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은 꼭짓점 하나를 먹고 다른 꼭짓점으로 공략 지점을 옮기거나, 혹은 옆면을 살짝 베어 물면서 제법 안정적으로 전체를 먹을 수 있다. 마지막 꼭짓점 하나를 입안에 쏘옥 밀어넣으면 밥알 하나 흘리지 않는다. 이토록 완벽하게 준비된 도형이 어딨단 말인가. 삼각은 면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각이고, 그래서 가장 깔끔한 각이며,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각이다. 그러니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났을까.‘ 한탄하는 인간들이여. 삼각김밥 하나에도 이토록 속이 꽉 찬 이유가 존재하거늘, 당신의 모양과 능력에도 다 쓰임이 있음을 알아두시라. - P23

누군들 눈물 젖은 밥이 없을까. 오늘도 누구는 삼각김밥 한 귀퉁이를 서둘러 베어 물고, 누구는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을 버리지 못해 챙겨 가고, 누구는 폐기 처리된 삼각김밥을 먹으며 시급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편의점 알바로 하루를 버티고, 누구는 삼각김밥으로 만든 어설픈 참치죽을 먹고 일터로 향한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사연은 달라도, 눈물은 다 짜다.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