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만 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친구를 때려 살해한 사건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여자 친구의 변심으로 인해 흉기로 여자 친구를 살해했다는 등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는 이런 극악무도한 사건을 뉴스, 신문,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접하게 된다. 
 

일명 ‘사카키바라 사건’이라고 불리는 연쇄살인사건. 1997년 일본 고베의 한 중학교 정문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초등학생의 머리가 발견된다. 이 사건의 범인은 놀랍게도 중산층 부모를 둔 14살 소년이고, 재미삼아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말해 시민들을 분노와 경악에 빠뜨린다. 그 뒤 범인은 의료소년원을 출소하여 살인을 일으킨지 겨우 6년 만에 일반사회로 복귀하게 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기자 오쿠노 슈지가 30여 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살인사건의 피해를 입은 가족을 취재하여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에세이로 만들어 낸 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추리소설 인줄로만 착각했던 이 책은 실제사건에 관한 에세이다.  

 

1969년 4월 23일 도메이 고속도로 너머의 진달래 꽃밭에서 가가미 히로시는 총 47군데를 칼로 난자당하고 목이 잘린 채 발견된다. 같은 반 친구인 범인 A는 처음엔 자신의 범행을 부인. 모르는 남자들의 소행이라 우기며 진술을 몇 번이나 번복한다. 끝내 자백을 하게 되지만 범인에게서는 일말의 죄책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범행 이유 또한 살인을 일으킬 만큼 납득이 가는 이유도 없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30년이 넘도록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정해놓은 소년법으로 인해 갱생제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소년 A. 그는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교육을 받고, 소년원을 나온 뒤 최고 학부에 들어가 사람들이 선망하는 변호사가 되었다. 성도 바꾸고 범죄경력도 없어진 소년 A. 전력은 있지만 전과는 없는게 법이라니 말이 되는가?
 


반면 피해자의 가족은 30여 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을까? 현재의 모습은 어떨까? 히로시가 죽은 날은 히로시 뿐만이 아닌 가족들이 모두 죽은 날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에게 있어 시간은 멈춰버린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아들이 죽은 뒤 1,2년 정도 몸져누워 매일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었던 히로시의 어머니. 자살미수에 그친 적도 있는 어머니와 이제는 하나뿐인 자식 딸 미유키를 위해 고통을 가슴에만 담고 사시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오빠가 죽고 난 뒤 웃음, 울음, 분노도 다 잃어버리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왔던 동생 미유키. 동생은 자해를 하면서 느끼는 그 고통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현실을 잊게 해주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힘으로써 안정을 찾아왔다. 이러한 트라우마에 빠져사는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고 가슴이 아파왔다. 

 

어느 날 우여곡절 끝에 소년 A와 통화를 하게 되지만, 소년 A의 태도는 너무나도 뻔뻔하였고 역시나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당당해 보이기까지 했다. 변호사가 된 A는 위자료조차 지불하지 않고 뻔뻔하게 살고 있고, 그의 변호사 사무실 앞에는 히로시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진달래꽃밭과 같이 진달래꽃이 흐드러진채 피어있었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우리는 어떠한 끔찍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어 놀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간다. 흔히들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이런 범죄의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 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사건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린 채 살아간다. 어린 학생이라는 이유로, 살인을 일으킨 가해자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일반사회로 복귀 시키는 데에 비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은게 현실이다. 이게 과연 올바른 법인지 생각 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30년 넘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피해자는 그 사건을 잊지 못한다. 아마 평생 동안 떨치지 못하고 살 것이다. 세월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는 작가의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본다.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그 고통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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