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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몇개월 전쯤인가, 우연히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커트보니것이라는 십여년 전 세상을 떠난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커트 보니것의 해'가 지정되었을만큼 유명한 SF 블랙코미디 작가였다고 한다. 호불호가 있는 작품을 저술했다고 하는데, 나는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무척 인상깊기 읽었기때문에, '갈라파고스'를 읽기 시작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곳이라고 알려진 갈라파고스를 1986년으로부터 백만년 이후의 사람들이 와서 탐험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도 갈라파고스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쓴 것이라고 한다. 책의 초반부에는 이런 질문이 등장하는데, '거대한 뇌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한때는 거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백만년 이후는 뇌가 더 작은 신인류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조상이 '바이아데다윈호'에 탑승해 1986년 갈라파고스의 산타로살리아 섬에 도착한 그들이 되는 것이다.
책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 인물들 중에는 이름 앞에 별표가 달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죽게되는 사람들을 미리 표시해 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전지적 작가시점을 취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 스포 아닌가, 그러고서도 이야기 진행이 되나 싶긴 하겠지만. 그게 또 매력적인 게, 전지적 작가의 역할을 하는 화자가 유령이었다. 너무 거대한 뇌가 인류에게 결함이 된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자도 바로 그 유령이다. 심지어 책 밖에 있는 독자들과 의사소통도 시도한다. 개인적으로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궁금했지만, 유령인 화자가 매력적이어서 더 책이 재미있어진 것 같다.
책이 약간 두꺼운 편이기도 하고, 좀 지루한가 싶은 부분들도 군데군데 존재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다 읽을만큼 재미있었다. 이야기가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약간 정신사납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이 책의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왠지 이 책을 보니 갈라파고스를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