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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친해진 각양각색의 인물들. 키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게이 ‘곤마마’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집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혼다 씨는 헬스클럽 ‘사브(SAB)’에 처음 가던 날, 프리웨이트존에서 운동을 하는 거구의 사나이를 발견하는데 그가 지닌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분을 맺게 되고 별명도 얻는다. 덤벨을 들어 올릴 때 웃음소리 같은 기묘한 소리를 낸다고 ‘게라 짱’. 그리고 그곳에서 성격도, 나이도, 생김새도 천차만별에 괴짜이기는 해도 착하고 마음 따듯한 사람들을 만난다. 금발 소프트모히칸 센세 ‘시카이’, 음탕한 생각만 하는 광고대리점 사장 ‘사초’, 시건방지면서도 수줍은 미남형 고교생 ‘슌 군’, 베일에 싸인 섹시 미녀 ‘미레 씨’. 누구나 고민은 있다. 그리고 해결법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법이다. 다만 누군가 곁에서 살짝 등을 떠밀어준다면 훨씬 살아가는데 힘이 되지 않겠는가.
“가장 괴로울 때 웃는 것, 사실은 그게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비법이라오.” p.33
1장. 혼다 소이치의 추신
중년의 만년 대리 영업직 샐러리맨 혼다의 눈에 들어온 헬스클럽 광고전단지. 운동을 하니 살도 빠지고 생활에 활력이 생기지만 딸이 요리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한다. 딸을 혼자 외국에 보내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을 자식은 알기나 할까?
* 곤마마의 조언; 가끔은 서로에게 상처를 줘도 돼요. 화해하면서 더 깊은 정이 생기거든요. 그게 가족이죠.
* 추신☆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빠와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합니다.♪
2장. 이노우에 미레의 해방
베일에 싸인 미녀 미레의 정체는 폭력성 짙은 하드보일드 만화 작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하고 마감에 쫓기며 사는 단조로운 생활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다. 헬스장에서 손가락을 다치게 되자 어쩔 줄 모르는데 곤마마는 시원하게 그녀를 해방시켜 준다.
* 곤마마의 조언;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느냐 아니겠어? 어차피 일어난 일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어난 일을 기회로 삼을 수는 있어. 위기는 기회야.
* 칵테일 블루문; 있을 수 없는 일 / 카미카제; 당신을 구한다 / 카시스 소다; 그대는 매력적이야
3장. 구니미 슌스케의 양 날개
고교생 슌스케는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친구도 별로 없고 부모는 이혼해 늘 혼자다. 그래서 시작한 종이비행기 접기가 취미이자 특기다. 어느 날 헬스장에 초등학교 동창 에나가 등장하자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애꿎은 근육만 키우는데 짓궂은 어른들이 오작교가 되어준다.
* 곤마마의 조언; 하지만 처음부터 포기한 사람은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해도 전혀 아름답지 않아.
* 영화 시월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잃어본 적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다.
4장. 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
딸을 잃고 슬픔을 가눌 길 없는 부부. 치과의사 시카이는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실없이 떠들어대고 아내는 오히려 멍한 상태로 둘 사이에는 엷은 벽이 서있다. 딸의 기일, 묘지에서 감정이 폭발하는데 묘비위에 앉아 어이없어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듯한 고추잠자리를 보고 순간 딸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 곤마마의 조언; 슬플 땐 울면 된다. 불안할 때는 불안해하면 되지, 그 감정을 속일 필요 없다.
* 칵테일 솔티 도그; 과묵하다
5장. 스에쓰구 쇼지부로의 사죄
68세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에쓰구는 광고대리점 사장으로써 요즘의 유토리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걸지도 모른다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일을 맡겼는데 클레임이 들어온다. 사죄는 필요하겠지만 벽을 허무니 소통의 길이 열린다.
* 곤마마의 조언; 눈앞의 다른 사람은 어쩌면 거울 속의 자기모습일지도 모른다. 혼자서 전력질주하기보다 가끔 속도가 느린 인재를 섞어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 칵테일 올드패션드; 나의 길을 간다.
6장. 곤다 테츠오의 아훔
헬스클럽 근처 뒷골목에서 ‘히바리’라는 작은 술집을 경영하는 곤다는 저녁 운동 후 해 뜰 무렵까지 카운터를 지키며 손님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과 상담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혼자라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미소녀 바텐더 카오리는 그를 이해하고 그가 해준 조언을 되돌려 준다.
* 곤마마의 조언; 아훔의 ‘아’는 입을 벌려 내는 소리로 자음의 처음이고, ‘훔’은 다물고 내는 소리로 자음의 끝이다. 즉, 아훔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떤 사물이든 아와 훔 사이의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고, 자신이 살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뿐이다.
* 칵테일 럼콕; 자유, 혁명, 그리고 좀 더 의욕적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야. 과거와 미래를 염려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를 슬퍼하면 모처럼 살고 있는 ‘지금’이 불행해질 뿐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중한 ‘지금’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면 안 되겠지?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만을 음미하며 살자.
그게 바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란다......
p.287
칵테일에도 꽃말처럼 의미가 있다는 건 몰랐다. 고독함, 슬픔, 불안 등등의 정신적 상처를 칵테일 한잔과 함께 위로를 받는 공간 ‘히바리’.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는 작은 엽서 크기의 간판이 붙어 있을 뿐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의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치유를 받은 기분이다. 그야말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나 할까. ‘당신으로 인해 행복합니다.’ 라는 작은 소리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