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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가끔은 잔잔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안돼!',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이 담겨있지않고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는 말을 둘러서 해주는 그런 잔잔한 책을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김리하 작가님의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그런 책이었다. 내 삶, 내 자신 자체를 포용해주는 이야기가 담겨서 나도 모르게 위안받게되는 그런 책이었다.

실패해도 기분까지 깨지지 않도록
대체품을 가진 어떤 물건이나 일 때문에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의 나를 원망하거나 내 기분을 망치는 행동은 그만두고 싶다. 내 기분이 나를 홀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앞으로도 삶의 중간중간 일이 안 풀려서 낙담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나는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어 볼 예정이다. 내 기분만큼은 나를 책임져 줄 수 있도록, 유일한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p.52-53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의 나'라는 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어떤 일이 잘 못 되었을 때 나는 내 탓을 먼저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러다보면 기분을 망치고, 그 기분을 혼자 가라앉히지 못 하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짜증을 내버릴 때가 있었다. 예전에는 그 짜증 자체가 컨트롤이 안되었지만, 요즘은 다행히 마음 속으로만 짜증을 내며 끝없이 '괜찮아, 별 일 아니야. 이런 데 감정소비 하지말자'라고 주문을 외우듯 외친다. 내 기분만큼은 내가 책임지고 내가 지켜가는 삶을 살아가기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키운다
매일 하는 단순한 행위에도 자신만의 철학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를 증명해 내고 나의 철학을 밝히는 매일의 일을 대충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결같이 정성을 기울이면서 부지런히 하는 그 매일의 일이 바로 '나'이고 '나 자신의 철학'일 테니까 말이다.
p.63-64
요즘 나만의 출근 전 루틴, 자기 전 루틴을 만드는 데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노력을 시작하는 데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키운다' 이야기를 읽으며 그 루틴은 그 사람 그 자체이기도 하면서 그 사람의 철학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그렇다면 나만의 철학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습관이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루틴 속에서 나의 어떤 철학을 사람들이 발견할까...사람들이 나에게서 좋은 철학을 발견할 수 있도록 더욱 정성을 기울이면서 나의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야겠다.
물질에는 인색해지기로 했다
율곡 이이는 <자경문>에서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서 생각의 오류를 바로잡고 행동을 올바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자책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이 그렇게 소비되는 건 막고 싶다.
p.76-77
함께 읽는 즐거움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읽은 것을 함께 나누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깨달음도 얻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는 과정 중에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책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p.91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사며 돈을 소비할 때에도 차라리 삶에 남을 수 있는 책이나 체험하는 곳에 소비하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집 소비패턴은 자기계발(취미생활)을 하기위해 소비하는 돈과 여행하는 데 소비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그 중에서 요즘 가장 많이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건 독서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까, 작년부터 독서량이 꽤 많이 늘었다. 독서량이 늘게 된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었지만, 내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된 이유는 책 모임을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매달 책 모임을 나가다보니, 회원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이 보였다. 다른 회원들도 나의 이야기 속에서 내 삶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더 성숙해지고 싶어졌고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싶어졌다. 모임 주제로 선정된 책을 읽을 때는 더 집중하게 되었고 그 책을 더 온전히 느끼는 즐거움을 알게되었다.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의 지식의 폭이나 독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독서 모임을 꼭 나가보면 좋을 것 같다.

내 고민을 바라보면 타인의 고민도 이해된다
실망했던 일, 속상했던 일, 고민과 상처가 되었던 일들도 돌아서서 들여다보면 조금씩 정리되는 순간이 온다. 상처가 차츰 아물면서 힘든 기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운이 생기기도 한다. 내 상처를 극복한 기억과 극복하면서 생긴 힘은 나만 살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른 고민과 상처를 지닌 누군가에게로 가서 닿는다.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과정을 거친 사람은 자신과의 화해가 가능하다. 화해의 기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고민과 상처를 꺼내 보여줄 수 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연대할 수 있게 된다.
작지만 가치있는 일을 지속하고, 그래서 오늘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104-105
어릴 때는 누군가한테 내가 상처받았던 일을 말하는 것 조차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지인 고민을 들어주는 데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상처받았던 부끄러운 일을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나중에는 내가 그 이야기를 왜 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이야기를 통해서 지인의 고민이 조금이라도 해결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상처가 아물었구나..그 아문 상처의 흉터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음에 또 나의 상처를 들어내며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일이 있다면, 그 때는 그 이야기를 한 내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 표지에 "비로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갑니다"라고 적혀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된 거 같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은 날은 '내가 유난히도 좋아지는 날'이 되었다. 내가 유난히도 좋아지는 날을 만들게 한 이야기를 써 주신 작가님한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을 기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