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블의 소녀 - 제1회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수상작 텍스트T 13
전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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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꿈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흔히 현실이 진짜고 꿈은 가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 꿈이 진짜, 사실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삶은 또 다른 꿈일 뿐. 100년 동안 꾸게 되는 거부된 꿈을 잠시 꾸고, 진짜인 꿈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렇다면 이 100년의 현실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면 되는 것일까. 혹은, 어떤 마음으로 꿈의 세계로 돌아가면 되는 것일까.

"거부된 꿈은 언제 시작되려는 걸까? 너무 오래 기다려서 이젠 지치려고 해. 그 꿈을 꾸기 전까진 지치면 안 되는데."
"뭐?"
"거부된 꿈 말이야. 검은 폭풍. 기억 안 나?"
지운이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래, 그게 이 꿈이야. 현실이라는 꿈. 한밤중에 괴물이 나타나서 목을 조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꿈이지."(254-255쪽)

현실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것에도 흥미를 찾을 수 없고 그저 하루하루 자신을 스스로 가두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누구와도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생활. 그런 생활에 점점 지쳐가며 고립되기를, 혼자되기를 바라는 아이들이 있다. 꼭 아이들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안으로 숨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래도저래도 우리의 현실이란 삶은 고통이 수반되는 삶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부된 꿈'을 깨운 건 죽음이었다. 죽음은 깊은 잠에 드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256쪽)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견뎌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과해 우리가 진짜 가야하는 세계로 잘 넘어가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한 간절함이 이쪽과 저쪽의 꿈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들고, 그 꿈의 세계를 꼭 지켜내야할 이유와 의지를 만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꿈은 분명 또 다른 현실이고, 그 현실은 다시 꿈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을 만들어 주니까. 무엇이 진짜고 가짜고를 따지는 것이 이젠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간절히 지켜내야 하는 것인가를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죽음보다 더 깊은 진실을 찾아야 해요. 황제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래야 '살아 있음'을 견딜 수 있으니까요. 그 진실을 찾기 위해 폐하는 가장 소중한 걸 희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158쪽)

그게 바로, 진실.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의 '살아 있음'을 견디는 삶. 이 삶을 잘 견뎌야 진짜 진실의 가치를 찾을 수 있고, 그 가치를 통해 연결된 세계에서의 자신이 해야할 일과 가야할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 일과 길이 될 것인가는 스스로 찾는 수밖에. 그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국 꿈이지 않을까. 꿈을 통해 이어지는 꿈과 꿈의 경계의 경계, 그 경계의 넘나듦 속에 그럼에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은 무척 중요할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삶이 어떤 것으로부터 비롯되었고 또한 어떤 세계의 시작이 될 수 있는지도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판타지문학을 경험했다. 소설을 읽으며 살짝 눈이 조금 더 떠지고 힘을 주게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르시블의 세계와 그 세계를 지탱하고 또 지켜내기 위한 과정, 그 속에서 드라마가 이어나가는 현실과 꿈, 꿈이 또 다른 꿈의 세계와 연결되며 그 과정에서 견뎌야하는 살아 있음의 삶에 대한 가치까지. 환상적이고 흥미로우면서도 계속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곱씹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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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2025 한국출판평론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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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아! 이런 책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도서관과 관련한 이만큼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도서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만큼 방대하고 전문적이며 또 흥미로운 책은 드물 것 같다. 한 부분씩을 읽어 나가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도서관은 곧 우리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내 하게 됐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숨쉬고 살아온 모든 것이 다 도서관에 담겨 있었다. 도서관이 그저 책으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운명과 결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달았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는 도서관은 오히려 나라 혹은 정치와는 크게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기록이라는 것은, 특히 과거를 기록하고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사사로운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의 역사는 오히려 너무도 반대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도서관이어서 더욱 모든 역사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받았어야 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무척 험난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전쟁, 그리고 군부 독재에 심지어는 종교까지. 어느 한 순간도 순조롭고 평온하게 지내온 시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굴곡이 무척 심한 역사다. 그런 역사에서 고통받고 피해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또한 그런 역사에서 우리가 다시 일어나 움직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으고 함께 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 공간 또한 도서관이었다. 힘들게 그 자리를 버티면서도 늘 학생과 시민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며 마지막까지도 힘을 보태준 것이다. 어쩌면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역사를 다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도서관이 단순히 책의 보관소만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 것이다.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적인 곳이어야 할 것이고, 시민들이 어떤 것도 모두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많은 장서를 통해 지금까지의 기록이 모두 모일 수 있는 학술적인 역할도 담당해야 할 것이고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위치상의 조건도 무척 중요할 것이다.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수 있도록 독립적이기도 해야 할 것이고, 또한 공부를 위한 공간이 아닌 책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서관만큼 쉽게 숨어들 수 있고 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힘들고 생각이 복잡할 때, 혼자 조용한 공간에서 무언가에 골똘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도서관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열람을 위한 공간이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든, 다 좋다고 생각한다. 독서실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 특이한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그런 특이함을 함께 갖고 있음을 특수성으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나의 학창시절도 그런 칸막이 시립 도서관과 함께였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 도서관으로 향한다. 학교에 또는 마을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언제라도 향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그 공간에 자신을 맡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서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에도 시선이 가겠지. 이런 저런 책들을 펼쳐 읽어보고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책이 주는 행복감을 알게 되겠지, 싶은 마음인 것이다. 책에 둘러싸인 공간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낼 때의 기분을 알게 되면 다시 도서관을 찾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도서관에서 또 새로운 이야기와 미래를,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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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무선)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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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읽기 쉽지 않았다. 잔인하기도 끔찍하기도, 그리고 무섭기도 아프기도 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야할까 고민도 됐다. 쉽게 쉽게 읽어내지 못하고 잠시 멈짓하기를 여러 번 했다. 단번에 훅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버트의 그 다음이 궁금하고, 그 다음 날이 궁금했다. 로버트에게 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지, 그리고 로버트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게 될 지 궁금했다. 궁금증은 책 읽기를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니 계속 읽는 수밖에.
특히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이런 저런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돼지가 죽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일까. 돼지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을까, 돼지를 더 이상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을까, 우연한 계기로 그 날만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는 것일까. 이 날이 어떤 날일지가 무척 궁금해, 적어도 이 답을 알게 될 때까지는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또 계속 읽는 수밖에. 그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로버트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로버트와 핑키, 그리고 아버지와 로버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었다.

"이젠 네가 해야 해, 로버트. 엄마와 이모 둘이서는 할 수 없단다. 봄이 오면 너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어른이라구, 열세 살짜리 어른.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나오지.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네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해, 로버트. 너 말고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 바로 너 말고는."(149쪽)

열세 살 짜리 어른이라는 말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열세 살이 어른이라고?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열세 살이 마냥 어린 아이라로만도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열세 살보다 더 어리더라도 충분히 어른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금방 어른이 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을, 로버트를 통해 알게 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이미 어른인 내가 로버트를 바라보았을 때는, 그래도 아직 아이인데 싶은 우려가 있긴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우려를 단박에 없앨 정도의 모습을 로버트는 보여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한 번에 어른이 된 로버트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기특하게도 자신이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아는,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 로버트의 모습이 내내 마음 속에 남는다.

"로버트, 내 이름은 벤저민 프랭클린 태너야. 이웃들은 모두 나를 벤이라고 부르지.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177쪽)

태너 아저씨가 벤이 된다는 건, 로버트가 이제 이웃이며 곧 친구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고, 곧 어른임을 마을 사람들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진짜 모든 책임을 로버트가 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제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로버트에게는 책임과 부담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즐겁다거나 마음이 놓이지 않고 오히려 더 걱정이 되는 건, 내가 이미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났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어제 했던 일을 역시나 오늘도 똑같이 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어제의 로버트가 아닌 오늘의 로버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남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돼지와 관련한 대목들이 종종 그랬다. 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인간과 돼지의 관계일까 싶은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핑키가 떨치려고 몸부림치자, 삼손은 핑키 쪽으로 더 다가섰다. 뒷다리로 핑키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몸 전체를 핑키에게 내리꽂았다. 핑키는 녀석의 육중한 무게와 거세게 몰아닥치는 통증에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157쪽)

특히나 이 장면에서는 다른 상황을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아, 어쩌자고 이런 장면인 것일까 싶기도 했다. 욕심일까 아니면 자연스런 본능일까. 어디까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게 됐다. 과연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슨 대화를 주고받을지도 궁금해졌다. 어른의 눈과 아이들의 눈은 다를지, 어쩌면 로버트의 심정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로버트의 상황과 처지, 지금까지와는 다를 앞으로의 삶의 행로, 그리고 그 삶을 대하는 로버트의 자세까지. 삶이 늘 그렇듯, 어느 것 하나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버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어서일까, 로버트가 아주 많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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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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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위태로운천년의거인들 #김양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역시, 이번에도 문제는 인간에게 있었다. 인간의 지들만 잘 살겠다고 부리는 욕심, 잇속만을 챙기겠다는 이기심이 결국 이번에도 나무들을, 자연을, 우리의 지구와 환경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천년의 거인들, 나무들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생태계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고, 그 기둥이 무너지면 연쇄작용으로 자연은 무너진다. 자연이 무너지면 그 안에 살고 있는 동식물도 한꺼번에 무너지고, 그렇게 무너짐에 인간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다. 왜 이런 생각을 인간은 하지 못하는지, 제 앞만을 보며 지금 당장의 것 이상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나서 속도를 내며 읽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나도 인간이지만, 어찌 이다지도 한심하고 잔인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에 가하는 폭력에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마냥 억울하고 아깝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그리고 화가 나고 속상하다.

사실 팔현습지 왕버들 숲이 순도 100퍼센트에 가까운 자연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딱 하나, 사람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136쪽)

자연이 그런 것 같다. 인간과 떨어져 있어야만 무사하다. 안전하다.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쓸 이유도 없다. 그저 인간의 접근을 막으면 된다. 인간이 가까이 가지 않도록, 손을 대지 않도록,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인간은 그걸 모른다. 그리고 있는대로 인간의 손이 닿는 족족 자연은 위태로워지고 훼손되고 파괴된다. 그런 파괴가 어디까지 갈 지도 모른 채 인간은 마냥 좋다고 큰소리만 친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가덕도 100년 숲은 인간의 무관심으로 우연히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사람의 출입이 제한됐다.(...) 특히 국수봉 남산봉의 동쪽은 경사가 가팔라 걸어 다니기 어렵고, 해안가 쪽은 해식애(낭떠러지)가 발달해 배가 접근하기도 어렵다.(236쪽)
이 100년 숲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10여 년 전부터 표가 강한 정치인들이 기회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 개발' 이슈를 띄웠다.(237쪽)

결국 또 정치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인 것이다. 특히나 식물이라면 더더욱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자기들 멋대로 하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이 생명을 없애는 것이라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인가 말이다.
결국 반복이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이제 인간들, 그만해야 한다. 앞도 보지 않고 지금 발끝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와 행동은 그만해야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자연을 보지 못한다면 인간 제 스스로의 생명을 이유로 대서라도, 지금까지 하던 잘못을 멈추고 다시 나무와 숲과 습지와 자연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망가뜨린 자연이 금방 제 상태로 돌아오지는 못한다. 또 다시 굉장한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여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까 말까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자세는 늘 긴 호흡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번 책에서도 하게 된다. 잠시 잠깐의 편리함과 욕심이 만들어 낸 결과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다시 참고 견뎌야만 다시 자연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만다는 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볼 줄 아는 깊은 안목이 필요하다. 제발, 더 이상 인간이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자연이 지금보다 더 망가지는 것을 이제 두고 볼 수가 없다.

_덧
이 책의 서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가 난 채로 쓰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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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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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마음이방안에있다 #김혜원 #흐름출판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마음이 무겁다. 웅크린 마음으로 방 안에 있을 청소년, 청년들이 생각나서 생각이 많아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동안 나의 곁을 스쳐지나간 아이들도 함께 떠올랐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은둔과 고립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차마 나에게까지 다가오지 못하고 혼자 그 시간을 버텼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지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뜨끔한 지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들만을 생각했었다는 거다. 밖에 나와도 은둔, 고립된 아이들은 있었다. 지금 내 주변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은둔, 고립이란 단어가 우리가 살면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다보니, 이 책을 통해 제일 많이 듣게 된 것 같다. 이 단어가 일상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단어에 이제는 너무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겠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더 유심히 살피며 읽어 나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맞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학교와 상담 장면에서 만나는 많은 청년들이 내게 자주 호소하는 말이다.(150쪽)

아이들과 심리나 정서, 진로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일 먼저 하게 되는 활동이, '나'를 알아가는 활동이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어떤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이 활동이 얼마나 더 중요한 지 느꼈다. 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잘 모를 수 있고, 특히 자신의 지금 감정 표현마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표현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고 또한 말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는 누구라도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믿고 내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줄 한 사람. 아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친구나 혹은 학교 선생님.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겠구나 싶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세 가지 시옷(ㅅ)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이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세 가지 시옷 없이 또 다른 하나의 시옷이 강요된다. 바로 성취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비교적 엄격한 사회적 시계social clock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시계에 맞춰 삶의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138쪽)

비단 우리 사회만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경쟁 속에서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환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도록 다그치는 면이 강한 것은 사실일 듯.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강조하고,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 성취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회적 시계 안에서 쉼없이 움직여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난 듯 받아들이게 되고 좌절하게 만드는 시선.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시옷(ㅅ)으로 시작하는 암울한 단어들이 참 많았구나 싶으면서, 씁쓸해졌다. 이런 사회를 견디라고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어른들의 무책임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늘, 어른의 자책이 따라붙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꽤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 사람의 장점을 찾아주고,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며 같이 흥분하고, 그가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 자유로워지는 경험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204쪽)

이런 마음이지 싶다.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어떻게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않을까. 너는 너고 나는 나고, 하는 거 말고, 그래도 최대한 그 아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려는 마음. 스스로 충분히 자신을 바로 세우고 앞을 향해 나아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싶은 마음. 만약 누군가 단 한 사람이 없어 찾고 있다면 기꺼이 그 한 사람이 되어주겠다는, 같이 이 시간을 지나보자는 마음. 저자의 마음에서 나의 마음을 다시 되살려본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제목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웅크린 마음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을 지를 이제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하고 살며시 같이 방 안에 있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귀를 열어야겠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함께 해낼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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