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악녀.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어 인기리에 시즌5까지 나오게 된 악녀일기 !
공주병, 된장녀, 팜므파탈 등 이 시대를 장식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현대의 악녀들.
처음에는 이런 현대의 악녀들과 19세기 명품악녀는 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책을 읽고 나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과 불쾌함에 얼굴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편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100페이지 남짓 되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 그리고 간결한 문체.
쉬이 읽힌다고 해서 결코 내용이 가볍지 만은 않다.   

이 책은 14세 생일선물로 노예 ‘꼬꼬’와 채찍을 받게 된 마리아의 짧은 일기 4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규모 커피농장을 경영하는 부유한 농장주의 외동딸인 마리아의 눈에 비춰지는 노예들의 모습들 -
여자노예를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고 이용하는 마리아의 아빠
하이힐로 노예의 얼굴을 때리고 이제는 예쁘지 않게 되었다고 흐뭇해하는 마리아의 엄마
대화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노예를 무시하고 상품화시켜 이야기하는 아줌마들 -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는 마리아는 전혀 죄책감, 죄의식을 갖지도 않은 양 노예들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마리아에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준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담하게 서술한 마리아의 일기를 통하여서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을 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것이 더 효과적이며 충격적으로 우리에 마음속에 다가올 수 있었던 요소라 생각한다.

노예제도.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 일까?
연예인 노예계약서 문제,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저임금문제, 미성년자의 노동력 착취 등등
이러한 문제들이 또 다른 이름의 노예제도는 아닐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난 후에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게 만든 이 책.
나에게 숙제가 하나 더 는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