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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5.05 - Vol.131, 어린이문화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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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쿨투라 CULTURA. Vol.131(2025 05). 도서출판 작가.
_Culture & Art Magazine
잡지를 얼마만에 읽어보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생각해보면 대학시절 때까지도 곧잘 잡지를 보곤 했었는데 말이다. 가장 최근에는 영화나 혹은 시사 잡지를 읽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예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잡지의 형태를 지닌 물성의 종이책을 손에 쥐어보는 느낌 자체도 신기하면서 재밌었다고나 할까. 이런 잡지는 괜히 책 한쪽을 말아쥐고 얼굴을 갸웃한 채 여유로운 자세로 읽어줘야 어울릴 것 같다. 각잡고 읽으면 그 맛이 떨어지는, 그런 느낌. 사설이 길어지는 걸 보니, 오랜만에 만난 잡지가 반갑고 또 살짝 흥분한 듯하다. 잡지에 실린 광고까지 꼼꼼하게 봤을 정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잡지가 무겁지 않고 내 작은 손안에 쏙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손안의 잡지를 넘기고 또 넘겨도 끝없이 신비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런 환상적인 세상을 꿈꾸었습니다.(51쪽_'새로운 미래를 만나게 해준 어린이잡지'(손정순) 중)
어린시절은 집에 만화 잡지 한 권만 있어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게 신이 나던 시절이었다. <보물섬>. 이걸 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였다. 그때의 기억을 살짝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어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까. 당연히 많은 미디어매체와 함께 하겠지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내 사서 선생님은 밝은 표정으로 "아무리 책을 안 읽는 분위기라도 읽을 아이들은 다 읽어요. 저기 보세요."라고 말했다. 책 읽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렇게 듬직하고 예뻐 보일 수 없었다.(44쪽_'책이 있는 어린이날'(함영연) 중)
그러니까 말이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도 진짜 책을 좋아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도 있다. 그 정도로 책을 읽는 건 시대가 지났다고 사라지는 즐거움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있어 소중한 친구 중 분명 책도 잡지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계속 줄 수 있도록 동시로 동요도, 책도 그리고 잡지도 꾸준히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 동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이나 읽는 수준 낮은 책, 이란 선입견을 아직도 아이들은 갖고 있다. 내가 만나는 중학생들에게 동화나 그림책을 내밀면 늘 듣는 말. 하지만 그 이야기를 직접 접해보지 않으면 제 맛을 알아내기 어렵다. 그렇게 아이들과 동화부터 읽어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이런 동화, 동요, 동시를 어른들까지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 이 이야기들에 우리가 쉽게 흘려 넘겼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가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너무 금방 까먹는다. 그게 참 안타깝다. 이 좋은 것을 말이다.
쿨투라를 처음 넘기고 만난 미술 작품에 눈이 커지고 깜짝 놀랐다. 앗, 그제야 이 작품들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너무 실제같아서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론 뮤익이 만든 작품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얼까. '극사실조각의 안티 리얼리즘: 론 뮤익이 만든 실재'란 제목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감상자가 보자마자 숨이 멎을 만큼 극사실주의 묘사로 완벽히 마감된 뮤익이 조각이 '표상'이라면, 그가 작업실에서 혼자 점토로 빚으며 포착하려 애쓰는 것은 '깊이'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16쪽)
어쩌면 작가는 조각을 만드는 그 긴 시간 자체를 하나의 현실적 삶의 가치를 빚어내는 예술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깊은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고 몰두하는 작가의 삶이 곧 작품인 것. 그렇게 하나씩 쌓아올리다보니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만큼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다 담아낸 것은 아닐지.
김지하 타계 3주기. 김지하 시인이 남긴 작품과 가치와 사상을 제대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의 '추모 좌담'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은 어렵기도 했다. 시인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과 작품들을 감당하기에 내가 갖고 있는 시대적 인식이나 가치관이 제대로인지를 반성하게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외의 작품들에 대해 다양한 측면으로의 접근을 해보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차근히 그 결을 따라가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평생토록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분명 작품들에 남아있을 것이니, 이 좌담을 계기로 하나씩 살펴보는 경험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 드라마, 영화,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이 잡지가, 참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적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지, 잡지란 이런 거지. 다채로운 키워드를 가지고 각가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는 것. 깊이 파고들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들의 총집합. 마치 이 한 권을 가지고 여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그 시작점. 그러면서 지금의 시대와 문화적 현상에 대한 관점을 세워볼 수 있도록, 안목을 제공해주는 역할까지. 지금까지 잡지가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잡지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제대로 경험했다는 느낌. 이제부터라도 다시 알아가보는 시도를 해도 좋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