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아저씨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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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드라마 [세 마리 아저씨 三匹のおっさん]를 드디어 책으로 만났다. <도서관 전쟁>, <백수 알 바 내 집 장만기>로 유명한 원작자 ‘아리카와 히로’ 작품은 대부분 재미있는 편인데 이 작품은 어찌된 일인지 국내에 별 반응이 없는 것 같다. 환갑 나이의 주인공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걸까? 사실 나로서도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출연배우진을 알게 되자 관심이 급락했다고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게 되는 드라마이긴 했다. 책을 읽고 나니 더더구나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바람에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지 3편까지 제작되었다고 하니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긴 배역을 맡은 아저씨들이 다들 내로라하는 개성파 연기자라는 점만은 인정한다.


* 세 마리 아저씨 ~정의의 아군, 등장!!~ (三匹のおっさん〜正義の味方、見参!!〜, 2014)

* 세 마리 아저씨 2 ~정의의 아군, 다시!!~ (三匹のおっさん2〜正義の味方、ふたたび!!〜, 2015)

* 세 마리 아저씨 3 ~정의의 아군, 세 번째!!~ (三匹のおっさん3~正義の味方、みたび!!~, 2017)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한 기요타 기요카즈와 아들에게 술집을 물려주고 한가해진 타치바나 시게오, 조그마한 공장을 운영하는 아리무라 노리오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이른바 삼총사다. 아직은 아저씨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노인네 취급을 받는 것이 씁쓸하기만 한 기요타에게 시게오가 제안을 해온다. ‘개구쟁이 삼총사’에 이어 ‘아저씨 삼총사’가 되어 사설 자원봉사라도 해보자는 것. 기요카즈는 아버지대로부터 물려받아 검도 실력이 뛰어나고, 시게오는 전국체전에 나갈 정도의 유도 실력자이며, 노리오는 손재주가 뛰어나 온갖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능력자다. 이들이 함께 하면 두려울 게 없어 보이는데, 과연 의기투합한 기요, 시게, 노리, 세 아저씨가 벌이는 마을 자경단으로서의 활약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


“우리를 영감탱이라고 부르지 마라. ……아저씨라고 불러라.”


키 크고 자세 좋은 기요카즈, 곰처럼 우락부락한 시게오, 왜소하고 땅딸막한 노리오. 생긴 건 제각각이지만 정의를 위한 마음은 하나인 세 아저씨의 은밀한 활동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기요카즈의 손자인 고교생 유키. 어색했던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는 서서히 친밀해지고, 위기에서 구해준 인연으로 친해진 노리오의 늦둥이 딸로 동갑인 사나에와의 핑크빛 무드도 조금씩 밝아진다. 


자신의 부모님 시절보다는 평균수명도 늘어난 요즘 세상에 60세를 ‘할아버지’ 범주에 넣기에는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혈연관계상 자신을 ‘할아버지’라 부르는 가족이 있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은 아직 만원전차를 타고 매일 출퇴근할 수 있고 전차 안에서 누가 자리라도 양보하면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울컥 화가 난다.

60이면 아직은 아저씨로 남고 싶은, 갈등하는 남편의 심정도 모르고 환갑 축하 이야기나 들먹이는 아내에 대해 기요카즈는 서운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어 입을 꾹 다물었다.

p.9


요즘 노인시대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노인인구 7백만 고령화 시대. 몇 세부터 노인이라 분류해야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반복되고 있다. 사실 60세를 노인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정정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없고, 기대수명은 길어진 현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황혼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살아있는 한 누구나에게 닥칠 일이니 말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고령사회가 시작되어서인지 노인에 대한 관심도 크고 문화적으로 소재가 되는 경우 또한 많은 것 같다. 거의 모든 출간물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을 소설로 접하기는 처음인데, 젊은이들 중심이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따뜻하며 흐뭇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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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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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요 네스뵈의 ‘해리 형사 시리즈’ 중 오슬로 3부작을 끝냈다. 1부라 할 수 있는 <레드 브레스트>에서 죽은 동료 형사 엘렌의 죽음과 관련된 ‘프린스’를 찾아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여전히 외로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해리 형사. 사실 시리즈라고는 해도 각 권마다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먼저 읽건 상관은 없으나 ‘프린스’라는 인물에 대한 장치라는 부분에서 볼 때, 오슬로 3부작은 차례대로 읽는 편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그래야 해리의 심중 갈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이 들 때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알코올에 의존하고픈 마음과 싸우며 연쇄살인마를 좇는, 190cm가 넘는 키에 깡마른 몸매, 박박 깎은 금발의 형사 해리 홀레에게 연애는 사치인지도 모른다. 가엽게도. 민완형사의 연인이나 가족이 된다는 건 사실 위험 속에 한발을 담그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데빌스 스타 The Devil's Star>는 오슬로의 한여름 휴가철에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여성 희생자는 손가락이 잘려있고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된다. 얼마 후 신고 된 실종자의 잘린 손가락 또한 같은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함께 경찰서로 배달되어 오고,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여성이 희생당한다. 희귀한 형태인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와 잘린 손가락이라는 연관성은 있으나 달리 접점을 찾기 힘든 연쇄살인. 휴가철이라 손이 부족한 탓에 해리 홀레와 톰 볼레르는 함께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경찰청에서 제일 능력 있는 두 명의 형사이지만 앙숙인 그들은 삐걱거리면서도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 마침내 좁혀진 용의자를 통해 또 ‘프린스’의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이번에는 연쇄살인범과 ‘프린스’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막판 클라이막스가 기다리고 있다.


저자 요 네스뵈가 언급한 것처럼 가장 하드보일드한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레드 브레스트>는 전쟁의 역사를 통한 대서사시에 가깝다면, <네메시스>는 인간의 집착에 따른 허무한 인생을, <데빌스 스타>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연극과도 같은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가 대부분이지만 정신이상자의 종류도 참 가지가지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첫 번째 작품이 가장 강렬했고, 마지막 완결편이 가장 우울했다. 억울한 희생자가 너무 많이 등장한데다 악인의 최후가 상당히 끔찍했다는 점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거칠지만, 인정이 있는 ‘해리 홀레’의 행보에서 마치 ‘필립 말로우’와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기에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 같긴 하다. 이제 해리의 방황은 점점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총 11편으로 끝나는 시리즈의 끝은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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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나누시 후계자,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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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 <샤바케>로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또 다른 시리즈 소설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은 일상 속 미스터리의 시대물로 제137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역시 에도 시대의 칸다 지역을 배경으로 세 친구가 벌이는 각종 사건 사고를 유쾌하게 그린 소설집이다. 반듯하게 자라고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16세 이후 태평스러운 성격으로 바뀌어버린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잘생긴 얼굴과 친절한 성품의 바람둥이로 역시 나누시 후계자인 세이주로,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지만 진솔한 성격이 장점인 무사 가문의 요시고로.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힘을 합치면 어떤 일도 해결되고야 만다.


시대물임에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기는 하나 시대적 배경과 지리적 특성을 알면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 같으니 조금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배경이 되는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대장군이 되어 에도(江戶)에 막부(幕府)를 개설, 운영하던 시기(1603~1867)를 일컫는 것으로 정권의 본거지가 에도(江戶, 현 도쿄)여서 에도시대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칸다(神田) 지역은 치요다구(千代田区)에 위치하고 있는데, ‘千代田’란 '천 세대의 밭'을 의미하며 에도 성의 다른 이름인 '치요다 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정부기관이나 도쿄의 랜드마크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중심지로 아키하바라 지역의 수호신(氏神)을 모시는 오래된 신사(神社) ‘칸다묘진(神田明神)’에서 열리는 5월의 축제 ‘칸다마츠리(神田祭)’는 일본 3대 축제로도 유명하며, 고서점거리인 진보쵸(神保町)도 옛 마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직책 ‘나누시’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일본 에도 시대 때는 막부의 장군과 지방의 번주(藩主)인 다이묘(大名)가 주종관계를 맺어 토지와 인민을 지배하는 막번(幕藩)체제를 도입했다. 장군으로부터 1만 석 이상의 영지를 받은 자를 '다이묘'라 하고, 다이묘가 지배하는 영역과 지배 기구를 '번(藩)'이라 한다. 다이묘라는 칭호는 본래 오오나누시(大名主)라는 단어가 변화하여 생긴 것으로, ‘나누시(名主)’란 말 그대로 "이름을 가진 자", 즉 봉건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씨를 칭할 수 있는 한 마을의 실권자를 뜻한다. 나누시는 몇 개의 마을을 다스리면서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해주기도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관리로 주로 세습이 되어왔다. 바로 이 나누시인 다카하시 가의 외아들 마노스케와 야기 가의 장남 세이주로, 그리고 무가에서 태어나 지금의 경찰과도 같은 직책인 ‘동심(同心)’이 되고자하는 요시고로의 이야기인 것이다.


☆ 오노부의 진실 - 본 적도 없는 아가씨에게 느닷없이 아이의 아버지로 지목당한 마노스케. 누명을 벗어라!

 감 반 개 - 거짓말로 지어낸 아이가 갑자기 현실로 나타나 부녀관계를 주장한다면? 

 만년청의 주인은? - 화분은 하나. 주인은 두 명. 누가 진짜 주인인가?

 누구의 아이인가 - 세이주로의 동생인 고타에게 친아버지가 따로 있다고? 갑작스러운 의혹. 진실은?

 병문안 가는 길 - 병문안 한 번 가는데 왜 이렇게 사건에 휘말리는지, 과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고타 유괴 사건 - 고타가 유괴되었다! 범인은 무려 은 50냥을 요구하고 있다. 범인을 잡고 고타를 구하라!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는 웃음과 온정이 가득하다. 소꿉친구들이 나누는 우정을 비롯해 안타까운 사랑이나 풋풋한 연애담, 훈훈한 가족애도 함께하는 요절복통 모험담을 통해 점차 성장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게다가 에도 시대의 5대 중심 길이었다는 도키와바시몬에서 니혼바시를 지나 스미다가와를 끼고 료고쿠바시로, 하마초로, 후카가와로, 마노스케 일행을 쫓아다니다보니 에도의 거리를 실컷 구경한 것만 같다.


다섯 평짜리 방 한가운데에 거대한 고구마 모양의 덩어리가 불뚝 솟아올라 있다. 그것이 가끔 꾸물거리며 희미하게 움직였다.

“마노스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애벌레는 거북으로 변신했다.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 끝에서 마노스케가 불쑥 머리를 내민 것이다. 볼멘 얼굴을 부모에게 향하며 입을 연다.

“저기요, 아버지.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에 혼담을 진행하다니 너무하잖아요.”


바보 같은 얼간이처럼 굴고 있으나 실상은 머리회전이 빠른 마노스케지만 대가 센 여자에게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혼담이 들어왔다고 삐죽거리는 모양이 귀여우면서도 약혼녀 오스즈의 등장에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지금도 모르는 것을 산더미처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알 때까지 살아보기로 했지요.”


살다보면 모르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것도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도 누구나 마찬가지다. 세상의 일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마노스케의 현답처럼 훗날 알고 보면 간단한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5년 7월에는 NHK [목요일 시대극]에서 <만마코토 ~아사노스케 재정장부~ (まんまこと〜麻之助裁定帳〜)>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었다. 후쿠시 세이지 주연으로 소설 ‘만마코토(まんまこと) 시리즈’ 중 「まんまこと」, 「こいしり」, 「こいわすれ」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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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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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인생이 엉망이 되기까지는 단 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이 거짓말인지, 과연 진실이 있기는 한 건지, 늪에 빠져버린 남자의 가족과 결백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눈물겹도록 안타깝다. 이미 깨져버린 관계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영국의 신진작가 T. M. 로건의 스릴러 [리얼 라이즈 Real Lies]는 한번 잡으면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는 심리 게임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리 종주국으로서의 명성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목요일에 일어난 우연과 그로 인한 한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여파는 상상도 못했던 결과를 낳는데, 다음 주 목요일에는 만신창이가 되고 결국 금요일에 파국을 맞이하게 되니,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숨 가쁘게 진행되는 것이다.

 

조셉 린치는 학교 교사로 선량하고 착실한 남자다. 네 살짜리 아들 윌리엄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중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아내 멀리사의 차를 발견하고 의아한 마음에 뒤를 따라갔다가 친구의 남편 벤과 심한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조셉은 서둘러 빠져나가는 아내를 놓치고 뒤이어 나온 벤에게 자초지종을 캐어묻는다. 격분해 있던 벤과의 몸싸움 끝에 밀쳐버리자 머리를 부딪쳤는지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듯한데, 때마침 다가온 아들 윌리엄이 천식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벤은 그냥 두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벤의 상태가 걱정되어 다시 호텔로 돌아가지만 벤도 잃어버린 휴대폰도 사라지고 없고, 다음날 밤 벤의 아내 베스가 남편이 실종되었다며 찾아온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협박성 글과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온 문자 메시지로 보아 벤이 어딘가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한 조셉. 경찰은 생존 증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 뿐, 벤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자신이 제시한 SNS 기록밖에 없는 상황에서 점점 살해용의자로 몰리는 불리한 입장에 처하자 스스로 벤을 찾기로 한다.

 

거짓말이다. 왜 거짓말을? 왜 다들 거짓말을 하는 거지?

 

이 작품은 심리 스릴러이기 때문에 벤이 왜 조셉을 협박하는 것인지, 등장인물들이 어떤 거짓말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사건 개요는 여기까지만 소개하기로 하자. 문제는 SNS 네트워크의 폐해와 휴대폰에 의지한 생활이다. 악성 바이러스와 해킹 앱이 난무하는 사이버 세계에서 개인정보의 보안은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생활을 과시하느라,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어서, 랜선 친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이버 정보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매사를, 이런저런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는 강박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귀와 눈을 믿으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도 사실 상당히 크다는 점을 우리는 잊고 사는 건 아닌지.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뭔가를 사진 찍고 나누고 광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행동, 존재, 경험이 세상을 만든다. 아들이 해주는 놀라울 정도로 재미없는 농담, 거리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미소, 외출 경험, 토요일의 푸른 하늘, 뜻밖의 친절, 그 밖에 우리에게 아침에 일어날 힘을 주는 수많은 다른 것들. 그게 진짜다. 그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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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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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를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해미시 멕베스 순경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은 <험담꾼의 죽음 Death of a Gossip>이다. 국내에는 2016년에 선보였지만 원작은 1985년작이니 꽤 오랫동안 묵혀있었던 셈인데, 이후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시리즈를 꾸준히 번역 출간하고 있는 걸 보면 최근 인기가 높은 코지 미스터리 장르에 부합하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 M. C. 비턴은 로맨스 소설 분야에서 여러 필명으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풍이 아기자기하고 캐릭터가 다채로우며 미스터리이지만 로맨스소설 같은 면모도 지니고 있다. 작가 본인은 코지 미스터리라 불리는 걸 싫어한다지만 어쩔 수 없다. 술술 읽히는데다 재미도 있고 해미시 순경의 매력으로 인해 시리즈가 사랑을 받는다면 코지 미스터리이건 정통 미스터리이건 별 상관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활기를 띄는 로흐두 마을에서 낚시 교실을 운영하는 카트라이트 부부는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이번 참가자들은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거드름을 피우는 피터 프레임 소령, 훤칠한 얼굴의 젊은이 제러미 블라이스, 세련되고 키가 큰 숙녀 대프니 고어, 날씬하고 예쁘장한 아가씨 앨리스 윌슨, 뚱한 표정의 열두 살 소년 찰리 벡스터, 미국인 부부 마빈과 에이미 로스, 몸집이 크고 심술궂어 보이는 여인 레이디 제인. 모두가 모인 호텔 로비에 해미시 맥베스 순경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등장한다. 첫 만남 때부터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만 해대던 레이디 제인은 결국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평화롭던 로흐두 마을에 인근 스트래스베인 경찰서에서 형사들이 출동한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 있다는 걸 증명하듯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은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은근히 협박성 발언을 내뱉던 레이디 제인을 모두 한번쯤은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낚시 교실 참가자들. 과연 그들 중 살인자가 있을까.

 

파견 나온 경감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거드름만 피우는데, 해미시 순경은 세계 각지에 사는 스코틀랜드인 친척과 지인들에게 장거리 전화를 걸어 정보를 수집한다. 불타는 듯 새빨간 머리칼과 개암 빛 눈동자, 길쭉한 마른 몸매의 해미시 순경은 볼품은 없는 듯해도 다정하고 진솔한 성품과 뛰어난 외교수완을 지닌 볼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차나 한잔 얻어 마시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순찰업무가 주를 이루고 자그마한 농장 일과 밀렵, 가끔씩 마을 스포츠 경기에서 가외 소득을 올리며 살아가던 해미시가 숨은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마을 지주의 외동딸 프리실라 할버턴과의 로맨스 또한 응원하게 된다. 혈통과 태생, 신분의 장벽, 허영심과 속물근성 등을 신랄하게 비웃는 글 솜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사건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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