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할 뿐인데 얼결에 운동이 된 거지만, 또 생각해 보면 모든 운동이 그런 식이다. 사르트르의 ‘앙가주망‘ 개념을 살짝 빌려 표현한다면, 어쩌다 보니 생긴 ‘자연적인 연루‘가 참여적인 연루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축구가 좋아서 할 뿐인데., 개인적인 불쾌함을 견디지 못해 맞섰을 뿐인데, 체육 대회에 나가지 못해 속상해서 항의했을 뿐인데, 그냥 보이는 대로 엄마를 그려 갔을 뿐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인데, 사회가 욕망을 억눌러서 생겨나는 이런 작은 ‘뿐‘들이 모여 운동이 되고 파도처럼 밀려가며 선을 조금씩 지워 갈 것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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