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눈사람 펑펑 2 팥빙수 눈사람 펑펑 2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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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눈사람펑펑2 #나은 #보람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팥빙수산 꼭대기 눈사람 마을의 눈사람 안경점에, 이제 펑펑 혼자가 아닌 스피노가 함께 하니 더욱 정겹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이지만, 이 조합이 예사롭지 않다.

"펑펑, 어쩐지 입김에 힘이 없어."
"손님이 행복해지는 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지만...... 이제 만국을 볼 수 없다니 속상한 건 사실이야."
"벌써 속상해할 필요는 없어. 안경으로 원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네 말이 맞아, 스피노가. 기운 내 볼게."(22쪽)

이렇게 조금씩은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면이 더 커진다. 때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고, 다시 힘을 낼 수도 있다. 더 재밌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스피노가 펑펑과 함께여서 참 든든하다.

여전히 우리 펑펑은 다른 이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이다. 고민을 잔뜩 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민을 해결해주고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쌓여 안경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그 마음이 그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이겠지. 형식적으로, 일이라는 마음으로만 안경을 만든다면 절대, 그 마음을 살피고 보듬어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신기한 안경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펑펑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마음이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으니까.
만국이 자신의 하던 일에 잠시 멈칫할 때도, 윤우가 새로운 환경의 변화로 긴장할 때도, 주아가 환경과 펭귄 걱정을 잔뜩 할 때도, 그들이 하는 고민을 마치 자신의 고민처럼 들어주고 마음을 담아 도우려했기 때문에, 만국, 윤우, 주아가 모두 활짝 웃으며 안경점을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펑펑의 역할이 바로 이것! 안경점에 들어오는 이들이 다시 안경점에서 나갈 때는 가지고 있던 걱정과 근심, 고민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

"꿈? 그랬죠, 참. 하지만 꿈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요.(...) 내가 즐거우면 그뿐이에요."(27쪽)

하지만 절대 답을 직접 제시해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펑펑도 그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잘 들어주고 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일 뿐. 이렇게 보니, 펑펑은 꽤 훌륭한 상담자다.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때때로 고민이 생길 때 펑펑을 찾아갔다가 웃으며 돌아오고 싶어진다. 펑펑과 스피노가 만들어주는 안경을 쓰고, 지금껏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모습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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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잡아라 밤이랑 달이랑 9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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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잡아라 #밤이랑달이랑 #노인경그림책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달이와 밤이 남매의 이야기는 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듯하지만 늘 달이가 밤이를 무척 아끼고 챙긴다. 누나 노릇을 톡특히 하는 것이다. 또 밤이는 그런 누나 달이의 말이라면 열심히 듣는다. 때론 엉뚱하고 장난기 가득한 말과 행동으로 누나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밤이는 누구보다 누나를 따른다. 그런 밤이인 것을 알기에 달이는 그저 밤이를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 달이, 진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으니까. 어쩌면, 엄마의 시선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마란, 내 아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할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저 흐뭇한 법이니까. 그런 마음이랄까. 이 두 아이는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엔, 진짜 도둑이 누굴지를 찾아야하는구나 싶었다. 달이와 밤이가 힘을 합치면 당연히 도둑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었다. 그러니 도대체 도둑이 누굴까, 짐작해보게 싶어 겉표지 안쪽의 001부터 063까지의 면모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앗! 그 사이에 끼어있는 진짜 도둑을 금새 찾아냈다. 이런! 그렇다면, 이 두 아이는 어떻게 이 난장판을 해결하고 도둑을 잡게 될까, 더욱 궁금해졌다. 답을 알고난 후 그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라고나 할까. 진짜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 달이와 밤이었다. 도둑이 남겨놓은 단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증거로 삼겠다는 다부진 달이. 그런 달이가 가리키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단서에 결정적 증거를 덧붙이는 밤이. 두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를 따라가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쩜 이리도 똑똑하고 영리한 지. 특히 하나씩 착착 정리해나가며 도둑의 특징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자세가 무척 남달랐다. 이건, 타고난 재치와 센스 없이는 불가능. 거기에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두 아이들이 너무나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이 두 아이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 역시 불가능.

놀이다.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은 이 두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다. 방이 어질러지고 물건이 망가지고 엉망이 된 것은 속상하지만, 그런 속상함을 화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놀이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지혜는 우리 달이와 밤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분명 뻔한 답을 달이는 알고 있지만 절대 그 답을 말하지 않고 놀이의 각 과정을 거치며 범인의 핵심 특징들을 통해 범위를 좁혀나간다. 서서히 좁혀가며 진짜 도둑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그 과정이 이렇게나 긴장될 수가. 그런데 밤이 표정이 너무 해맑다. 그저 누나와 함께하는 것이라면 모두 좋다는 표정이다. 누나에게 잡혀있는 것마저도 밤이는 좋을 뿐이다. 그런 누나가 자신을 안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이미 도둑 잡기는 끝났다. 달이의 화는 이미 다 풀어졌다. 화를 놀이로 풀어낸 달이인 것이다. 도둑 잡기 놀이, 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이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였다니, 너무 납득이 간다. 이 이야기의 또 하나의 커다란 힘이,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달이 혼자, 혹은 밤이 혼자 하지 않는다. 늘 언제나 둘이 함께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답을 향해 간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세지고 단단해지는 경험이 된다. 그런 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인 것이다. 이 두 아이들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 또한,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치 달이가 일방적으로 밤이를 챙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달이도 밤이가 있어야만 제 힘을 다 할 수 있다. 밤이에게 기대고 또 밤이가 있어 즐거운 놀이도 가능할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놀이를 언제까지고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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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 시 일상시화 5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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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잘 안 움직인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도달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아주 잠깐. 그 나머지 긴 시간 동안은 내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었다. 몸으로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을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인이 가졌던 마음이 공감이 갔다.

시를 쓸 때 움직임과 운동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하면서도,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해보는 노력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었다. 생활체육이란, 운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에 애착이 깊어야만 가능해지는 세계였다.(158쪽)

결국 몸으로 일으키는 생각과 정신이 분명할 것임에도 몸을 간과하고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또 무언가를 골똘하기 위한 몸의 움직임이 갖는 중요한 지점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 몸을 사랑하는 것. 내 몸을 위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 그러기 위해 다시 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리가 움직이고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 그건 마음이 몸을 그렇게 시키는 거였다.

지난 2022년 10월 30일은 삼만 보를 넘게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어지간히 걸었겠다 싶어 앱을 켜니 '움직이기 신기록 배지'가 화면 가득 뱅글거리며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27쪽)

사회적 참사, 그리고 폭력. 그 폭력과 슬픔에 대한 애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되는 듯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끝없이 이어질 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몸이 움직여진다. 생각을 따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다시 생각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몸을 계속 움직인다. 이것도 생활체육의 일종이지 않을까.

시 청탁에, 산문을 사은품처럼 곁들여 주문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시는 쓰고 싶어서 쓰지만 산문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 된다. 써야 한다. 탕수육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군만두 같달까.(110쪽)

어쩌면, 독자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이 산문을 써주면 좋겠다는, 사적인 답을 내려본다. 시인의 산문을 좋아한다. 시인의 시도 좋아하지만, 군만두가 함께 와야 그 재미와 풍미가 더해지듯, 시인의 시에 산문이 함께면 훨씬 마음이 풍성해진다. 산문에서 시를 발견하고 또 시에서 시인을 발견하고, 그런 시인을 산문으로 따라갈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마음의 독자가 있으니, 산문 주문이 시인에게 너무 싫지 않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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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시 일상시화 3
윤유나 지음 / 아침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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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시 #윤유나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궁금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 간혹 마주하는 죽은 새(동물). 그대로 지나친 후 다음 날이 되면 바닥에 흔적만 남아 있고 새(동물)은 사라져있곤 했다. 누가 어떻게 한 걸까. 특히 고속도로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니,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 가운데에서 어떻게 새(동물)을 도로 밖으로 끌어올 수 있었을까. 늘 생각만 하고 궁금해만 했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혹 마주쳤다 해도 외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니까. 아무도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시인은 종량제봉투를 샀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작은 생명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명이 다했는지 다하지 않았는지와 상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죽음. 죽음을 때때로 목격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감각하는 것과 닮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누군가에 의해 죽은 이의 마지막을 보는 일이지는 않을까.

새를 치우고 새와 인간을 기억하는 산문을 쓰는 동안 산문 쓰는 일이 접속사 '그리고'를 문장 앞에 투명하게 새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고. 새를 치우는 행위에서 시작한 그리고의 세계 속에서 나는 결국 인간을 관찰하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148쪽)
죽은 종달새를 들고 걷는 동안 잠은 살아 있는 것들의 본능이라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잠은 살아 있어야 가능한 욕구였다.(123쪽)

결국 인간,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그리고 잠이라는 건 살아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죽음과 잠이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은 꽤 다른 결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감각이 봉투를 든 손에 느껴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했을 것 같다.

잠은, 내 평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잠을 잘 자고 싶은 욕망이 늘 내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욕망은 욕망으로만 남아있을 뿐,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의 연속이다. 헌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없다. 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교육을 받아 익혀야 하는 상태라는 생각 말이다.

신기해. 아기는 재워줘야 하고, 자는 연습을 해야 하다니. 졸린 건 본능이지만 잠은 교육하고 교육받는 행위 혹은 그런 상태라는 게 신기했다. 인간의 잠에는 인격이 있었다.(57쪽)

그렇구나. 아이를 키워봤으면서도 수면교육이 필요한 걸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교육을 덜 받은 것인가. 연습이 부족했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졸립다고 자고 졸리지 않다고 깨는 반복이 아닌, 인격적으로 교육받아 익혀야 하는 것이겠다 싶다.

비가 내리려고 하는 날에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깜빡 잠들었다가도 눈을 뜨면 몇 분 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어둠만 응시한 채 바깥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비가 온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속삭이다 눈을 감는다.(82쪽)

어젯밤 비가 내렸다. 그러다 눈으로 바뀌었다. 비는 소리가 나지만 눈은 소리없이 내린다. 비의 감각을 느끼듯 잠의 감각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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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난 사람들에 관하여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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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남자의 이야기로만 국한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피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니까.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사람 간의 관계, 소통, 공동체, 그리고 감정에 있어서 조금은 우위에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물론 개인차가 분명하고 이 세상을 꼭 남자와 여자로만 나누어 성격을 구분지을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 궁금했다. 진짜,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가까이 있는 남자가 딱 그렇다. 친구가 없다. 매번 나누는 대화의 대상도 딱 정해져있다. 이미 3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 그 외 친구를 새로 사귄다거나, 새롭게 모임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볼 수가 없다. 만들었던 관계마저도 중간에 그만 두고,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려는 의지조차 없다. 또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체로 남편들이 다 비슷한데, 왜 그럴까 싶었다. 그 이유가 여기에서 조금 이해가 갔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을 의식하지 않고 살면서 늘 그 성적 가치관과 인식 안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선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그렇지 않은 말과 행동을 늘 경계한다. 마치 여자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봐 두려워하면서. 남자들의 성에 대한 인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온다. 관계맺기에 있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치 남자들끼리 통하는 권력인 듯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그 태도가 결국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거겠구나 싶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도 부족해 보인다. 한참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었어도, 가까운 지인의 감정과 상태를 궁금해하지 않고 묻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서로에게 거칠게 말하고 남자들만의 의리처럼 과한 반응과 행동을 이어가지만, 정작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헤아려주거나 공감해주려는 태도는 쉽게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농담을 통해 웃기려고만, 그리고 대수롭지 않고 맥락에 맞지 않는 얘기로 말을 돌리려는 태도가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점점, 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집안의 여자에게서만 찾게 되는 것이지 싶다.
운동은 같이 할 수 있어도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 열심히 밤새워 놀 수는 있어도 결혼식의 들러리가 되어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돈으로 친구를 사귀고 포옹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친구가 되고 또 포옹해주는 건 어렵다. 목적에 따라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가능해도 문자 하나 전화 한 통의 안부 묻기가 어렵고 또 그런 행동이 오해를 만들까봐 걱정한다. 어찌보면 남자들이 단순해서 친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남자가 더 복잡하다. 재고 따지고 눈치보고 신경쓰느라 정작 챙겨야 할 것을 놓치는 것이다.

우정은 사전에는 없는 관계다. 일정한 의식이 없는 관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줄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한 것처럼 느꼈다.(...) 내가 남긴 편지가 우정을 수선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관계의 상징인 러브레터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다.(...) "네가 떠날 때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느껴졌어." 일은 인정한다. "네가 떠나는 게 마치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고 근심 없이 해맑던 시절은 전부 지나갔다는 신호 같았어." 나는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우정은 모든 순간, 모든 일을 전부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점은 그 우정이 우리 인생의 특정 시기를 관통했다는 것이다.(318-9쪽)

필과 호프와 나눴던 우정을 다른 말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남자가 아니어서 우정일 수 없다고, 그래서 모든 관계는 사라져야한다고 관습적인 태도만 일관할 것인가 말이다. 결국 맥스가 해결하려했던 숙제의 답은,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이고, 그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달리 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맥스는 답을 얻었다. 맥스처럼 남자들이 답을 얻었으면 좋겠다.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삶은 달라질 수 없다. 사람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그 갈증을 누군가 대신 풀어줄 수는 없다.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수밖에. 그러려면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이 책은 가까이 있는 남자 손에 쥐어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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