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작은 새 웅진 세계그림책 126
유모토 가즈미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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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셔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 그리고 성장하는 이야기였습니다.

1.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한 곰은 문을 꼭꼭 걸어잠근 채 지쳐 잠이 듭니다. 한참을 그렇게 자고났더니 문득 햇살과 바람과 하늘에 위로를 느낍니다. 숲과 강둑을 걸어갈 기운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낯선 고양이의 상자를 봅니다. 그의 비밀은 무엇일까. 나와 같은 것일까.
너무 힘이 들면 나는 무엇을 했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머리가 아플정도로 잠을 자보기도 하고, 슬픈영화를 보고 꺽꺽 울어보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보기도 합니다. 조금 기운을 차려 밥을 넘겨보고 길을 걸어보고 익숙했던 것이 문득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도 생기지만, 그것으로 내가 충분히 회복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외면하고 살면 살아는지겠지만 숨어있던 상처는 불쑥불쑥 튀어나와 고통스럽습니다.
이후 곰은 들고양이로 인해 안전하게 공감받으며 상처를 쏟아내는 경험을 가집니다. 애도의 연주가 흐르는 동안 곰은 작은 새를 기억하면서 어쩌면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을지도 모르겠다..절규하듯 쏟아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상처를 쏟아내고 나면 그 아픔이 가벼워지는 걸 본인 스스로도 감지한다고 하지요.

2.
“ 나 이제 울지 않을래. 작은 새는 앞으로도 계속 내 친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만큼 잔인한 것이 있을까요. 그와 함께 했던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고, 이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지켜봐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비록 애도의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지금이라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3.
“ 곰은 들고양이에게 옛날 친구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하지만 묻는 대신에 이렇게 말했지요. 나 연습할거야. 춤추면서, 탬버린을 칠 수 있도록 말이야.”
왜인지 곰이 훌쩍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은 새를 처음 만났을 때 곰의 존재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 들고양이로 인해 두번째 흔들림을 느낍니다. 곰이 살아가면서 만날 여러 굴곡들을 상상하니 조금은 단단해져서 출발하는 것 같아 안심이 듭니다. 아니 이 말은 사실 저 자신한테 하는 말 같습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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