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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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마음이방안에있다 #김혜원 #흐름출판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마음이 무겁다. 웅크린 마음으로 방 안에 있을 청소년, 청년들이 생각나서 생각이 많아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동안 나의 곁을 스쳐지나간 아이들도 함께 떠올랐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은둔과 고립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차마 나에게까지 다가오지 못하고 혼자 그 시간을 버텼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지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뜨끔한 지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들만을 생각했었다는 거다. 밖에 나와도 은둔, 고립된 아이들은 있었다. 지금 내 주변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은둔, 고립이란 단어가 우리가 살면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다보니, 이 책을 통해 제일 많이 듣게 된 것 같다. 이 단어가 일상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단어에 이제는 너무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겠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더 유심히 살피며 읽어 나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맞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학교와 상담 장면에서 만나는 많은 청년들이 내게 자주 호소하는 말이다.(150쪽)

아이들과 심리나 정서, 진로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일 먼저 하게 되는 활동이, '나'를 알아가는 활동이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어떤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이 활동이 얼마나 더 중요한 지 느꼈다. 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잘 모를 수 있고, 특히 자신의 지금 감정 표현마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표현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고 또한 말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는 누구라도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믿고 내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줄 한 사람. 아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친구나 혹은 학교 선생님.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겠구나 싶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세 가지 시옷(ㅅ)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이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세 가지 시옷 없이 또 다른 하나의 시옷이 강요된다. 바로 성취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비교적 엄격한 사회적 시계social clock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시계에 맞춰 삶의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138쪽)

비단 우리 사회만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경쟁 속에서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환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도록 다그치는 면이 강한 것은 사실일 듯.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강조하고,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 성취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회적 시계 안에서 쉼없이 움직여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난 듯 받아들이게 되고 좌절하게 만드는 시선.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시옷(ㅅ)으로 시작하는 암울한 단어들이 참 많았구나 싶으면서, 씁쓸해졌다. 이런 사회를 견디라고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어른들의 무책임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늘, 어른의 자책이 따라붙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꽤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 사람의 장점을 찾아주고,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며 같이 흥분하고, 그가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 자유로워지는 경험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204쪽)

이런 마음이지 싶다.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어떻게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않을까. 너는 너고 나는 나고, 하는 거 말고, 그래도 최대한 그 아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려는 마음. 스스로 충분히 자신을 바로 세우고 앞을 향해 나아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싶은 마음. 만약 누군가 단 한 사람이 없어 찾고 있다면 기꺼이 그 한 사람이 되어주겠다는, 같이 이 시간을 지나보자는 마음. 저자의 마음에서 나의 마음을 다시 되살려본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제목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웅크린 마음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을 지를 이제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하고 살며시 같이 방 안에 있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귀를 열어야겠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함께 해낼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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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2 팥빙수 눈사람 펑펑 2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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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눈사람펑펑2 #나은 #보람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팥빙수산 꼭대기 눈사람 마을의 눈사람 안경점에, 이제 펑펑 혼자가 아닌 스피노가 함께 하니 더욱 정겹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이지만, 이 조합이 예사롭지 않다.

"펑펑, 어쩐지 입김에 힘이 없어."
"손님이 행복해지는 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지만...... 이제 만국을 볼 수 없다니 속상한 건 사실이야."
"벌써 속상해할 필요는 없어. 안경으로 원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네 말이 맞아, 스피노가. 기운 내 볼게."(22쪽)

이렇게 조금씩은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면이 더 커진다. 때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고, 다시 힘을 낼 수도 있다. 더 재밌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스피노가 펑펑과 함께여서 참 든든하다.

여전히 우리 펑펑은 다른 이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이다. 고민을 잔뜩 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민을 해결해주고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쌓여 안경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그 마음이 그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이겠지. 형식적으로, 일이라는 마음으로만 안경을 만든다면 절대, 그 마음을 살피고 보듬어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신기한 안경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펑펑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마음이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으니까.
만국이 자신의 하던 일에 잠시 멈칫할 때도, 윤우가 새로운 환경의 변화로 긴장할 때도, 주아가 환경과 펭귄 걱정을 잔뜩 할 때도, 그들이 하는 고민을 마치 자신의 고민처럼 들어주고 마음을 담아 도우려했기 때문에, 만국, 윤우, 주아가 모두 활짝 웃으며 안경점을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펑펑의 역할이 바로 이것! 안경점에 들어오는 이들이 다시 안경점에서 나갈 때는 가지고 있던 걱정과 근심, 고민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

"꿈? 그랬죠, 참. 하지만 꿈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요.(...) 내가 즐거우면 그뿐이에요."(27쪽)

하지만 절대 답을 직접 제시해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펑펑도 그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잘 들어주고 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일 뿐. 이렇게 보니, 펑펑은 꽤 훌륭한 상담자다.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때때로 고민이 생길 때 펑펑을 찾아갔다가 웃으며 돌아오고 싶어진다. 펑펑과 스피노가 만들어주는 안경을 쓰고, 지금껏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모습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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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잡아라 밤이랑 달이랑 9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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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잡아라 #밤이랑달이랑 #노인경그림책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달이와 밤이 남매의 이야기는 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듯하지만 늘 달이가 밤이를 무척 아끼고 챙긴다. 누나 노릇을 톡특히 하는 것이다. 또 밤이는 그런 누나 달이의 말이라면 열심히 듣는다. 때론 엉뚱하고 장난기 가득한 말과 행동으로 누나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밤이는 누구보다 누나를 따른다. 그런 밤이인 것을 알기에 달이는 그저 밤이를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 달이, 진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으니까. 어쩌면, 엄마의 시선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마란, 내 아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할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저 흐뭇한 법이니까. 그런 마음이랄까. 이 두 아이는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엔, 진짜 도둑이 누굴지를 찾아야하는구나 싶었다. 달이와 밤이가 힘을 합치면 당연히 도둑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었다. 그러니 도대체 도둑이 누굴까, 짐작해보게 싶어 겉표지 안쪽의 001부터 063까지의 면모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앗! 그 사이에 끼어있는 진짜 도둑을 금새 찾아냈다. 이런! 그렇다면, 이 두 아이는 어떻게 이 난장판을 해결하고 도둑을 잡게 될까, 더욱 궁금해졌다. 답을 알고난 후 그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라고나 할까. 진짜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 달이와 밤이었다. 도둑이 남겨놓은 단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증거로 삼겠다는 다부진 달이. 그런 달이가 가리키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단서에 결정적 증거를 덧붙이는 밤이. 두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를 따라가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쩜 이리도 똑똑하고 영리한 지. 특히 하나씩 착착 정리해나가며 도둑의 특징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자세가 무척 남달랐다. 이건, 타고난 재치와 센스 없이는 불가능. 거기에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두 아이들이 너무나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이 두 아이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 역시 불가능.

놀이다.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은 이 두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다. 방이 어질러지고 물건이 망가지고 엉망이 된 것은 속상하지만, 그런 속상함을 화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놀이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지혜는 우리 달이와 밤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분명 뻔한 답을 달이는 알고 있지만 절대 그 답을 말하지 않고 놀이의 각 과정을 거치며 범인의 핵심 특징들을 통해 범위를 좁혀나간다. 서서히 좁혀가며 진짜 도둑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그 과정이 이렇게나 긴장될 수가. 그런데 밤이 표정이 너무 해맑다. 그저 누나와 함께하는 것이라면 모두 좋다는 표정이다. 누나에게 잡혀있는 것마저도 밤이는 좋을 뿐이다. 그런 누나가 자신을 안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이미 도둑 잡기는 끝났다. 달이의 화는 이미 다 풀어졌다. 화를 놀이로 풀어낸 달이인 것이다. 도둑 잡기 놀이, 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이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였다니, 너무 납득이 간다. 이 이야기의 또 하나의 커다란 힘이,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달이 혼자, 혹은 밤이 혼자 하지 않는다. 늘 언제나 둘이 함께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답을 향해 간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세지고 단단해지는 경험이 된다. 그런 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인 것이다. 이 두 아이들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 또한,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치 달이가 일방적으로 밤이를 챙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달이도 밤이가 있어야만 제 힘을 다 할 수 있다. 밤이에게 기대고 또 밤이가 있어 즐거운 놀이도 가능할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놀이를 언제까지고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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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 시 일상시화 5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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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잘 안 움직인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도달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아주 잠깐. 그 나머지 긴 시간 동안은 내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었다. 몸으로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을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인이 가졌던 마음이 공감이 갔다.

시를 쓸 때 움직임과 운동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하면서도,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해보는 노력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었다. 생활체육이란, 운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에 애착이 깊어야만 가능해지는 세계였다.(158쪽)

결국 몸으로 일으키는 생각과 정신이 분명할 것임에도 몸을 간과하고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또 무언가를 골똘하기 위한 몸의 움직임이 갖는 중요한 지점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 몸을 사랑하는 것. 내 몸을 위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 그러기 위해 다시 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리가 움직이고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 그건 마음이 몸을 그렇게 시키는 거였다.

지난 2022년 10월 30일은 삼만 보를 넘게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어지간히 걸었겠다 싶어 앱을 켜니 '움직이기 신기록 배지'가 화면 가득 뱅글거리며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27쪽)

사회적 참사, 그리고 폭력. 그 폭력과 슬픔에 대한 애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되는 듯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끝없이 이어질 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몸이 움직여진다. 생각을 따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다시 생각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몸을 계속 움직인다. 이것도 생활체육의 일종이지 않을까.

시 청탁에, 산문을 사은품처럼 곁들여 주문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시는 쓰고 싶어서 쓰지만 산문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 된다. 써야 한다. 탕수육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군만두 같달까.(110쪽)

어쩌면, 독자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이 산문을 써주면 좋겠다는, 사적인 답을 내려본다. 시인의 산문을 좋아한다. 시인의 시도 좋아하지만, 군만두가 함께 와야 그 재미와 풍미가 더해지듯, 시인의 시에 산문이 함께면 훨씬 마음이 풍성해진다. 산문에서 시를 발견하고 또 시에서 시인을 발견하고, 그런 시인을 산문으로 따라갈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마음의 독자가 있으니, 산문 주문이 시인에게 너무 싫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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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시 일상시화 3
윤유나 지음 / 아침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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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시 #윤유나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궁금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 간혹 마주하는 죽은 새(동물). 그대로 지나친 후 다음 날이 되면 바닥에 흔적만 남아 있고 새(동물)은 사라져있곤 했다. 누가 어떻게 한 걸까. 특히 고속도로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니,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 가운데에서 어떻게 새(동물)을 도로 밖으로 끌어올 수 있었을까. 늘 생각만 하고 궁금해만 했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혹 마주쳤다 해도 외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니까. 아무도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시인은 종량제봉투를 샀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작은 생명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명이 다했는지 다하지 않았는지와 상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죽음. 죽음을 때때로 목격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감각하는 것과 닮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누군가에 의해 죽은 이의 마지막을 보는 일이지는 않을까.

새를 치우고 새와 인간을 기억하는 산문을 쓰는 동안 산문 쓰는 일이 접속사 '그리고'를 문장 앞에 투명하게 새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고. 새를 치우는 행위에서 시작한 그리고의 세계 속에서 나는 결국 인간을 관찰하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148쪽)
죽은 종달새를 들고 걷는 동안 잠은 살아 있는 것들의 본능이라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잠은 살아 있어야 가능한 욕구였다.(123쪽)

결국 인간,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그리고 잠이라는 건 살아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죽음과 잠이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은 꽤 다른 결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감각이 봉투를 든 손에 느껴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했을 것 같다.

잠은, 내 평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잠을 잘 자고 싶은 욕망이 늘 내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욕망은 욕망으로만 남아있을 뿐,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의 연속이다. 헌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없다. 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교육을 받아 익혀야 하는 상태라는 생각 말이다.

신기해. 아기는 재워줘야 하고, 자는 연습을 해야 하다니. 졸린 건 본능이지만 잠은 교육하고 교육받는 행위 혹은 그런 상태라는 게 신기했다. 인간의 잠에는 인격이 있었다.(57쪽)

그렇구나. 아이를 키워봤으면서도 수면교육이 필요한 걸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교육을 덜 받은 것인가. 연습이 부족했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졸립다고 자고 졸리지 않다고 깨는 반복이 아닌, 인격적으로 교육받아 익혀야 하는 것이겠다 싶다.

비가 내리려고 하는 날에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깜빡 잠들었다가도 눈을 뜨면 몇 분 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어둠만 응시한 채 바깥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비가 온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속삭이다 눈을 감는다.(82쪽)

어젯밤 비가 내렸다. 그러다 눈으로 바뀌었다. 비는 소리가 나지만 눈은 소리없이 내린다. 비의 감각을 느끼듯 잠의 감각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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