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스코틀랜드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를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해미시 멕베스 순경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은 <험담꾼의 죽음 Death of a Gossip>이다. 국내에는 2016년에 선보였지만 원작은 1985년작이니 꽤 오랫동안 묵혀있었던 셈인데, 이후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시리즈를 꾸준히 번역 출간하고 있는 걸 보면 최근 인기가 높은 코지 미스터리 장르에 부합하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 M. C. 비턴은 로맨스 소설 분야에서 여러 필명으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풍이 아기자기하고 캐릭터가 다채로우며 미스터리이지만 로맨스소설 같은 면모도 지니고 있다. 작가 본인은 코지 미스터리라 불리는 걸 싫어한다지만 어쩔 수 없다. 술술 읽히는데다 재미도 있고 해미시 순경의 매력으로 인해 시리즈가 사랑을 받는다면 코지 미스터리이건 정통 미스터리이건 별 상관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활기를 띄는 로흐두 마을에서 낚시 교실을 운영하는 카트라이트 부부는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이번 참가자들은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거드름을 피우는 피터 프레임 소령, 훤칠한 얼굴의 젊은이 제러미 블라이스, 세련되고 키가 큰 숙녀 대프니 고어, 날씬하고 예쁘장한 아가씨 앨리스 윌슨, 뚱한 표정의 열두 살 소년 찰리 벡스터, 미국인 부부 마빈과 에이미 로스, 몸집이 크고 심술궂어 보이는 여인 레이디 제인. 모두가 모인 호텔 로비에 해미시 맥베스 순경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등장한다. 첫 만남 때부터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만 해대던 레이디 제인은 결국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평화롭던 로흐두 마을에 인근 스트래스베인 경찰서에서 형사들이 출동한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 있다는 걸 증명하듯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은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은근히 협박성 발언을 내뱉던 레이디 제인을 모두 한번쯤은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낚시 교실 참가자들. 과연 그들 중 살인자가 있을까.

 

파견 나온 경감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거드름만 피우는데, 해미시 순경은 세계 각지에 사는 스코틀랜드인 친척과 지인들에게 장거리 전화를 걸어 정보를 수집한다. 불타는 듯 새빨간 머리칼과 개암 빛 눈동자, 길쭉한 마른 몸매의 해미시 순경은 볼품은 없는 듯해도 다정하고 진솔한 성품과 뛰어난 외교수완을 지닌 볼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차나 한잔 얻어 마시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순찰업무가 주를 이루고 자그마한 농장 일과 밀렵, 가끔씩 마을 스포츠 경기에서 가외 소득을 올리며 살아가던 해미시가 숨은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마을 지주의 외동딸 프리실라 할버턴과의 로맨스 또한 응원하게 된다. 혈통과 태생, 신분의 장벽, 허영심과 속물근성 등을 신랄하게 비웃는 글 솜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사건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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