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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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도서는 제이그림책포럼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사실... 당첨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책이다.
작가의 이전 책들도 다 봤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이어서 과연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을지.. ?라는 자기 검열로 인해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고, 이번 책도 그렇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서점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나 소개글을 보면 너무 궁금하고 관심이 가서 실제로 책을 봤는데 기대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책.
다른 이야기가 좋을 수도 있고 실망시킬 수도 있는데
<나무>는 좋은 것도 아니고 실망시킨 것도 아니었다.


' 나무 저편, 미지의 세상이 궁금한 두 친구의 순수한 호기심과 엉뚱한 상상을 담은 이야기'라는 소개에 사실 나의 초점은 두 친구보다도 나무와 그 너머 미지의 세상에 있었다.

난 갈지 말지가 아닌 궁금하면 가서 그 세상을 봐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에선 끝내 미지의 세상은 미지의 세상으로 남는다. 만약 두 친구가 미지의 세상으로 나갔다면 그건 모험이야기가 되었겠지..;;;

미지의 세상은 미지의 세상으로 남겨두고, 두 인물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밥은 나무 너머에 대한 호기심은 있으나 개가 쫓아왔던 무서운 경험으로 인해 더이상 가지 못하고 여전히 궁금하기만 하다. 호기심에 비해 겁이 많고 커다란 당근을 가질 수 있을만큼 현실도 만족스러워보인다.

그에 반해 힐버트는 두려움이 없어 경계를 넘나든다.

힐버트는 나무 너머에 다녀왔었고 나무 너머가 궁금한 밥에게 특별한 건 없다고 얘기한다. 난 이 말에 멈칫했다.

다녀왔기 때문에 나무 너머는 특별한 게 없다고 단정짓는 말을... 나도 누군가에게 하지 않았을까.

밥은 힐버트가 허풍을 떤 모든 말을 믿진 않겠지만 나무너머에는 끝내 가지 못할거다. 힐버트가 했던 특별한 건 없다는 말이 밥의 마음에 남아 나무 너머에 가지 않아도 될 변명이 되었을테니까. 처음과 똑같은 마지막 '...' 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꼭 미지의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궁금하다면 가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힐버트를 보며 가보았든 안 가보았든 누군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특별하지 않다고 못 박지 말고 손 잡고 같이 가보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특별하지 않아졌을지언정 누군가에겐 특별한 곳이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책의 마지막 나무는 밥이 가보고 싶어하던 그 나무일까? 아니면 밥은 그 나무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다른 나무를 찾았을까? 이 또한 알 수 없다.

삶이 다양하듯 누군가 가 본 길이 궁금할 수도 있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 가보고 싶을 수도 있고. 저마다 가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가 다를 것이다. 또한 미지의 세계를 가지 않고 현실에 만족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 중 하나이다.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다.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선택해야 할 문제이고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난 가고 싶은 곳이 많아 왔다갔다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문제고......;;;

바두르 오스카르손 특유의 유머코드는 여전했다.
날 수 있다고 허풍떠는 모습이 장난 같아 웃기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게 하는 작가의 유머.

또한 이번 책에서는 전작들이 떠오르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어디 있니, 윌버트?>가 생각나는 나무와
<풀밭 뺏기 전쟁>에서 개가 토끼를 쫓아냈던 장면이 생각나는 밥의 말. "개가 한마리 쫓아오는 바람에 도망치고 말았거든요"
<납작한 토끼>가 연상되는 힐버트의 말. "하늘에서는 오랫동안 몸을 납작하게 하고 있어야 하거든"
이후 나올 책들도 연관성을 가질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아이와 재밌게 읽고 상상놀이를 할 수 있다면 어른들과는 비어있는 공간마다 질문으로 채워져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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