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스스로 느낀바가 많았기에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책과 친해지려 했다. 무작정 책만 읽는 것보다 ‘one book - one review’라는 모토를 가지고 독서에 임했는데, 글쓰기를 워낙 멀리 해온 터라 책을 읽고 난 뒤 서평을 쓰는 것이 내겐 그리 쉽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한, 그리고 가슴속에 있는 말들을 글로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 이 책을 단순히 그의 글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글쓰기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실용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단순했던 내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간단히 책에 대해 말하자면, 연암의 아들 종채가 연암의 삶과 글들을 정리한 책을 쓰려고 하지만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때 연암의 제자 지문의 소설을 우연히 받게 되고, 그 속에서 종채가 몰랐던 연암협에서 연암의 생활을 엿보면서 아버지의 글쓰기 방식을 배우게 되어 글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인문실용소설이다. 인문과 실용의 결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다 소설이라니! 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을 통하여 연암의 글을 보게 되고 그의 글쓰기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문 이외에 여러 가공인물들과 실존 인물들이 섞여 있어 팩션이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책의 권수, 글자수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독서가 진정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였을까? 하는 회한이 든다. 그랬던 내 속내를 아는 듯이
“.. 많이 읽고 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야.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음미하고 자세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네 .. ”(p67) 라는 말을 해주면서, 글쓰기의 시작은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것임을 알려준다. 정밀하게 독서하는것!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연암은 우리에게 말한다.  

이외에도
관찰하고 통찰하라 /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라 /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라 / 관점과 관점 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수칙 11가지 / 사마천의 분발심을 잊지말라 는 내용을 담아 글쓰기의 원리, 실전수칙, 글쓰기의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하나하나가 다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값진 수칙들이다. 하지만 내공이 부족한지라 글쓰기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 사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을 배운 것 같아 고맙기까지 하다. 나는 연암의 글들을 통해 사고방식, 생활 속의 지혜 등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것도 부끄럽지만 이 책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내 글쓰기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한번 뱉으면 사라지고 마는 말이 아니라, 지극한 진심으로 한 자 한 자 새긴 글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책의 마지막에 있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은 연암의 글로 미흡한 내 서평을 마친다.
  

 부모의 바람은 자식이 글을 읽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글 읽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도 글을 읽으면, 부모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않는 자 없다. 아아! 그런데 나는 어찌 그리 읽기를 싫어했던고.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