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
이명환 지음 / 한솔수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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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왜 잔잔한 영화한편 보는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았다.
우선 그림장면을 바라보는 시선 위치가 거의 위에서 내려다 보거나, 아무도 없는 공간, 뒷모습이다.
그리고 감정이 굉장히 절제되어 있는 문장이다. 그래서 마치 말없는 잔잔한 영화 한편 보는 기분이 들었나보다.

“아빠가 일하느라 한달동안 오지않아 너무너무 보고싶었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아빠가 곁에 없어도 아빠의 작품은 우리곁에 늘 있다”라고 했다. 아이가 아빠를 보고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고있어서. 훨씬 강렬하게 느껴진다.

아이 둘을 독박육아하는 엄마는 어땠을까. 엄마가 되고나서 나는 그림책 속에서도 열심히 엄마를 찾아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그림속에 엄마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아니 적어도 아이의 눈에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빠의 일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지만
아빠의 흔적이 느껴지는 집안의 욕실(?)바닥타일이 가장 좋았다고 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친정오빠와 이런저런 어렸을적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오빠가 초등학생시절 친구랑 장난치며 오는데 저멀리 아버지가 보였단다. 그런데 하필 아버지 옷차림이 후줄군해보여서 순간 부끄러워서 친구들이랑 모른척 다른곳으로 피해서 가버렸다고 했다. 그러고나서 그게 마음에 걸리고 죄송해서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때 나도 같이 코끝이 시큰해졌던 것 같다.)

특히 바닥타일이 한장한장 뜯어져서 날아가 아빠의 뒷모습(ㅠㅠ)을 지나 가족들의 걸음을 빛내주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다. 이게 행복이구나 싶은 장면이다. 떨어져있지만 항상 연대하고 있는 가족의 기운.

순수한 아이 시선에서 보면 그저 따뜻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이지만, 다 자란 어른의 추억에서 다시 살아난 아빠는 가슴이 저리도록 죄송하고 그립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그렇게 살아내신 것처럼 우리들도 우리자식을 보며 그렇게 또 살아내겠지.
내 아이도 저런 시선으로 안정감있게 살아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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