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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개인적으로 내가 에세이류를 크게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사실, 표지 때문이였다. 보기만해도 청량함이 물씬 풍기는 것 같은 파란 하늘과 초록빛 들판의 조화라니. 무엇보다 뒤표지에 나오는 수국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책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간 두껍다. 그런데 글 쓰는 재주가 워낙 탁월한 작가가 쓴, 에세이이다 보니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작가가 묘사하는 아조레스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읽다보면 책이 생각보다 짧다고 느끼게 될 수 도 있다. 아조레스의 매력은 풍경적인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포함해서, 책 전반에 줄줄 흐른다. 현재의 나는 복잡하고 딱딱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1분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답답하다고 바닥을 쿵쿵차고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있다. 그런 현재의 내 생활과는 전혀 다른, 물론 책의 후반부에 가서 변화하고 있는 아조레스를 이야기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인 풍경도 분위기도 살고있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다른 아조레스에 대해 읽다보니 마치 내가 이곳으로 힐링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책으로 이렇게 힐링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인데. 왠지 두번째 휴가를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카가후새의 울음소리가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니, 울음소리가 작가가 표현한 그대로, 개구리 같았다. 새라고 생각하고 듣지 않았으면 개구리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소리랄까. 실제로 들으면 얼마나 웃길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아조레스를 가서 카가후새의 노랫소리도 들어보고, 탐스럽게 핀 수국을 따라 걸어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