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플래츠
윌리엄 랜데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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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경찰 소설이라고 생각했더니 전직 검사 출신 작가의 작품이다. 읽다보면 <L.A. 컨피덴셜>의 저자 제임스 엘로이와 <무죄추정>의 저자 스콧 터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경찰이라는 조직에서의 비정한 현실이라든지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그에 따른 갈등 같은 씁쓸한 분위기가 전편에 걸쳐 흐른다. 결말은 경악을 부르는 반전이라기보다는 독자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쪽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 계속 반복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악인은 처벌되어야 마땅하다는 논리로 어떤 행위나 상황을 합리화해도 좋은 걸까.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

 

1977년 보스턴, 한 경관이 술집에서 강도에게 굴욕적으로 살해당한다. 1987년 미션플래츠, 마약소탕작전에 투입된 경찰 중 한 명이 문 너머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진다. 1997년 메인주의 작은 마을 베르세일스, 호숫가 별장에서 댄지거 검사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세 사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작품 속 화자인 트루먼이 독자를 안내한다. 벤 트루먼은 치매였던 엄마를 몇 년 전에 잃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베르세일스의 서장이 된 초보 경찰로 사건 현장을 기웃거리다 은퇴한 경찰 켈리를 만나 함께 수사에 참여하고자 보스턴으로 향한다. 수사팀에서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헤럴드 블랙스턴이라는 마약조직 두목. 신출귀몰한 존재라서 쉽사리 잡히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사건에는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걸 느낀 벤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간다.

 

세상에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들 역시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 따라서 개인적인 사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기에 각자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작품은 진도가 빨리 나가는 소설도 아니고 스릴 서스펜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구의 입장에서든 이해가 간다. 설사 그가 범죄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특히 ‘치매’라는 병이 가져오는 불행한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각도로 따져 개인의 선택이 가능한 세상이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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