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왕국 - 식물은 어떻게 문명과 권력을 설계했는가
데이비드 스펜서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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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왕국 #데이비드스펜서 #흐름출판 #서평 #책추천

뿌리 왕국. 데이비드 스펜서 지음/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2025.
_식물은 어떻게 문명과 권력을 설계했는가

살아 움직이는 식물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뿌리가 뻗어나가고 있을 그 흙과 땅속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읽었다. 마치 지금도 저 땅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생명과 균, 그리고 다양한 화학 작용과 소통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치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아래가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 미약한 인간은 감히 알 수도 없을 정도의 거대하고도 은밀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겠다는, 한편으로는 가슴 떨리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지만, 마치 한 편의 다큐 영화를 본 듯한 감흥이 남았다. 식물과 자연이 만들어내고 있는 신비가, 물론 신비가 아니라 너무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그저 한없이 작고도 어리석은 동물이구나, 반성도 하면서.

환경과 자연에 진심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죄 짓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식물, 동물(인간 빼고)과 관련한 이야기라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뭐든 알고 싶고 또 각성하고 싶은 마음으로 쫓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식물은 동물에 비해서도 훨씬 잘 알지 못하는 생명이란 생각을 한다. 동물과 같은 즉각적은 행동 반응이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식물의 생명, 생존, 번성 등이 늘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궁금증이 조금 해소가 됐다. 아니, 해소가 된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느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꼭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나도 과학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결국 과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과학이 만들어내는 그 수많은 현상에 대한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우리의 세계가 과학과 더불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과학에 우리가 지금껏 배제하거나 등한시했던 것들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이 식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간은 지금이라도 잘 알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이 너무 모르니까.

인상적인 구절이 너무 많았다. 분명 과학자의 책이면 내용이 어려워서 금방 지치거나 힘들어해야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달랐다. 자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심지어는 책을 읽으며 웃기까지 했다. 과학자의 유머가 나한테도 먹히다니.

"용량이 독을 만든다!" / 나는 이 명언을 지치지 않고 인용한다.(29쪽)
최소한 이쯤에서 우리는 식물도 공동체가 필요하고 다른 식물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 의존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활발한 가족 단체대화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고 작은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활한 의사소통이다.(92쪽)
인권비가 하루 2유로면 충분하다고 해서 먼 나라에서 재배되고, 이미 살충제와 엄청난 양의 식수가 없으면 재배할 수 없는 과도하게 개량된 꽃이 우리에게 필요할까? 우리의 토종 꽃들이 정말 그렇게 볼품없을까? 어쩌면 꽃의 언어에서도 리셋이 필요한 것 같다.(115쪽)
간략히 요약하면, 의미에서 세쿼이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이런 공생 관계를 맺고 산다.(123쪽)
어쨌든 논란의 여지없이 확실한 건, 기후 위기라는 변화무쌍한 시대에도 안정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먹거리를 계속 생산하려면 토양생물을 지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134쪽)
결론적으로 말해, 식물과 인간은 함께일 때 강하다. 그러니 내면의 향을 모두 모아, 조금이나마 평화와 사랑을 퍼뜨려보자. 무장, 호전적 언어, 해충과의 생물학적 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식물은 역시 사회성 생물이다.(187쪽)
식물과 인간은 종종 서로 경쟁하는 거대 집단이다. 하지만 둘이 협력한다면, 무적이 된다.(260쪽)

어쩌면 내 관심으로만 책의 내용을 쏙쏙 골라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했다 하더라도 너무 감동이었다. 인간이 형성해놓은 사회라는 구조와 욕망이 식물의 세계 안에서는 너무도 하찮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식물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몫의 부분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인간이 그 보조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다. 왜 단순히 식물의 뿌리, 뿌리의 생태 혹은 삶 정도로 설명하지 않고 <뿌리 왕국>이라고 지칭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표현이 인간 중심의, 인간적인 표현인 것은 사실이나 이런 비유가 인간의 삶과 대등한 세상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왜 우리에게 과학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았다. 과학자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하는 이유를 다시 깨달았다. 앞으로 찾아 읽어야할 책의 분야가 확실해졌다.

덧_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의 옌스 포엘이 동료라니! 이 두 책을 모두 읽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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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시 (최신 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신미나.최지혜 엮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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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과서작품읽기_중2시 #신미나 #최지혜 #창비 #서평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_중2 시. 신미나 최지혜 엮음. 창비. 최신 개정판 2025.

2025년 중2 아이들과 국어 수업을 했다. 수업 후 평가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국어의 어느 지점을 어려워하는지 잘 알게 된다. 수업을 할 때는 문법을 가장 힘들어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외워야하니까. 국어 과목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암기해야하는 부분이 나오는 순간, 지레 겁을 먹고 공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르고 달래는 시간이 무척 필요해진다. 하지만 평가를 하고 나면 아이들의 반응은 역전된다. 국어 문법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문학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며 다른 의미의 좌절을 한다. 평가 문항을 출제한 교사에 대한 원망과 허탈함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
어느 한 아이는 수업 중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국어 문법 수업 하시기 힘드실 것 같아요. 문법 수업을 듣고나니, 국어 선생님 하기가 제일 힘들 것 같아요." 그만큼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문법을 처음 다루게될 때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 이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문법은 하나도 안 어려운데, 오히려 문학이 너무 어려워요. 저는 문학적인 인간은 못 되나봐요." 이렇게 반응이 나뉘게 되는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정답이 있느냐 없느냐.
우리가 흔히, 문학은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문항을 출제할 때도 '가장 적절한 것은?'이라고 묻는다. 이때 '가장'이란 표현이 들어가는 것과 안 들어가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느 순간에도 '가장'을 빼고는 문항을 출제할 수가 없다. 그만큼 문학은 아이들에게 무척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은 문학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 이야기가 있고 흐름이 있으며, 문학의 묘미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롭기 때문이다. 문학 수업을 하다보면 할 수 있는 활동도 많아진다. 시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해보거나 실제 사진이나 장면을 시로 창작해보기도 한다. 모둠별로 작품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각색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연극이나 영상으로 꾸며볼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다. 지필평가만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러다보면 자칫, 아이들은 평가 때문에 문학에 대한 흥미를 더 잃을 수도 있다. 이 지점이 무척 고민이다.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문학 수업을 통해 문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데 말이다.

사설이 길었다. 이 책의 장점이 이런 나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단순히 읽어, 그리고 해석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감상'을 해볼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단순히 느낌만을 이야기하는 감상이 아니라, 그 작품에서 꼭 알아야 할 시적 요소를 빠트리지 않고 짚어주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단순히 느끼는 것만으로 문학을 잘 공부했다고는 할 수 없다. 기본적인 시에 대한 개념과 특징을 알아야 더 잘 시를 감상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쏙 뽑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또 하나, '활동'이 있다. 활동을 함께 하며 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두고두고 그 작품을 기억하고 되새기게 된다. 어떤 친구는 1년도 전에 수업 시간에 배운 문학 작품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상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활동이다. 수업 시간 가볍게 혹은 힘을 주어 해볼 수 있는 활동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좋다. 국어 교사로서도 활용해보기 딱 알맞다.
더 재밌는 건, 지필고사 예상 문제가 수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지금은 중학교의 논술형 평가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논술형 문항에 대한 감각을 연습해볼 수 있는 문항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2 교과서에 시는 많아야 한 두편이 전부다. 많은 시를 모두 다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만 수업할 수는 없다. 해야할 영역이 6개나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이 책을 보조 교재처럼 활용하며 아이들과 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 시는 무척 많지만 딱, 중2에게 적합한 시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좀 난감하고 어렵기만 한데, 이럴 때 딱 안성맞춤인 책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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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웅진책마을 127
이현아 지음, 오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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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이현아 #오묘 #웅진주니어 #서평

원 포인트. 글 이현아/그림 오묘. 웅진주니어. 2025.

여러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질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다. 어른이 나도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달려들어 최선을 다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소진과 그 친구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언제 그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보았는지, 반성해보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 혹은 인정받고 싶은 것들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안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닌 중학교에 정구부가 있었다. 학교 건물 뒤쪽에 정구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정구부 아이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그때도 정구라는 스포츠가 생소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중목이구나 싶다. 그래도 중학교 때의 기억으로 정구에 대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땡볕에도 열심히 운동하던 그 시절 정구부 아이들의 모습이 이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는 듯했다.

"아직 경기 안 끝났어!"(...)
"원 포인트. 원 포인트를 얻을 기회는 남았어."(161쪽)

어떤 일에서든 늘 승리하고 이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또 언제나 내가 숫자 '1'만을 얻으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패하고 또 지면서, '1'이 아닌 2, 3 혹은 더 낮은 숫자를 받으며 살아야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걸 벌써부터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순간들을 승패에 휘둘리며 임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어떤 순간에서든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아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소년 체전에 나가는 것도, 한유라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진에게는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정구를 사랑하는 마음, 그 뜨거운 열정을 지켜 내는 것. 소진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건 항상 소진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열렬한 사랑을 적당히 할 수는 없다. 그건 뜨겁지도 절실하지도 않으니까.(105-106쪽)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절실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열정을 다 쏟아부어야 지더라도 충분히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고 자기 자신에게 뿌듯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진은 이 모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매 순간, 어떨 때는 뾰족하고 까칠하고 감정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자신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정구에 대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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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인생그림책 46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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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이편한곳으로 #메 #그림책 #길벗어린이 #서평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메 그림책. 길벗어린이. 2025.

이제 나를 위해
울지 않아도 돼요.

이 말이 끌렸다. 이 그림책을 꼭 읽고 싶었던 이유, 꼭 갖고 싶었던 이유는 이 말이 다였다. 이 말을 보는 순간, 이 그림책이 내 마음에 들어와 한참, 오래오래 머물게 될 거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죽음. 어떤 경우라도 죽음이 쉬이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가깝고 멀고를 떠나, 죽음이란 아주 극단적인 방식의 이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 만질 수도 그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금방 납득될 수 없는 부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내뱉는 순간, 죽음의 감정은 무방비상태에서 훅 몰려오게 된다. 아주 슬프고도 아픈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한결같이 너무나도 따스하고 평온하다. 제목마저도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이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오늘 꼭 가야만 하는 초대'를 받은 '로미'의 하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너무, 아름다웠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많은 감정과 느낌이 많겠지만, 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그저 로미가 걸어가는 이 길이 참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역시 로미이고, 그런 로미의 마지막 길이 아름다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슬프거나 아프거나 속상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죽음을 떠올리며 들었던 감정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할 정도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로미처럼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어쩌면, 정말 편한 곳에 도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죽음을 다른 색깔로도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어쩌면 죽음을, 남은 이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봤던 것일 수도 있다. 늘 나는 남는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의 로미는 떠나는 입장이다. 떠나는 입장에서의 마음이 어떨 지에 대한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해보게 된다. 과연 나라면, 내가 곡 가야만 하는 초대를 받았다면 과연, 어떤 마음으로 그 하루를 보내게 될까. 어떤 것을 내려놓고 또 나눠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은 어떤 마음이여야 가능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이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의 마지막도 노란색의 따뜻함 가득이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선물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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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피처링 도넛문고 15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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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의피처링 #안오일 #도서출판다른 #서평 #책추천

열네 살의 피러칭. 안오일. 도서출판다른. 2025.
_시로 쓴 소설

'시로 쓴 소설'이란 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시는 시고 소설은 소설인데, 소설을 시로 썼다고?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흥미로웠다. 시와 소설이 함께일 수 있다는 생각이 한순간 확 마음에 들었다. 나도 써먹어봐야겠단 생각이 살짝 들었다. 재밌겠다 싶었다. 시가 소설이 되려면 시와 소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둘 다 문학이고 그냥 짧게만 쓰면 시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은 안 된다. 원래도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려운 법. 하지만 산문은 길게 그 내용을 충분히 서술해줄 수 있어 그 문장들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묘미가 있는 것이고, 운문은 짧은 글 안에 얼마나 함축적으로 음악적 요소를 살려 쓸 때 툭 다가오는 감정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이 함께 나와야하니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했다.

지우, 율, 민혁의 세 친구들이 '봄'에서 '다시, 봄'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순탄하지가 않았다. 대석이까지도. 하지만 이런 때에 늘 다행인 건, 이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봄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참 신기한 건, 봄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을 참 잘 알아본다. 율이 민혁이가 신경쓰이는데도 싫지 않았던 것, 민혁이 또한 율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괜히 이 둘에게 마음이 쏠렸던 지우까지.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화가 이 아이들의 열네 살을 더 이상 힘들게만 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안고 있는 아픔이 있다. 시험문제의 답을 찾듯 쉽게 아픔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을 해소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면서, 온전히 자신만의 모습을 찾는 것으로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어쩌면 열네 살은 이와 같은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안전한 길을 택하고 싶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겁이 나기도 할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온 문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또 쉽게 답이 찾아지지 않으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아이들은 다른 이에게 기대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결정을 내린다. 그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맞부딪히기 주저하게 될 수도 있을텐데 용감하게 한 발을 뗄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자기 스스로 찾아내는 것. 그래서 이 친구들이 참 대단하고 멋진 것이다.

피처링 featuring. 다른 가수의 노래나 연주가의 연주에 참여하여 일부분을 맡아 도와주는 일.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열네 살의 피처링>이구나 생각했다. 결국, 이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은,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친구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또 늘 든든하게 이 아이들을 지켜주려는 할머니, 아빠, 삼촌, 그리고 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곁에서 묵묵히 함께해주었던 이들이 존재했기에, 그들 곁에서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보며 방향을 잘 잡아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건 비단 이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할머니도 아빠도, 이 아이들의 존재로 인해 흔들릴 때마다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처링을 해주는 중인 것이다.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아니 시를 읽었다고 해야 하나? 다시 이 작품의 갈래를 생각해보건대, 알쏭달쏭이다. 시라고 해야할까,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뭐가 되었든, 이 아이들을 끝까지 응원해주고싶은 마음 가득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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