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 남고딩이 사랑한 문학 시간
홍경님.변효진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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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문학에빠진소년들 #홍경님 #변효진 #우리학교 #서평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홍경님 변효진 지음. 우리학교. 2026.
_남고딩이 사랑한 문학 시간

소년, 남고딩들이 문학에 빠지는 것이 의외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학에 빠지는 것에는 성별의 구분이 필요 없다. 어느 누구든 그 문학의 재미를 알게되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문학일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나의 과거도 소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지점들이 생기고,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들을 만나게 됐다. 그렇지, 이런 게 진짜 문학 수업이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기 위한 수많은 교사의 노력이 분명 있었다는 것을 무시 못한다. 이 책 속 선생님들이 어떤 노력을 통해 이런 수업을 만들고 진행해나갈 수 있었을지을 짐작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는 생각의 과정이었다.
남고에 근무했던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수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났다. 아이들의 그 생소해하면서도 놀랍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관심을 갖던 눈빛과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쉬는시간이면 직접 자신들이 그림책을 골라가면 안 되냐며 우루루 몰려와 두리번거리던 모습까지. 그 귀여움을 아는 교사라면 이런 수업을 놓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고3 교실에서까지 아이들과 새로운 수업, 아이들의 생각이 커나가는 수업을 하기 위해 용썼다. 수능이 코앞인 아이들을 설득하며 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던 아이들. 그걸 알면 이런 수업이 어떻게 가능한지 금방 이해가 간다.

예전 예능에서 작가가 했던 말을 종종 인용한다.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 시험문제로 출제해서 정답을 고르라고 하지만 정작 작가는 그런 의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의 시험 현실을 비판하며 자신의 작품이 다뤄지기를 거부했다고 했던 작가. 그 말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 현장에서 문학을 있는 그대로 감상만으로 수업할 수는 없다. 분명 학교 제도가 갖고 있는 현실 안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그래서 이런 수업이 곧 그런 타협의 흔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도록 해주는 경험.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해본 것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키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을 싶어지는 것부터가 시작이겠지. 예전 어느 학생이 억지로 수업 시간 책읽기를 하면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그 수업이 끝날 때는, 자신의 최애 작품이 되었으며, 왜 문학이 재밌는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단순히 감상으로만 그치면 지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작품이 시험에 출제된다면, 실제 수능 문제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건 다른 차원의 접근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어떤 작품을 선정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할 것이기도 무척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적중되는 작품이 나온다면 아이들은 그만큼 더 몰입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이 책에서 다뤄진 작품들의 목록이 그래서 소중하다. 늘 우리가 목말라하는 지점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 소재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것.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고 또 시간이 무척 많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매우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소재를 탁 제시해주었으니, 이대로 흐름을 따라 소설과 시를 나누어 수업을 진행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비평으로까지 끌고올 수 있있다는 것. 대학 수업 때 해보던 비평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또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아이들의 역량은 무궁무진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은 자신을 일깨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아이들과 실제로 다뤄봤던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야기나눠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문학 수업을 하면 좋을까를 다시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작품 하나를 해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뿌리를 단단히 만들어줄 수 있는 수업을 계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유용하면서도 흥미로운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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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ㅣ 꿈꾸는돌 47
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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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계절은영원하지 #하유지 #돌베개 #서평단 #서평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하유지 장편소설. 돌베개. 2026.

뭉클했다. 할머니의 시도 그랬고, 한봄이의 결심도 그랬다. 서운해 씨인 서윤혜의 울음도. 이들의 삶을 내가 다 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다 이해할 수 있다고도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만큼은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거나 혹은 좌절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 세 사람을 만들면 된다는 할머니의 말에, 한봄이가 세 사람을 만들었구나, 아니 그 이상이구나 싶은 마음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됐다, 한봄이가 살아가는 삶이 외롭지는 않겠다. 나아갈 힘도 생길 수 있고 말이다.

늦봄 지나면 여름
여름 지나 가을, 가을 저물어 겨울, 겨울 가고
마침내 봄, 한봄
새가 날고 꽃망울 피어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한봄
한봄 다음에 늦봄이라지만
나의 한봄은 늦봄 뒤에 오네(142쪽)

강만춘 할머니가 쓰신 '늦봄 지나 한봄' 시의 일부분이다.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그 다음은 봄이 올 수밖에 없다. 그걸 알고 있지만 나의 경우와 삶에 적용시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봄이에게 있어서, 한봄이가 엄마에게 있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분명 한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럴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분명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서윤혜도 한봄도 모두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어서 서로 상처가 되고 서운함이 컸던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서 자신의 사랑이 오히려 다른 이에게 더 큰 아픔이 될까봐 겁을 먹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으로 조금씩 해소해나갔던 것이 아닐까. 너무 착하고 여린 이들에게 상처가 회복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용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한봄이 자신의 시간을 찾기 위한 노력이 결코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위한 힘을 만들어내려는 노력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하고싶은 이들에게 더 마음을 쏟을 수 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자신을 먼저 들여다볼 줄 알 때 다른 이들의 마음도 다 살필 수 있게 되는 거니까. 한봄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도, 자기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두, 더욱 더 사랑을 크게 만들고 싶은 마음의 시작일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영원할 계절은, 당연히도 봄이겠지. 동하가 한봄에게 고백했던 것처럼,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한봄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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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7
연여름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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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연여름 #창비교육 #서평단 #서평

페퍼. 연여름 장편소설. 창비교육. 2026.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앞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모든 이야기가 딱 맞아 떨어졌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거였구나. 영소와 은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었는지, 이야기를 다 알고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행이었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마음을 다치지 않고 그들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서. 그들의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끈끈해서. 그 마음이면 어느 것도 이들을 가로막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소가 은수와 함께 또 새로운 시간들을 잘 살아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안심이 됐다.
결국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분명 은수와 영소는 다르다. 다르니 가까이 할 수 없겠다고 배척하는 순간 이들의 관계는 끝이다. 하지만 섣불리 어느 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마음을 알아봐주었다. 분명 쉬울 수 없는 일인데도,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연대, 동지애, 그 이상의 상대에 대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사실 이들의 주변 인물들이 다 그렇다. 영소의 할머니가 되어 준 태인도, 은수를 자꾸만 가만두지 않는 도경이 형도. 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이 모두 한결같으니,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영소처럼 소리에 예민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영소와 같은 헤마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헤마만이 소리에 예민한 것은 아니니까. 인간도 소리가 힘들 때가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생활 소음 중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나는 소리가 온통 신경을 곤두서게 할 때가 많다. 심지어 영소와 달리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래진다. 그래서 많은 소음 속에 있는 환경을 멀리하려고 한다. 조용한 것을 찾게 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이러다보면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는다. 아닌 척, 괜찮은 척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와 함께할 때는 배려받을 수 있고 피할 수 있다. 나에게도 은수, 태인과 같은 이가 곁에 있다면 충분히 소음 속에서도 손을 잡고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을 내보이겠다는 용기도 대단하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은수, 그런 은수에게 자신을 솔직히 보여준 영소, 모두 대단하고 소중한 아이들이란 생각을 했다. 이들이 해낸 용기와 마음이 그저 기특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아이들이기 때문에 기꺼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한다. 재고 따지고 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만의 순수한 마음, 마음이 향하는대로 해도 괜찮다는 과감함이 이들을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 힘이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쉽게 손을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른들은 한편으로는 무척 겁쟁이들이니까. 그래서 이 아이들이 더욱 대견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과 사회가 이와 같은 이들의 마음으로 가득차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이 살며시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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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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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물방울모양 #데라치하루나 #문예춘추사 #서평

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김지연 옮김. 문예춘추사. 2026.

물방울. 영원. 영원이란 말이 그리 쉬운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쉽게 영원이란 말을 쓰기에는 그 포함하고 있는 의미가 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이란 그만큼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부분이 아닐 테니까.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그 시간이 모두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어떤 상태. 그런 상태를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보석을 꺼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손에서 손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면 형태가 달라져도 보석과 귀금속은 계속 남는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영원히 남는다는 뜻이다. 난 '영원'에 닿고 싶다, 다카미네에게 들었던 그 말을 다무라 선생님에게 하지는 않았다.(112쪽)

어쩌면 이들 4명의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데에 있어서는 어쩌면, 각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영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다카미네가 만든 물방울 무늬의 로고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고, 그런 의미를 옆에서 내내 지켜보며 그 여정에 함께했던 나가세도 그랬던 것 같다. 모리와 시즈쿠의 삶도. 이들에게 있어서의 시간은 결국, 그 영원에 닿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과거로, 또 다시 과거로 거듭 돌아가는 구성이 독특했다. 어떨 때는 과거의 이야기를 실마리삼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답답한 독자라면 소설을 거꾸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시간순서대로 읽는 순서를 바꾸어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시간순서대로 읽었다면,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전해주고 시작하게 됐을 수 있다. 하나씩 과거의 내막을 쫓아가며 각 인물들이 쌓아온, 지금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때에 그들을 조금씩 더 잘 알아가게 되는 방법이 되는 것 같았다. 이들에게 어떤 관계와 이야기와 상황이,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이들이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아프고 더 불확실하고 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과거로 되짚어 가는 것이 불안과 고민을 안겨줄 수 있지만, 그런 불안과 고민이 인물들이 겪고 지나가야했던 과정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하니, 그런 과거로 가는 경험이 더 좋았다.

이들을 지켜보며 솔직히, 독자로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서슴없이 서로를 대하고, 또 진심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관계를 돈독하고도 찐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이들에게 또 다른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기꺼이 그들이 가는 그 방향의 삶의 모습을 또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제목이 <기억은 물방울 모양>이다.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 속에서의 기억이 물방울 모양의 영원에 닿아가는 이야기라는 뜻일까. 내 맘대로 해석해보고 혼자 고개 끄덕여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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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지음 / 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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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특이사항있음 #마민지 #먹먹단 #출판사클 #서평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출판사클. 2026.

왜 먹먹단이라고 하는지 글을 읽으며 알았다. 아,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설명해야할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미처 다 읽지 못한 지점에서 또 어떤 '가족관계 특이사항'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먹먹해져온다. 과연 가족이란 어떤 사람들인 걸까, 어떤 관계이고 또 어떤 마음과, 그리고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과연 나는 지금껏 가족에 대해 어디까지 생각해왔을까.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특이사항을 어느 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됐다.
사전을 찾아봤다. 가족.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라고 생각한다. 부부를 중심으로. 나의 가족도, 이 글 속의 가족도. 부부를 중심으로 그 자식들로 이루어지는 집단과 그 구성원. 그 구성원이 혈연으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었을 때, 가족이라는 이름에 얽히는 의무와 책임이 동반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억지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당연한 듯 갖게 된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래야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순간, 가족의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건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생기는 마음이지 때문에. 억지로 시켜도 이 정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무엇으로 이 감정과 마음을 대신할 수 있을까. 특히나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려지는 비극은 우리의 삶을 무척 힘들게 만든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 어느 경우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은 특히 가족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섣불리 짐작할 수 있다고, 다 이해할 수 있다고도 말 못한다. 저자의 상황을 그저 숨 꾹 참고 천천히 따라가주는 수밖에. 별달리 내가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보인다.
2020년이 시작되던 즈음으로 기억한다. 전세계에게 닥친 전염병의 위기 상황. 그 상황을 어떻게 지나오는가는 개인이 무엇을 잘했다고 해서 혹은 잘못했다고 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견뎌야했던, 감당해야했던 그 마음이 어떨지 다 알 수조차 없다. 어떤 황망함과 안타까움이 일어났을지, 그래서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어야했을지, 감히 함부로 말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예상 범위 내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무섭기도 하다.
이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 흔적과 자취를 쫓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읽으며 강하게 느꼈다. 특히 엄마의 기록과 기억을, 그 안에서 엄마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려는 그 자체가 의미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이 곧 사랑이겠구나 싶었다. 사랑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 중 가장 아름답고도 화려한 형태를 갖고 있는 사랑, 그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이겠구나.

유품을 하나씩 꺼내어 보면서 엄마를 추억하고, 내가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은 나만의 애도 시간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난생처음 보는 물건을 발견하면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만 같았다.(69쪽)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에게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어떤 상태가 될까.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또 어떤 생각들을 갖게 될까. 내가 가족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되기를 바랄까. 내가 이 모든 감정 속에서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에게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모두 이런 이별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준비한다고 더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가족을, 사랑을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그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출력물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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