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만 있다면 언제든지 섬으로 떠날 의향이 있다. 제주도건 마요르카건 혹은 보라보라섬이라도 말이다. 그만큼 나는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좋아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할 각오 또한 되어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내가 꿈꾸는 섬생활에 대한 환상적인 삶과 그 환상적인 삶을 누리는 대신 견뎌야 할 반대 급부들에 대해 쓰여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그런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글은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해 써놓고 있다. 물론 그 사소함을 느낄 수 있는 건 한국과의 19시간의 시차와 SKY Scanner로 검색했을 때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비행시간이라는 거대한 거리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 서로에게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한국인들이 느낄 수 없는 감정들과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잘 나타내준다. 가족들을 섬으로 초대해 보라보라섬의 명물들을 보러 가는 일정을 짧은 시간 동안 강행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들은 정작 그런것보다 자신의 딸, 가족과 함께 밥한끼 술 한 잔 먹는 것에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듯 했다.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온 삶에 대해 돌아보며, 자기가 했던 일들 아르바이트에서 부터 인턴 그리고 정규직까지 가는 길을 걸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작가는 잘 포착해준다.
이 책은 내게 또 다른 변화를 줬다. 아이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딩크에 가까웠던 내게 아이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과 고양이를 키워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키워줬다. 물론 그 책임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가득했지만 그 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행복해지는 일보다 행복해 보이는 일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니어야 할 텐데." 라는 문장은 10번 넘게 읽었던 문장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 정리되지 않은 마음속 이야기를 잘 풀어내준 책이다. 개인적으로 제목을 조금 더 흥미있게 지어 책의 판매량이 높아진다면 나와 같이 위로를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위로 받고 싶고, 혹은 너무 외롭거나 혹은 너무 바삐 달려왔다면 이 책을 읽고 주변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 싶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속의 큰 숙제를 안겨줄 수도 있고, 힘든 하루 중 울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잠깐 이 책을 펼쳐 쉬어가보는 건 어떨까
PS: 개인적으로 "멀어질 수록 느낄 수 있는 행복감" 이라던가 하는 제목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