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나누시 후계자,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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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 <샤바케>로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또 다른 시리즈 소설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은 일상 속 미스터리의 시대물로 제137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역시 에도 시대의 칸다 지역을 배경으로 세 친구가 벌이는 각종 사건 사고를 유쾌하게 그린 소설집이다. 반듯하게 자라고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16세 이후 태평스러운 성격으로 바뀌어버린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잘생긴 얼굴과 친절한 성품의 바람둥이로 역시 나누시 후계자인 세이주로,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지만 진솔한 성격이 장점인 무사 가문의 요시고로.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힘을 합치면 어떤 일도 해결되고야 만다.


시대물임에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기는 하나 시대적 배경과 지리적 특성을 알면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 같으니 조금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배경이 되는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대장군이 되어 에도(江戶)에 막부(幕府)를 개설, 운영하던 시기(1603~1867)를 일컫는 것으로 정권의 본거지가 에도(江戶, 현 도쿄)여서 에도시대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칸다(神田) 지역은 치요다구(千代田区)에 위치하고 있는데, ‘千代田’란 '천 세대의 밭'을 의미하며 에도 성의 다른 이름인 '치요다 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정부기관이나 도쿄의 랜드마크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중심지로 아키하바라 지역의 수호신(氏神)을 모시는 오래된 신사(神社) ‘칸다묘진(神田明神)’에서 열리는 5월의 축제 ‘칸다마츠리(神田祭)’는 일본 3대 축제로도 유명하며, 고서점거리인 진보쵸(神保町)도 옛 마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직책 ‘나누시’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일본 에도 시대 때는 막부의 장군과 지방의 번주(藩主)인 다이묘(大名)가 주종관계를 맺어 토지와 인민을 지배하는 막번(幕藩)체제를 도입했다. 장군으로부터 1만 석 이상의 영지를 받은 자를 '다이묘'라 하고, 다이묘가 지배하는 영역과 지배 기구를 '번(藩)'이라 한다. 다이묘라는 칭호는 본래 오오나누시(大名主)라는 단어가 변화하여 생긴 것으로, ‘나누시(名主)’란 말 그대로 "이름을 가진 자", 즉 봉건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씨를 칭할 수 있는 한 마을의 실권자를 뜻한다. 나누시는 몇 개의 마을을 다스리면서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해주기도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관리로 주로 세습이 되어왔다. 바로 이 나누시인 다카하시 가의 외아들 마노스케와 야기 가의 장남 세이주로, 그리고 무가에서 태어나 지금의 경찰과도 같은 직책인 ‘동심(同心)’이 되고자하는 요시고로의 이야기인 것이다.


☆ 오노부의 진실 - 본 적도 없는 아가씨에게 느닷없이 아이의 아버지로 지목당한 마노스케. 누명을 벗어라!

 감 반 개 - 거짓말로 지어낸 아이가 갑자기 현실로 나타나 부녀관계를 주장한다면? 

 만년청의 주인은? - 화분은 하나. 주인은 두 명. 누가 진짜 주인인가?

 누구의 아이인가 - 세이주로의 동생인 고타에게 친아버지가 따로 있다고? 갑작스러운 의혹. 진실은?

 병문안 가는 길 - 병문안 한 번 가는데 왜 이렇게 사건에 휘말리는지, 과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고타 유괴 사건 - 고타가 유괴되었다! 범인은 무려 은 50냥을 요구하고 있다. 범인을 잡고 고타를 구하라!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는 웃음과 온정이 가득하다. 소꿉친구들이 나누는 우정을 비롯해 안타까운 사랑이나 풋풋한 연애담, 훈훈한 가족애도 함께하는 요절복통 모험담을 통해 점차 성장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게다가 에도 시대의 5대 중심 길이었다는 도키와바시몬에서 니혼바시를 지나 스미다가와를 끼고 료고쿠바시로, 하마초로, 후카가와로, 마노스케 일행을 쫓아다니다보니 에도의 거리를 실컷 구경한 것만 같다.


다섯 평짜리 방 한가운데에 거대한 고구마 모양의 덩어리가 불뚝 솟아올라 있다. 그것이 가끔 꾸물거리며 희미하게 움직였다.

“마노스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애벌레는 거북으로 변신했다.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 끝에서 마노스케가 불쑥 머리를 내민 것이다. 볼멘 얼굴을 부모에게 향하며 입을 연다.

“저기요, 아버지.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에 혼담을 진행하다니 너무하잖아요.”


바보 같은 얼간이처럼 굴고 있으나 실상은 머리회전이 빠른 마노스케지만 대가 센 여자에게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혼담이 들어왔다고 삐죽거리는 모양이 귀여우면서도 약혼녀 오스즈의 등장에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지금도 모르는 것을 산더미처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알 때까지 살아보기로 했지요.”


살다보면 모르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것도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도 누구나 마찬가지다. 세상의 일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마노스케의 현답처럼 훗날 알고 보면 간단한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5년 7월에는 NHK [목요일 시대극]에서 <만마코토 ~아사노스케 재정장부~ (まんまこと〜麻之助裁定帳〜)>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었다. 후쿠시 세이지 주연으로 소설 ‘만마코토(まんまこと) 시리즈’ 중 「まんまこと」, 「こいしり」, 「こいわすれ」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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