다. 이 부분이 불편한 걸 보면. 이유는, 대부분은 이런 경우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라는 접두사는 난발하고 또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용도로, 자신의 과시나 언어로 과격함을 보이려고 할 때도 곧잘 사용한다. 실제가 그렇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귀에는 늘 '개-'가 무척 거슬린다. 쓰지 못하도록 하고 적절한 사용이 아님을 종종 이야기해준다. 특히 상대를 지목하여 사용하게 될 경우, 감정이 상하거나 싸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 나 안 본 지 두 달 다 돼 감"(113쪽)

이건 꼭 써먹어봐야지 했다. 우리의 띄어쓰기가 이 정도라는 걸 확인시켜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말, 참 대단하다 감탄도 하게 됐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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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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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김민서 #창비 #선생님북클럽 #서평

호구. 김민서 장편소설. 창비. 2026.

'호구'의 동음이의어는 6개나 된다. 또 여러 뜻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뜻이 있다.

호구4(虎口) <2>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단어는 "<1>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을 이르는 말. <3> [체육] 바둑에서,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의 다른 뜻도 갖고 있다. 결국 호랑이의 입 속에 들어가 있는 형세라는 거다. 어쩌지 못하고 힘에 눌려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 듣기만해도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 되고 싶은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 책에서도 분명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지칭할 것 같았고, 그와 관련한 호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었고, 읽다보면 결국 힘의 논리에 당하게 되는 이의 모습을 지켜봐야하는데, 그런 과정이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이 그 대상이 된다면 더욱, 학교가 그런 공간이 된다면 더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으니까.

"돈 달라 하면 돈도 줄걸? 호구 새끼."
호구. 그래, 그 말이 맞다. 나는 싫은 소리 한 번 못 하는 호구 새끼다.(14쪽)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호구. 주인공 윤수는 자기 스스로를 호구라고 지칭했다. 스스로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제부터 이 윤수의 이야기는 내내 불편해지겠구나 싶었다.

"바둑판에는 더도 덜도 말고 따악 삼백예순하나의 자리가 있다. 근디 고 자리 하나 먹으려는 놈은 요래 많이."
할아버지 말소리가 나직하다.(...)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일어나도 앉아도 작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든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올려다본다. 할아버지는 항상 아래에 있으니까. 희끄무레한 할아버지는 짓눌리기만 한다. 짓눌려서 호구 속에 있다.(...)
"착하지 말어라, 윤수야."
나는 말을 잃는다.
"싹바가지 없게 살어라."(69쪽)

할아버지가 평생을 보아왔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할아버지가 올려다본 세상이 어쩌면 그대로 윤수를 내리누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해주었던 말이지 않을까. 이 세상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윤수가 더 이상 그 세상으로부터 눌리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 윤수를 지키기 위한 할아버지의 가장 나직하면서도 단단한 말이지 않았을까.
착하지 말라는, 싹바가지 없게 살라는 말이 내내 남는다. 나의 올해 목표가 착해지는 거였는데, 그럼 나도 착해지다보면 호구가 될 수 있다는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윤수처럼 나도 어딘가 찢어지고 뭉개져서 피를 철철 흘리고 돌아오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 멈칫하게 됐다.

"윤수야...... 무리하여 못되게 살지 않어도 된다. 일부러 착하게 살 필요도 읎다...... 행복한 놈이 되어라."(169쪽)

행복. 과연 뭘까. 무엇이 행복일까. 행복을 추구하는 건 어느 누구에게나 공통의 삶의 목표이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이 행복이란 것이 무척 추상적인 개념이다. 행복을 어느 것 하나로 딱 규정지어 말할 수도 없고 그림이나 형상으로 그려 나타낼 수도 없다. 그러니 각자가 갖고 있는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또 모양새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목표라는 거다. 그래서 아마 윤수가 생각하는 행복과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행복,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이 다 다를 것이다.
각자가 자신이 얻고싶은 것을 얻으며,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한 지점까지 달려가며 어떤 모습의 삶이 행복이란 기준에 충족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가늠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이쯤에서 행복한가, 어디까지 가야 그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까, 행복을 위해 지금 어디까지 얼마큼이나 살아내야 할 것인가 등등. 단순히 행복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너무도 많은 생각이 복잡하고도 어지럽게 주변을 맴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윤수처럼.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그 말에 나는 얼마 전 져 버린 할아버지 인생을 떠올리고, 진즉에 져 버린 할머니 인생도 떠올리고, 당하기만 하는 우리 엄마 인생과 내 인생까지 떠올리곤 답한다.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207쪽)

그럼에도 윤수가, 온이가, 그리고 권이철과 권이수가 각자의 삶과 기준에서 행복한 지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마가 옆집 아줌마도, 그리고 선생님도. 여전히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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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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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출근합니다 #황금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숲으로 출근합니다. 황금비. 한겨레출판. 2026.
_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이미 제목부터가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숲으로 출근한다니. 그 자체로도 얼마나 부러운지. 매일을 숲에서, 식물과 함께, 나무 의사로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물론 뭐든 직업이 되는 순간 즐거울 수 없고 좋았던 것마저도 싫어진다고들 하지만, 안 가본 길이 아름답다고,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저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할 뿐이다. 수목원에서 온갖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삶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매일 많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삶을 살다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무조건 호감이다.

늦가을 수목원을 산책할 때면 통통해지기 시작하는 목련 꽃눈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한다. 내년에 모든 꽃눈이 벌어져 화려한 꽃을 피우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감이 차곡차곡 쌓인다.(16쪽)

그 꽃눈이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을 지나 봄이 막 되려는 때에 슬며시 벌어질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목련은 이제 막 벌어지기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나중에 정원을 꾸미고 살 수 있게 될 때 내 정원에 들여놓고 싶은 나무다. 꽃만이 먼저 커다랗게 달려있다 목련꽃이 다 진 후 커다란 잎을 매다는 것도 매력이다. 매번 목련은 볼 봄을 기다리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정원수로 심어 길렀다. 오래 피는 꽃은 왕을 향한 중심을, 매끈한 줄기는 청렴결백함을 상징한다고 해 오래된 서원이나 향교에서는 300~500년 된 배롱나무 고목을 찾아볼 수 있다. 강릉의 오죽헌, 안동의 병산서원, 서천의 문헌서원 등이 대표적이다.(128쪽)

안동의 병산서원 배롱나무를 직접 본 기억이 난다. 그저 오랜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병산서원과 한몸인 양 그 자체로도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배롱나무를 알게 된 건 예전 근무지에 심어져 있던 아주 작은 나무를 발견하고부터였다. 신기하게도 한번 꽃이 피더니 여름 내내 피어있다가 조금씩 더운 기운이 사라질 때쯤 꽃이 떨어졌다. 어쩜 이리도 오랫동안 꽃이 매달려 있을까 싶었는데, 그 나무가 배롱나무였다. 누군가가 나무 백일홍이라고 일러주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배롱나무도 나의 정원에 들일 나무 목록에 포함되었다.

동백나무는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 그래도 괜찮다. 동백꽃은 대표적인 조매화이기 때문이다. 동박새, 직박구리 등 한겨울 먹이가 부족한 새들은 동백꽃은 꿀을 빨아 먹고 꽃가루를 옮긴다.(218쪽)

동백꽃은 두말이 필요 없다. 지금까지 본 빨간색 중 가장 예쁜 빨간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고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꽃이란 생각에 경건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겨울 새들에게 먹이를 나눠준다니, 얼마나 고맙고도 아름다운지. 베풀고 나눌 줄 아는 마음과 진리는 역시 자연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번 느낀다. 우리 사회를 다시금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혜는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주에서 후박나무 400그루의 껍질이 벗겨졌다는 뉴스를 보고, 그 조경업자가 실제로 후박나무를 제대로 알고 껍질을 벗긴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 주변의 존재가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주변의 존재에게 마치 자신을 대하듯 다정하게 구는 사람이라면 나무 400그루의 껍질을 무자비하게 벗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64-66쪽)

충격적이면서도 끔찍하단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400그루의 껍질을 벗기면 단 한번도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못했을까 싶었다. 만약 나무가 아니고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의 엽기적인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연이 인간과 다르다는 인식, 여전히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오만이 불러온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인간의 잔인함이 무섭다.

천리포수목원으로 숲해설 들으러 가고 싶어졌다. 어느 계절이어도 다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계절에 한 번씩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역시, 나무의사의 삶이 부럽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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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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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나쁜무리 #예소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소설집. 한겨레출판 2026.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예소연이란 소설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도 분명하고 각 작품들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맥락과 요소가 독자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성있는 전개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런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어느 소설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고, 그래서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도록 만들어주었다. 흥미로우면서도 단단하게 만들어져가는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가득했다.

"네가 뭔가를 보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정말 내가 그걸 볼 수 있어?"
"마임? 그럼 볼 수 있지."
"그게 보이지 않더라도?"
"응."
"실체가 있는 것처럼?"
"실체가 있는 것처럼."(33쪽_'추운 뺨에 더운 손' 중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그래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과연 어느 쪽이 맞고 혹은 맞지 않을까의 구분이 과연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인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사이의 균형과 실체를 어느 정도에서 맞추고 또 찾을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고, 이 문제는 각자의 삶에 대한 자세와 충실도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또한 믿음의 어느 한 지점을 향해, 그리고 그 향하고 있다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절연한 부모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중일에게는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이 이상한 평화를 깨트릴만한 용기가 없었다. 이토록 허무하게 살아내는 삶. 그게 이 중일이 정의 내린 이상한 평화였다.(45쪽_'작은 별' 중)

사람은 결국 자신의 행위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짜 아무 일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어쩌면 더 아무 일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체념과 포기가 어쩌면 또 다른 평화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 마음의 공허한 상태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자신을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중 1이요?'(51쪽)의 이중일에게는 있어 2는 무엇이고 그 중 1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동이 트고 있었다. 어제부터 오늘이야말로 낮이 오는 줄 모르고 밤이 오는 줄 모르게 살았다. 정말 사는 것 같았다. 모아는 그렇게 살아 있음을 감각하며 속삭이는 일은 정말로 사람을 살리는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시내는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178쪽_'소란한 속삭임' 중)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결국 살아내기 위한 속삭임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내막들이 하나같이 치열하고도 진지한 그들의 삶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럼에도 각자의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와 함께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아팠던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또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로 바뀌게 되었다. 이들이 이 신기한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런 경험을 통해 다시 살아내고 위한 방법을 절실하게 찾아나갔던 것이란 생각에 짠했다.

이 소설집은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었다. 이 소설집 속의 인물들을 만난 것이 참 좋았다. 그래서 이들이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다시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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