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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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왜실패하는가 #이창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이창곤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어떤 기관이든 단체든, 그리고 국가든. 정책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 정책이 실효성이 있든 발전적 방향성을 지니고 있든 그렇지 않든, 그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 물론 긍정적이고 건강한, 가치있는 정책들도 많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정책을 위한 정책도 상당하단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다 그만한 목적과 이익이 숨어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정책이 진짜 정책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것인데, 과연 우리 사회는 그런 검증 시스템 또한 잘 갖춰져 있는 것이 맞나, 하는 데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동안의 저출산 정책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아이를 낳으면 보상하겠다"는 논리 아래 현금 지원과 출산 장려금, 각종 바우처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금세 한계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단지 보상을 받기 위해 아이의 생애를 거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49쪽)

그러니까 말이다. 생각이 짧은 나도 단순히 얼만큼의 보상을 받으려고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정책이 정책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려면 충분한 숙고와 시장 경제,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인식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일정 부분 정치적인 목적을 밑바탕이 깔고 이루어지는 정책이 많다는 생각이 강하고, 그런 생각이 결국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면도 없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출산 관련 정책은, 단순히 달콤한 사탕 준다고 꼬시는 수준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정책은 결코 여의도의 회의실이나 정부세종청사의 책상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은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싹터 시민의 뜨거운 열망을 먹고 자라며, 주권자의 단호한 의지를 통해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330쪽)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설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때가 많으므로,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는 왜, 당연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당연히 정책이 일부 몇 명의 머리에서만 나와서 해결될 수만은 없다. 당연히 좋은 정책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집단과 단체, 그리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만들어나가야 할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지점이 쉽게 이어지기도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데, 우린 또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을 보호하고 그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그것이 정부의 시작이자 끝이다.(...) 즉,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무한한 의무를 지며, 국민은 그러한 국가를 만들고 감시할 권리를 갖는다.(141-142쪽)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한 일들을 우선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를 믿고 지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국가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과 방향이 적절한지 알아야한다, 국민이. 잘 알아야 잘 싸울 수도 있고 잘 받아들일 수도 있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 책에 잔뜩 담겨있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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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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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주문 #이다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지음. 한겨레출판. 2019(개정증보판 2026)
_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표지 그림 속 지하철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의 주인들은 모두, 일하는 여자들이겠지. 그리고 <출근길의 주문>이니 출근하는 길의 지하철 안의 모습일 것이다. 손잡이를 꼭 잡고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흔들려 넘어지지 않도록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고 있을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나는, 어떤 주문을 외우며 아침 출근길을 나서고 있있나.

일은 내가 아니다.(명함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일보다 내가 중요하다.(내가 나 자신을 싫어하더라도)
나는 사장이 아니다.(사장이었으면)
언제든 때려치울 수 있다.(아마도)
대출금과 할부금 잔액 리멤버.(신이시여 제게 로또 1등 세 번!)
-출근길의 주문(143쪽)

솔직히, 나는 내 일이 좋다. 출근이 싫고 귀찮고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게 느껴질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나의 출근길이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워 매번 한숨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출근하지는 않는다. 출근을 해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일들도 썩 나쁘지 않고 말이다.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나름 나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고도 한다, 긍정적으로. 그래서일까, 나의 출근길의 주문은 저자의 출근길의 주문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주문이기도 하다.

'돈 받은 만큼만 하자,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는 말자.(근데, 남들이 안 쓰러지는 게 이상하다고)
오늘의 해야할 일 목록을 우선순위별로 잘 정리해 클리어하자.(메모, 메모! 출근하자마자 메모부터!)
귀를 닫고 입도 닫자. 다른 이의 말에 즉각적인 반응을 피하자.(충분히 생각하고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놓아야지)
나에게서 선한 영향력이 다른 이들에게 닿도록 하자.(남들도 선하다고 인정해 준다면)
멋진 내가 되자.(예쁜 것도 좋지만 멋지다고 해주면 뭔가 근사해진 느낌이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동안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여자'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더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를 나누고, 성별에 따른 일에서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하나 싶었다.물론,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내에서 남자 직장인의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 않을 때가 분명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모습이 꼭 남자여서면 나타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종종 여자 직장인에게서도 유사한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나의 경우는 성에 따른 구분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의 구분이 더 맞지 않을까, 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건 나의 직장이 갖는 특수성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의 책 속 여자 직장인들의 생활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다행인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생활이 만만하다거나, 혹은 마음에 든다거나, 내지는 내가 원하는대로 모두 이루어져서 마음이 평온하다거나, 하지는 않다. 나에게 슬프고 화나고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이 많다. 다만 그런 일들을 행복하고 즐겁고 의미있고 뿌듯한 일들로 상쇄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은 술을 한 달에 세 번 이상 마시지 않는다. 사실 아예 안 마시는 때가 훨씬 많다. 부정적인 인간 관계는 가능한 한 줄이거나 끊는다. 수면 시간은 하루 최저 여섯 시간은 확보한다. 나라는 인간의 최저한도를 지킬 수 있는 몇 가지 생활 습관이 나에게도 있다.
-남의 인생은 순탄해 보인다(180쪽)

이런 생활 습관을 나도 정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최저한도. 나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나 자신의 최면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까. 어쩌면 이 책 전체가 자기 자신을 잘 지켜내기위한 정성과 노력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존재적 의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나'로 서기 위한 하나하나의 다짐이지 않을까. 이런 다짐들을 스스로 쌓아올리며, 흔들릴 수도 있을 자기 자신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나도 이런 글을 차근차근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차분히 나 자신을 정리하고 보듬으며, 단단하게 지켜내기 위한 글을 쌓아올릴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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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입은 후드 티, 오늘 먹은 급식은 누가 만들었을까? - 돌봄 노동부터 플랫폼 노동까지, 일상 속 숨은 노동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안미란 지음, 정진희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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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입은후드티오늘먹은급식은누가만들었을까 #안미란 #정진희 #우리학교 #서평

어제 입은 후드 티, 오늘 먹은 급식은 누가 만들었을까?. 글 안미란/그림 정진희. 우리학교. 2026.

올해, 5월 1일 노동절이 공휴일이 되었다.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 반가운 일이었다. 물론, 휴일이 되어 출근하지 않을 수 있어 반가웠던 것도 있었지만, 휴일이 되면서 '노동절'이란 이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 더 반가운 일이었다. 물론, 많은 아이들이 그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나는 노동절로서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휴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노동은, 노동이라는 이름 붙여야 그 의미와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느낌이니까 말이다.

'일하는 것'을 다른 말로 '근로', '노동'이라고도 불러요. 노동은 사람이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몸이나 머리를 써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해요.(...) '노동'은 '일'이나 '근로'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고, 또 사회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는 말이에요. (28쪽)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물자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노동은 어느 누구의 노동이어도 모두 값지고 의미 있는 노동이 된다. 어떤 노동이냐에 따라 차별받으면 안 된다. 어떤 노동도 의미없는 노동이라는 없으며, 어떤 노동이 더 의미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는 노동이 가치를 물질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게 될 때에도 그 노동의 역할이나 가치를 후순위에 두고 물질적 보상을 우선순위에 두기도 한다. 그렇지 않음을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국민의 생명 안전가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필수 노동자'라고 정했어요. 보건소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 환경 미화원, 돌봄 종사자, 그리고 일부 배달 노동자로 여기에 포함돼요.(...) 어쩌면 나의 하루는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자 덕에 시작할 수 있는지도 몰라요.(110쪽)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무수히 많은 물건들이 있고, 또 내가 생활하기 위해 돌아가는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나의 손에서부터 시작되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잠시만 생각해봐도 다 안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이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 하나만 생각해 보더라도, 핸드폰을 만들기 위한 재료 마련에서부터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전기, 인터넷 등까지 무엇 하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는하기 위해 미처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 대신 노동을 했을 누군가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분명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노동을 하게 되든 여러분의 노동이 다른 사람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는 점이에요.(...) 인류의 삶은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고 일의 가치를 귀하게 여겨야 나의 노동도 소중한 것이 됩니다.(163쪽)

사람을 존중하고, 노동을 소중히 여기며, 이 사회가 어떤 사람들과 일을 통해 지탱되어 나아가고 있는지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과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이 자라 노동자가 될 것이므로, 자신의 노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아이들과 어렵지 않게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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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비밀 레시피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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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비밀레시피 #박새한 #문학동네 #뭉끄6기 #그림책추천

비빔밥 비밀 레시피. 박새한 그림책. 문학동네. 2026.

우선, 이 아이 참 기특하다. 혼자 집에 와서 뚝딱뚝딱 비빔밥을 한 그릇 챙겨 먹을 줄 안다는 것이, 참 대견하고 예쁘다. 어른의 마음이어서 그렇겠지, 싶으면서도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보더라도 흐믓하고 웃음이 나오는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시금치! 아마도 싫어할 법하고 또 원하는 재료가 아닐 게 분명한데도, 그래서 어른이 옆에서 억지로 넣어주는 것이 아닌데도 굳이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에서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애벌레를 닮은 무나물
나뭇가지같이 생긴 당근볶음
잡초를 닮은 애호박나물
자기들까리 잔뜩 뒤엉켜 있는 콩나물무침
버스 정류장으로 달리는 아저씨들 같은 표고버섯볶음
뒷산처럼 의젓하게 앉아 보고 있는 시금치
폭신한 달걀 이불
그리고, 고추장과 참기름

이쯤에서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킬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겠지, 아, 비빔밥 맛있겠다, 먹고싶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익히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맛과 풍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것. 그래서 이 아이의 행복이 이 그림책을 읽는 모두에게 전파가 되었다는 것, 당장 냉장고를 열어 비빔밥을 재료가 될 법한 것들을 하나둘 꺼내게 될 거라는 것, 뜨끈한 밥과 고추장만으로도 충분히 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아이 참 재밌다. 비빔밥 재료들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특히 각 재료의 비유가 무척 흥미롭다. 제일 웃겼던 건,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아저씨들! 훈훈한 미소를 띄고 있던 중 한순간 빵 터지게 만들어버렸다. 완전 무장해제시켜버린 순간이 되었다. 마치 배에 잔뜩 힘 주고 있다가 툭 바지 단추 터지는 순간이라고나할까.
그림도 한몫 했다. 이 아이의 행복한 표정도 있는 그대로 전해졌고, 각 재료들의 향연도 마치 눈 앞에서 춤추고 있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있었다. 한마디로, 매력적이지 않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었다. 절로 나도 함께 몸을 흔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냉장고로 슬금슬금 가줘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이런 매력 하나하나가 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록색 표지 곳곳에 있는 재료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에, 하얀색 표지에서 입을 한껏 벌리고 맛있게 비빔밥을 먹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까지!

내일 또 먹어야지.

하나 더, 아이가 마지막에 한 말. 이 말에 엄마는 얼마나 안심이 되었을까. 다행이라는 마음에 흐뭇해진다.

배고프다. 커다란 양푼을 꺼내고, 뭐든 넣어 쓱쓱 비비고 싶어진다.
맛있을 것 같다. 군침이 도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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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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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퀴어청소년 #퀴어청소년당사자모임_짱똘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서평

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사계절출판사. 2026.

이런 다양한 움직임이 학교라는 장에서 시도된다면 퀴어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이다.(215쪽)

이 책이 특별한 이유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퀴어를 이야기했고 할 수 있었다는 것.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것이 나의 입장에서는 무척 특별하단 생각을 했다. 학교를 잘 아는 입장에서,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많은 학교에서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벌어진다면, 과연 학교는 이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아마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부정적인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또 다수의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것이고.
아직도 여전히 우리 학교는 많은 청소년들이 숨어지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가감없이 차별적 언어가 난무하는 교실, 함부로 자신의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교사들,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사회가 안고 있는 편견과 혐오를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학교 분위기 등. 그 안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무척 반갑다.

나의 커밍아웃 이후 학교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들이 우리 학교에도 퀴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36쪽)
누구든 차별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거기에 함께 대응해 줄 친구와 동료, 즉 앨라이가 필요하다. 그 누구도 차별과 폭력을 중단하지 못할 때, 혹은 그것이 차별과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 나서서 막아 주고 알려 줄 친구, 교사, 양육자가 필요하다.(146쪽)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의 시작은 누군가의 용기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그런 용기에 동참하고 함께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할 때 그 빛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 모든 것에 다른 시선을 내비치지 않을 수 있는 마음도 중요하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생각과 말, 행동을 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나의 영향이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어떨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말을 교정하려 들 때도 있다. 그것은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고, 지금도 우리 교실 안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겁을 먹을 때도 많다. 요즘은 이런 생각 자체가 또 다른 공격의 시작이 되기도 하는, 차별과 혐오가 일상화된 사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나의 말 한 마디로 힘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될 누군가가 교실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앨라이가 되어 나서서 막아주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오는 것이다.

자신이 일상에서 누리는 특권과 편리함은 인식하지 못한 채 이른바 '역차별' 논리를 꺼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편협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89쪽)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왜이렇게 사람들은 이기적일까. 자신의 논리와 자신의 주장과, 그리고 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들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너무나 일상이 되어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도 화가 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의와 안전은 모두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인데, 그런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 일상을 빼앗으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한번 더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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