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링 - 집을 온전히 누리는 법,
애나 맥거번 지음, 샬럿 에이저 그림, 김은영 옮김 / 유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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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쁘다. 하나에만 열중하기에는 너무도 바쁜 세상이고, 비효율적이라 손가락질 받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효율이라고는 전혀 생기지 않는 일을 할 시간이 있을까? 요즘 정말 지쳐있었다. 삶에 질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워라밸도 개선되었고 내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뭔가를 하면서 또 뭔가를 해야 되는 더 바쁜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책의 서평단을 신청했을 때는 외출을 막고, 집안에서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슬기로운 코로나 시대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 시대를 위한 책이 아니었고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느끼고 가야 할 책이란 걸 알았다.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바쁘지 않아도 바쁜 척해야 하고, 바쁘지 않은 것 같아도 내 마음은 언제나 바쁘다. 몸은 쉬고 있으나 마음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만다. 평생 이 고리를 끊고 살 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이런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 프롤로그를 펼치면 나오는 포터링이란 무엇인가? 생소한 단어에 포터링에 대해 여러 번 읽어 보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느 정도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중학생 이후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했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때는 자연스럽게 이런 포터링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세상에 찌들기 시작하면서,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포터링을 완전히 잊은 것 같다.

무엇보다 포터링을 알면 알수록 좋은 건, 장비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장비빨을 내세워야 한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포터링은 어떤가 포터링 자체가 아무 준비가 필요 없다. 주변에서 다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찾아내지 못해도 좋다.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포터링의 하나이다. 어떤 '목적'을 없애고 시간을 온전히 그 시간대로만 즐기는 것. 포터링을 하면 마치 명상이나 수양을 하는 것 같이 마음이 비워진다. 주변을 보지 않고, 나에 대한 생각하는 시간조차 없애주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휴식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디지털 기기와의 거리두기다. 우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주변 사람과의 거리두기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될 게 디지털 기기와의 거리두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의 몸과 눈과 마음 모두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어떤 목적 없이 뭔가를 한다 하더라도 디지털 기기를 보고 있는 것은 힐링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디지털 기기는 우리를 휴식하게 하기보다는 우리를 어딘가로 계속 데려가려고 애쓰는 존재다.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실은 우린 그것들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와 거리두기를 하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내게 포터링이란, 사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누구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는 이 내용들을 지각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도 가까이 있었지만, 그 중요성을 모르고 방법을 모르고 있던 우리에게 아주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포터링을 알게 되어 기쁘다. 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포터링에 집중하고 싶다. 어서 내 주방에 있는 화분의 이파리에 묻은 먼지를 닦아 내고 싶다.

PS: 포터링 책 서평단에 선정되어 좋은 놀이(?)를 알게 해준 다산북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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