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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 요즘 TV보단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마저도 클럽하우스라는 어플에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 특히 테크 부문에서 세대의 간극은 '간극'이란 표현이 무색할만큼 큰 격차를 보인다.
집에 계신 부모님을 제외하면 각종 영상물은 OTT 플랫폼에서 압도적으로 소비되는 추세다.
# 그리하여 업계에선 급하게 드라마, 영화화 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오리지널도 당연히 있지만(펜트하우스) 해외 원작을 각색해 만드는 경우 (종이의 집, 언더커버),
책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영상화 하는 경우는 더 흔하다 (스위트홈, 좋아하면 울리는).
검증 된 독자와 팬이 있고 컨텐츠의 힘도 확보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튼 실패할 시간 조차 없는 게 요즘 시장의 화두인가 보다.
# 시나리오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습작에 가깝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재생산 되는 컨텐츠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걸 넘어 혼자 캐스팅까지 해보게 되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김호연 작가의 신작 ' 불편한 편의점 ' 이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작품보다 또렸했다.
알콜성 치매로 서울역에서 노숙하던 '독고'씨가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의 지갑을 찾아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8명의 시선과 8번의 밤, 8개의 에피소드로 독고씨와 용산구 청파동의 훈훈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똘똘한 알바생 시현 (=고아성),
나이를 넘어 새로운 재능을 꽃 피우려 고군분투하는 극작가 인경 (=손담비, 김용지),
똑같이 이쁜 두 딸을 위해 매일 밤 참참참 패키지를 들이켜는 경만 (=김인권, 윤경호),
일발장전 화력 뿜뿜 오전 알바를 책임지는 선숙 아줌마 (=염혜란),
역사 교사로 정년 퇴임한 마음씨 좋은 편의점 사장 염여사 (=고두심),
단절 된 세상에서 기억을 찾아 한발짝 나아가려는 , 느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팩폭의 달인 독고씨 (=조진웅, 차승원).
이렇게 배우와 배역들을 맘에 그리며 남영동에서 학원 다니다 가끔 올라간 청파동 골목들을 떠올렸다.
# 바꾸지 않아도 정성을 들이고 싶은 것들이 있다. 대부분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조금 서툴고 불편해도 가까워질 수 있다면. 나 같은 인간도 어떻게든 해 내고 있다는 걸 말할 수 있다면. 오히려 자유롭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오늘도 '내 글 구려병'에 잠식되어가는 나.
나도 용기를 내야지. 암. 일단 편의점 좀 다녀오고 나서. 흣 -
넷플릭스는 [ 불편한 편의점 ] 의 판권을 빨리 확보하길 바란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이게 무슨 팝콘 터지는 소린가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독고 씨가 옥수수수염차를 따서 건넸다. 그녀는 한여름의 생맥주처럼 벌컥벌컥 들이켰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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