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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ㅣ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요즘 들어 읽는 책들마다 두께도 상당해 지레 겁을 먹어버린다던가, 이상하게도 읽다 중도포기를 하며 덮어버린 책이 많았다. 취향이 맞지 않아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책 읽기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해 어려운 분야의 책들만 골라서 그랬던 것일까? 흔한 말로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자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아무 생각 없이 푹 빠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 전환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있던 중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몇 달 전 또 연예인들이 대거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교묘하게 시기가 좋지 않아서 여론에서는 물 타기로 사건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그건 둘째 치고 어쨌든, 우리는 잊을만하면 터지는 마약에 관련한 사건들을 접할 수가 있다. 이 책에서도 그 마약에 관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펼쳐지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약, 살인. 자칫 잘못하면 무거운 분위기가 흐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유쾌 발랄한 문체들로 읽는 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터지는 웃음까지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다면서 정작 여자에겐 ..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정말 무심한, 그렇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열정적인, 감 또한 대단한 열혈형사 정태석. 그리고 강도에게 칼을 맞은 이후로 더 의기소침해져 자신감을 잃어가는 그의 파트너 유병철. 물침대 조성환 형사 - 조삐리 조성환 형사 콤비, 그들을 총괄하고 있는 팀장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그들이 마약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일과 연관되어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잡기 위한 과정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유머러스하고 스피드 있는 전개가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범죄자. 그를 잡기위해서 물 불안가리고 몸도 축내가면서 잠복에 잠입까지 서슴지 않는 강력계 형사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형사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케이블 방송까지 뒤져가면서 프로그램을 찾아볼 정도니까. 제목만 보고는 연애 소설정도로 생각했던 이 책이 나에게 이토록 재미와 흥미를 안겨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의외의 발견을 했다고나 할까?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 흡인력이 정말 대단했던 ‘무심한 듯 시크하게!’ 벌써부터 한상운 ! 이 작가의 후속작이 기대 된다. 이젠 한국소설을 더 사랑해줘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