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24가지 이유 -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시즌 2
정찬용 지음, 김학수 그림 / 씽크스마트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중학교 영어 교사이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일단 내용이 한 페이지의 반 정도도 안되는 편집으로 페이지를 늘려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부분 조목조목 한국 영어 교육의 여러 면을 비판한 것을 읽으며, 맞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의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서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우리 애들에게 영어 교육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물론 이 책에서 비판한 한국의 영어교육이라는 것은 초 중 고등학교의 영어 교육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런 면에 대해 불편한 마음으로 읽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가지 영어 교육을 전공한 나로서 의문점이나 동의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 중 하나가 "엄마표" 영어에 대해 저자가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잠수네 영어 공부 방법" 시리즈를 읽어보면, 이 책에서는 꾸준히 미국 현지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에 노출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 세가지가 바로 "흘려 듣기" "집중 듣기" "읽기"인데, 이것이 바로 엄마표 영어의 핵심이다. 흘려듣기는 영어로 된 영화나 영어그림책이나 영어책 오디오 북을 듣는 것이고, 집중 듣기는 테이프가 있는 영어 책을 테이프를 들으며 그 책을 한줄 한줄 따라 눈으로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읽기는 최소 "300권"을 읽는 것인데, 영어로 된책 300권이나 30권을 10번씩 읽으면 읽기에 문제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닉스는 선택사항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하지만 저자는 엄마표 영어가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 영어는 엄마의 잘못된 발음을 아이들이 익힐 수 있다는 언급만 있을 뿐이다. 영어 유치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나, 토익 시험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것이 사실은 필요가 없다는 것 등 여러가지 공감이 가는 얘기도 있지만, 저자가 "언어 습득론"이나 "영어 교수법"에 대해서 책을 읽은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다. 왜냐하면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나온 "기계식 학습법(mechanical learning)"은 유의미학습법(meaningful learning)으로 가는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영어 학습을 하는데 있어서 패턴 드릴이나 회화 암기는 유의미학습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것에 대해 폄하하는 것 같아서 좀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3년만 2시간씩 현지 영어가 쓰이는 영화나 오디오 북이나 책을 읽으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서 기계식 학습법이나 회화 문장 암기 같은 과정이 사실은 무시될 수 없으며, 해석이 없이 영어만을 100%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저자의 편협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또한 문법에 대해 폄하한 것도 사실은 여러 교수법이나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사실 문법적 지식은 원어민이 아닌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에게는 문장의 오류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므로, 문법을 알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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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ea 2012-01-3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읽어보았습니다.
영절하 경험자로서.. 비록 저자 본인은 아니지만 몇가지 말씀드리고자 로그인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엄마표 영어 운운하는 곳의 경우 저자가 상황설정을 너무 단순화하고 일반화해버린 오류가 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부모가 제대로 시킨다면 참 좋은것이 집에서의 학습법. 암기에 대해서도 저자는 너무 단순화하고 일반화해버린 면이 있습니다. 저자의 얘기는 실제로 말을 쓰려면 암기하면 까먹으니까 암기 대신 체화를 하는것이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를 쓰는 뇌의 부위와 암기(학습)를 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그 근거들 중 하나로서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법이 필요없다는 것에 대해 저자는 강연회 등에서 문법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자기 입으로요. 단 문법'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그의 주장을 좀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일상적인 생활 영위에 쓰는 '사용하는 영어'에 국한한다고 했을 때 문법공부가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문장의 오류를 찾아야 할 때는 속으로 읽으면 알게 된다는 건데, 가령 "친구가 가방이 들고 있다" 라는 문장에서 뭐가 틀렸고 어떻게 고쳐야 맞는지 누구든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법적인 용어를 곁들여서 폼나게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문법을 알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요. 정찬용씨의 얘기는 이겁니다.

그런데 해석 없이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은, 좀 불편하시겠지만, 맞는 주장입니다. 저자가 제2의 모국어니 뭐니 운운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이건 영절하를 직접 해본 사람만 알기 때문에 부연해서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령 영절하 3단계를 통과하게 되면 영문을 볼 때 머리에서 해석하기 전에 알아서 이미지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구조 분석에 돌입하기 전에 이미 눈으로 따라가면서 뜻이 이해되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