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좋은 동시 2023
안도현 외 지음, 홍성지 그림 / 상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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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가 좋다. 시를 좋아하지만 요새는 머리가 굳었는지, 시가 참 어렵다. 점점 어려워지겠지, 싶은 마음으로 쉬운 시를 찾는 건 아니다. 시를 좋아하는 마음따라 동시도 이미 좋아진 지 오래니까. 잠시 외국에 머물고 있을 때 '동시마중'을 알게 되었다. 그 동시마중을 구독하고 싶어 얼마나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귀국하자마자 2년 구독을 했으니까. 그리고 때때로 시 필사를 하며 동시 필사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동시를 모아 좋은 시집을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다. 동시를 사랑하는 어른 독자가 있음을, 시인들도 알고 있을지. 동시를 통해 여전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어른 독자가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살짝 가져본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온라인으로만 아이들을 만나야했던 때, 딱딱한 전달사항 외에 내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동시였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동시를 하나씩 적어 보내주었다. '오늘의 시'라는 타이틀로 매일 적어주었다. 아이들의 아주 작은 반응에도 크게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수업에서도 동시는 자주 수업의 재료가 된다. 동시만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뜬금없는 구석에서의 감동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나보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동시를 해석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 괜히 내가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좋은 소통의 자료, 수업의 자료를 하나 얻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이 시집을 보면, 그동안 잘 알고 있던 시인의 이름도 보이지만 잘 모르던 시인의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책머리에'에 소개되고 있는 말처럼, 우리 동시에 대한 사랑이 많은 시인들을 통해 지속된다는 것이 나도 참, 좋다. 오래도록 동시 근처에서 얼쩡거릴 수 있으려면 다양하고 많은 동시가 계속 발표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야 앞으로도 쭉, 동시들을 쏙쏙 골라 읽고 필사하고, 이야기 나주며 동시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눈에 들어오는 시 몇 편을 필사했다. 정말, 이런 마음이라면 우리 아이들과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지 않을까. 뭔가 심장을 쿵, 내리누르는 구석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이래서 동시를 읽지, 싶어지는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엄마,/내가 그 애를 때리면/그 애가 아프잖아(14쪽_고영민 '친구' 중)
그게 숲을 이루는/착한 일이었다는 것도 까먹어요(29쪽_김성민 '착한 일은 그렇게 하는 거니까요' 중)
이제야 깨닫습니다/사랑은 니가 필요합니다(64쪽_신민규 '사랑이란' 중)
밤새 내린 눈이 어쩜 무척 섭섭해/다시는 우리 마을을/찾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90쪽_장동이 '걱정이다' 중)
"왜 잘못 없는 사람들이 다치고 아프고 죽는 거예요?"(100쪽_조인정 '밥을 먹어요' 중)

자칫, 동시는 아이들만 읽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음을 알려면, 어른들도 동시를 열심히 읽어야 한다. 동시에 담아낸 그 마음을 함께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동시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며 따뜻하게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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