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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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무엇을 기준으로 이름 붙일 수 있을까. 물론 이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 돈.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기준을 나눌 때 가장 일순위는 당연히 경제적인 능력과 상황일 것이다. 이걸 의심하거나 아니라고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저자 정도라면 가난이 반드시 경제적인 조건만을 가지고 나눌 수 있는 경계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를 눈앞에 두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저자가 갖고 있던 생각과 삶의 태도를 읽는다면 단지 꼭 경제력만으로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힘든 상황이고 당장에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꼭 있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이 저자가 꿈꾸는 삶과 생활, 그리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가치관은 섣불리 가난이란 단어를 써서 설명하기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부제에서처럼,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를 훔쳐봤다. 일기란 참 내밀한 이야기를 담는 글의 종류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므로 일부러 꾸며 말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말로 애써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잘보일 필요도 감출 필요도 없기 때문에,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글이 일기다. 그러니 저자는 이렇게 책으로 엮여 많은 사람들(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까지!)에게 보이게 될 것을 예상하고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솔직하고 진실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전제에서 글을 읽으면 된다는 거다. 그러니, 이 일기의 내용이 더 마음이 와 닿을 수밖에.
이 일기들을 통해 이 저자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삶의 고단함이나 힘듦, 어려운 상황에서의 돌파할 길 없어 난감한 상황 속에서도, 주변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떨 때는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도 있어 보였다. 아마도 이런 마음 없이는 이렇게 꾸준히 일기를 쓰지도, 공부를 하지도, 또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이 읽히기를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나치게 부지런했던 자신의 삶에 솔직했던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보면 사랑? 하고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사랑했던 사람, 그래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 그 열심히 속에서 또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니, 사랑 이야기 맞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의 삶을 배려하고, 또 사회의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신만의 판단을 할 줄 알고 또 쓸 줄 알았다. 이건 끊임없이 쓴다는 행위에서 비롯된 연쇄 작용이지 않았을까. 쓰면서 힘을 받고 또 그 힘으로 살고 생각하고 쓸 수 있었던 저자의 삶을 되짚어 생각하다보면 그 삶에 녹아들어있는 꾸준한 진실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삶은 어쩌면 꾸준함에서 만들어지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만히 해본다. 그런 꾸준함이 과연 나에겐 어떤 부분에서 발휘될 수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고.

그런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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