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대한 유쾌하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나는 내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유안,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해. 지금 넌 회복되고 있는 거야. 몇 년이 걸리건,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잃어버린 것을 자꾸 의식하지 마.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고도 편안할 수는 없어. 우리가 쉴 때도 우리는 끊임없이 몸을 뒤척이잖아. 살아 있는 건, 곧 움직이는 거야. 왜 ‘생동한다‘는 표현을 쓰겠어?"
그 이후로 나는 한나에게 다시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한나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한동안은 ‘움직임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특히 깊은 밤에, 내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침대 위에서 신음하다가, 문득 그 모든 통증들이 물러나고 나의 움직임도 근육도 고요해지는 어떤 새벽에.
고정된 것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정적인 세계는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었다. -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