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명탐정 - S큐브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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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서점이 너무 좋아서 서점 직원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용돈을 모아서 동네서점으로 달려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깔끔하게 포장을 해주던 언니가 무척이나 예뻐 보이던 기억도 난다. 대형서점은 나의 놀이터이자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하나둘 사라질 위기에 처해버렸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나부터도 책은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즐겨 찾고 있으니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아무려나 서점이 로망이었던 관계로 서점을 무대로 한 소설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데, '니타도리 케이'의 [서점의 명탐정 レジまでの推理 本屋さんの名探偵]은 표지의 가벼운 느낌 때문에 조금 망설여지던 책이었다. 하지만 일상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와중에 드러나는 서점에 대한 애정과 서점 직원의 업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면 서점 직원이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사실 뒤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란 정말 많을 것 같다. 입고되는 책을 진열하고 반품할 책들을 정리하고 잡지에 부록을 끼워 넣고 만화책은 래핑을 하고 POP까지 만들어야 한다. 박스를 나르고 책을 꺼내고 넣느라 손에 베인 상처는 아물 새가 없는데다 손이 건조해져 지문이 지워진다. 계산대 업무, 회계 정산, 배달, 청소, 아르바이트 근무표 짜기, 책도둑 잡기, 손님 대응, 출판사 및 거래처 응대, 저자 사인회 기획 등등 힘도 써야 하고 머리도 굴려야 하는 직업이 바로 서점 직원이다. 틈틈이 책을 읽을 시간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탐정이라는 특수한 업무까지 즐겁게 해낸다.

 

[일곱 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유학을 떠나는 남자의 고민. 여자친구가 보내 온 일곱 권의 책에 담긴 의미는?
[모든 것은 에어컨을 위해]

친구와 둘이 이삿짐을 싼 후 감쪽같이 없어진 저자 사인본 한 권. 어떻게 사라진 걸까?
[통상 업무 탐정단]

밤사이 서점 문 안쪽에 붙인 인기 작가 사인 포스터에 낙서가 되어있다. 범인은 누구일까?
[서점이여 영원히]

서점의 재정은 날로 악화되어 가는데 게다가 협박장이 날아든다. 그리고 일어난 화재. 서점 직원들의 내일은?

 

마지막 편의 반전다운 전개가 좋았다. 매장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후방 창고 겸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POP만 만들다가 사건만 생기면 불쑥 나타나 시원하게 해결하고 사라지는 점장과 아르바이트면서도 점장 대신 일을 척척 해내는 성실한 직원 아오이의 콤비가 뿜어내는 매력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OO씨가 내민 손을 잡았다. 비교적 건조하고 지문이 느껴지지 않는, 서점근무자의 손이었다.” 언제나 책을 만지기 때문에 서점에서 일하다보면 지문이 사라진다는데 우리 가족의 지문이 모두들 흐릿한 건 매일 밤 책을 부여잡고 있기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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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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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는 은행 강도가 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로스앤젤레스만을 배경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크레이스의 [투 미닛 룰]은 은행 강도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은행 강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속도. 프로라면 무조건 2분 내로 빠져나간다. 은행 직원들이 소리 나지 않는 경보기를 작동시키고, 경비회사에 접수되고, 신고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2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장한 아마추어로 사람이 다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프로였던 맥스 홀먼이 은행을 털다가 체포된 건 ‘2분의 법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심장마비가 온 노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탓이었다. 덕분에 ‘영웅이 된 은행 강도’라는 별명과 함께 선처를 받아 10년을 복역한 맥스가 출소하기 하루전날, 하나뿐인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누가 내 아들을 죽였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차를 훔치고, 트럭을 강탈하고, 은행을 털며, 술과 마약에 취해 살던 맥스가 개과천선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건만 경찰이 된 아들의 자랑스러운 모습 한번 보지 못하고 말았으니 그저 지켜만 볼 수는 없었으리라. 사건은 범인의 자살로 종료되어버리고 맥스는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에 대해 납득할 수가 없다. 아들의 책상에서 미치광이 2인조 은행 강도 사건 자료를 발견하고 무언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경찰을 찾아가지만 아들 리치를 포함한 죽은 4명의 경관들이 부패 경찰이라는 오명만 들은 채 쫓겨나고 만다. 아들은 자신과는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리라 결심한 맥스는 예전에 자신을 체포한 FBI요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작품이 비슷한 장르의 스릴러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주인공 맥스 홀먼이 전과자이기는 해도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부분이다. 액션 히어로가 아닌 한 아버지로서 슬픔과 분노를 밑거름삼아 진실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크다.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과거를 후회하고 아들이 범죄자였던 자신과는 다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부전자전’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싶었던 아버지. 그래도 역시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으며 아버지의 힘은 위대했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작품에 흐르는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 이야기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Hill Street Blues>,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등 세계적인 TV시리즈의 각본가여서인지 프롤로그에서부터 클라이맥스와 에필로그까지 적절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연상된다. 최근 읽은 미스터리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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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플래츠
윌리엄 랜데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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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경찰 소설이라고 생각했더니 전직 검사 출신 작가의 작품이다. 읽다보면 <L.A. 컨피덴셜>의 저자 제임스 엘로이와 <무죄추정>의 저자 스콧 터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경찰이라는 조직에서의 비정한 현실이라든지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그에 따른 갈등 같은 씁쓸한 분위기가 전편에 걸쳐 흐른다. 결말은 경악을 부르는 반전이라기보다는 독자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쪽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 계속 반복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악인은 처벌되어야 마땅하다는 논리로 어떤 행위나 상황을 합리화해도 좋은 걸까.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

 

1977년 보스턴, 한 경관이 술집에서 강도에게 굴욕적으로 살해당한다. 1987년 미션플래츠, 마약소탕작전에 투입된 경찰 중 한 명이 문 너머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진다. 1997년 메인주의 작은 마을 베르세일스, 호숫가 별장에서 댄지거 검사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세 사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작품 속 화자인 트루먼이 독자를 안내한다. 벤 트루먼은 치매였던 엄마를 몇 년 전에 잃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베르세일스의 서장이 된 초보 경찰로 사건 현장을 기웃거리다 은퇴한 경찰 켈리를 만나 함께 수사에 참여하고자 보스턴으로 향한다. 수사팀에서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헤럴드 블랙스턴이라는 마약조직 두목. 신출귀몰한 존재라서 쉽사리 잡히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사건에는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걸 느낀 벤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간다.

 

세상에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들 역시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 따라서 개인적인 사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기에 각자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작품은 진도가 빨리 나가는 소설도 아니고 스릴 서스펜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구의 입장에서든 이해가 간다. 설사 그가 범죄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특히 ‘치매’라는 병이 가져오는 불행한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각도로 따져 개인의 선택이 가능한 세상이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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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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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 아키오는 가장 흔한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는 작가라고 소개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소확행小確幸을 아주 잘 표현하는 작가랄까. 작품을 읽을 때마다 어디서나 만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가벼운 터치지만 진심을 다해 써내려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마일, 스미레] 역시 웃음과 감동이 함께 범벅이 되는 작품이었다. 혼자 피식거리다 눈물을 닦기도 하게 만드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은 누군가 옆에 있을 때 읽으면 민망할 것 같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위해 달리는 주인공 스미레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웃는 얼굴을 선물해 주었다.

 

타고난 음감 덕분에 뮤지션의 재능을 단번에 캐치해내는 능력을 지닌 사쿠라 스미레는 자신의 힘으로 뛰어난 재질을 지닌 음악인들을 발굴해 키우고 싶은 마음에 다니던 거대 음반사를 박차고 나와 1인 인디 레코드 회사 스마일뮤직을 만든다. 혼자 모든 것을 다하려니 늘 수면부족에 바쁜 일상이지만 더없는 보람을 느끼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배신을 당하고 만다. 애인과는 오해가 생기고 눈물만 나오는 상황,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의 응원을 받으니 때맞춰 한편에서 또 다른 손길이 다가온다. 새로운 뮤지션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 스미레. 때로는 응징하기 위해, 가끔은 기합을 넣어주기 위해 로우킥을 날리며 신나게 달린다.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 행복이 찾아온다.’라는 신념으로.

 

짧은 일본어 지식으로도 스미레가 제비꽃인 건 어떻게 알게 되었기에 당연히 그런 뜻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영어 스마일Smile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란다. 역시 말장난을 좋아하는 일본인다운 해석인데 어쨌거나 좋은 의미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 잘 웃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에게 웃음을 주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니, 그런 다정한 부모에게서 자랐기에 스미레는 주저앉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것이리라. 매사에 소심하고 행동력이 약한 기질을 지닌 나로서는 힘든 일이 있어도 툭툭 털고 일어서 또다시 달려가는 스미레의 씩씩한 성격이 무척 부럽기도 했다. 그녀만큼 적극적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웃고 지내는 일만큼은 실천하기로 하자. 웃는 자에게 행복이 찾아온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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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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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친해진 각양각색의 인물들. 키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게이 ‘곤마마’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집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혼다 씨는 헬스클럽 ‘사브(SAB)’에 처음 가던 날, 프리웨이트존에서 운동을 하는 거구의 사나이를 발견하는데 그가 지닌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분을 맺게 되고 별명도 얻는다. 덤벨을 들어 올릴 때 웃음소리 같은 기묘한 소리를 낸다고 ‘게라 짱’. 그리고 그곳에서 성격도, 나이도, 생김새도 천차만별에 괴짜이기는 해도 착하고 마음 따듯한 사람들을 만난다. 금발 소프트모히칸 센세 ‘시카이’, 음탕한 생각만 하는 광고대리점 사장 ‘사초’, 시건방지면서도 수줍은 미남형 고교생 ‘슌 군’, 베일에 싸인 섹시 미녀 ‘미레 씨’. 누구나 고민은 있다. 그리고 해결법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법이다. 다만 누군가 곁에서 살짝 등을 떠밀어준다면 훨씬 살아가는데 힘이 되지 않겠는가.

 

“가장 괴로울 때 웃는 것, 사실은 그게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비법이라오.” p.33

 

1장. 혼다 소이치의 추신
중년의 만년 대리 영업직 샐러리맨 혼다의 눈에 들어온 헬스클럽 광고전단지. 운동을 하니 살도 빠지고 생활에 활력이 생기지만 딸이 요리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한다. 딸을 혼자 외국에 보내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을 자식은 알기나 할까?
* 곤마마의 조언; 가끔은 서로에게 상처를 줘도 돼요. 화해하면서 더 깊은 정이 생기거든요. 그게 가족이죠.
* 추신☆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빠와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합니다.♪

 

2장. 이노우에 미레의 해방
베일에 싸인 미녀 미레의 정체는 폭력성 짙은 하드보일드 만화 작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하고 마감에 쫓기며 사는 단조로운 생활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다. 헬스장에서 손가락을 다치게 되자 어쩔 줄 모르는데 곤마마는 시원하게 그녀를 해방시켜 준다.
* 곤마마의 조언;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느냐 아니겠어? 어차피 일어난 일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어난 일을 기회로 삼을 수는 있어. 위기는 기회야.
* 칵테일 블루문; 있을 수 없는 일 / 카미카제; 당신을 구한다 / 카시스 소다; 그대는 매력적이야

 

3장. 구니미 슌스케의 양 날개
고교생 슌스케는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친구도 별로 없고 부모는 이혼해 늘 혼자다. 그래서 시작한 종이비행기 접기가 취미이자 특기다. 어느 날 헬스장에 초등학교 동창 에나가 등장하자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애꿎은 근육만 키우는데 짓궂은 어른들이 오작교가 되어준다.
* 곤마마의 조언; 하지만 처음부터 포기한 사람은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해도 전혀 아름답지 않아.
* 영화 시월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잃어본 적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다.

 

4장. 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
딸을 잃고 슬픔을 가눌 길 없는 부부. 치과의사 시카이는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실없이 떠들어대고 아내는 오히려 멍한 상태로 둘 사이에는 엷은 벽이 서있다. 딸의 기일, 묘지에서 감정이 폭발하는데 묘비위에 앉아 어이없어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듯한 고추잠자리를 보고 순간 딸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 곤마마의 조언; 슬플 땐 울면 된다. 불안할 때는 불안해하면 되지, 그 감정을 속일 필요 없다.
* 칵테일 솔티 도그; 과묵하다

 

5장. 스에쓰구 쇼지부로의 사죄
68세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에쓰구는 광고대리점 사장으로써 요즘의 유토리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걸지도 모른다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일을 맡겼는데 클레임이 들어온다. 사죄는 필요하겠지만 벽을 허무니 소통의 길이 열린다.
* 곤마마의 조언; 눈앞의 다른 사람은 어쩌면 거울 속의 자기모습일지도 모른다. 혼자서 전력질주하기보다 가끔 속도가 느린 인재를 섞어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 칵테일 올드패션드; 나의 길을 간다.

 

6장. 곤다 테츠오의 아훔
헬스클럽 근처 뒷골목에서 ‘히바리’라는 작은 술집을 경영하는 곤다는 저녁 운동 후 해 뜰 무렵까지 카운터를 지키며 손님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과 상담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혼자라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미소녀 바텐더 카오리는 그를 이해하고 그가 해준 조언을 되돌려 준다.
* 곤마마의 조언; 아훔의 ‘아’는 입을 벌려 내는 소리로 자음의 처음이고, ‘훔’은 다물고 내는 소리로 자음의 끝이다. 즉, 아훔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떤 사물이든 아와 훔 사이의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고, 자신이 살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뿐이다.
* 칵테일 럼콕; 자유, 혁명, 그리고 좀 더 의욕적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야. 과거와 미래를 염려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를 슬퍼하면 모처럼 살고 있는 ‘지금’이 불행해질 뿐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중한 ‘지금’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면 안 되겠지?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만을 음미하며 살자.
그게 바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란다......
p.287

 

칵테일에도 꽃말처럼 의미가 있다는 건 몰랐다. 고독함, 슬픔, 불안 등등의 정신적 상처를 칵테일 한잔과 함께 위로를 받는 공간 ‘히바리’.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는 작은 엽서 크기의 간판이 붙어 있을 뿐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의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치유를 받은 기분이다. 그야말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나 할까. ‘당신으로 인해 행복합니다.’ 라는 작은 소리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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