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그녀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썼다는 사실과 하이데거와 연인관계 였다는 것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에 대해 아주 얕은 관심을 갖고 언젠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나 아렌트의 전기를 먼저 읽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으면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아서 이 책을 먼저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아주 어릴적 부터 천천히 살아온 인생을 되짚으며 한나아렌트가 살아온 시간을 따라 흐른다. 군데군데 사진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그 점이 좋았다. 세계 제2차대전이 일어나고 유대인이 박해를 받고 수용소에 갖히던 시절을 살아온, 유대인 여성 한나아렌트는 결국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그런 모든 풍파속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내는 그녀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책의 뒷부분에는 전기라면 당연히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연보와 함께 참고문헌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상당히 많은 양의 참고한 편지들과 문헌들을 보니, 막연하게 이랬겠지 하는 형식의 전기가 아니라 다양한 사료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증하고 확인해가면서 쓰여진 책 같아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그녀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 이제 드디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