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옮기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단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또 골라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쓰고 또 쓰다 보면 그것은 보르헤스의 소설에서처럼 실물 크기의 지도를 그리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82세에 사망한사람의 삶의 책이란 82년 동안,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읽어야 하는분량의 책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외로운 책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읽었고 읽을 수 있으며 단 한 번 낭독되었고 앞으로 결코 완독될 일이 없는 책이다. 누구도 읽을 일 없는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쓰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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