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맨드 - 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은 데이브였다. 데이브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돼지 데이브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고, 그렇기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이라는 언맨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니.


데이브가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돼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보니 조금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언맨드는 언젠가 실제로 일어날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로봇이 등장한다. SF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철학적 소설이랄까. 벌써부터 로봇과 IT기술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세상 속에서, 책에는 우리가 상상만했던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로봇들이 등장한다. 업무를 절감시켜주는 로봇부터,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로봇까지. 그 로봇들에게서 감정이 자라나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독립된 자아를 갈망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주인을 떠나고, 인간이 되고자 인간의 기억까지 옮겨온다. 이런 SF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인간이란 무엇인지, 기억이 사라져도 인간이 존재하는 건지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얼핏 들으면 난해할 것 같지만,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는 데다가 책 자체가 길지 않아서 순식간에 완독하게 되었다. 배달부가 일을 빼앗기는 부분은, 왠지 십수년 내에 현실이 될 일일것 같기도 해서, 언젠가는 이 책의 내용이 현실에서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SF소설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고, 섬세하고, 인간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게 만드는 SF소설이라니. 사실, 데이브를 읽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지만, 내 스스로가 굉장히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싶다. 데이브를 읽을 때는 외형이 인간과 비슷하다면 인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외형이 인간이어도 내가 이 로봇을 한사람의 온전한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을 옮긴다고 해서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를 통해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