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8년 책을 잘 안 읽는 동생이 책 한권을 집에 들고 왔었다. 바로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였다.

대체 저런 책을 왜 읽는 거야,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니..요즘 사람들 중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어?라고 생각하며 책 제목만 보고 다소 비판적인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책상에 그 책이 몇날 며칠 한달이 넘도록 놓여있길래 요즘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읽어봤고,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때는 힐링 에세이라는 분야의 책들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생각해서, 어찌보면 내가 처음 접한 힐링 에세이였던 거 같다. 책을 읽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조금 여유있게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힐링 에세이 한권쯤은 항상 옆에 두고 있는 거 같다.


그 후 2년이 지나고 나온 하완 작가의 신작 에세이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의 출간 소식을 알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고 출간된지 한 달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를 받아보게 되었다.


인생은 '정면 승부'가 아니다! '측면돌파'다!

요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20대때는 무조건 정면 승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야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20대를 보냈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며 내가 하고싶은 욕망을 앞세워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내 체력이 항상 버틸줄만 생각했었는데, 어느날부터 이유없이 한달에 한번은 꼭 38도-39도의 고열을 시작으로 몸살이 났었다. 병원을 가도 독감도 아닌 일반 감기 정도로 진단을 받았는데, 그렇게 반년정도 한달에 한번 꼭 아팠다. 어느 순간부터는 안 아프기 시작해서 잠시 방심했더니 출근길에 30년 인생 처음으로 알레르기로 손이 붓기시작하면서 숨쉬기가 힘들더니 갑자기 복통(장경련)이 너무 심해져 걷다 말고 주저앉아 버렸었다. 다행히 근처 알레르기 전문 내과가 있어 바로 가서 수액 맞고 알레르기 검사하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그렇게 일련의 사건으로 건강에 적신호를 직접 느껴보니,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덜 열심히 살고 있고, 측면 돌파가 더 수월할 경우 굳이 정면 승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평을 쓰다보니, 이 책은 20대보다는 30대-40대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20대의 열정으로는 정면 승부가 당연하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들이 꺾이는 순간 좌절감을 느끼기보다는 정면 승부만 답이 아니라는 걸 측면 돌파도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저는 측면이 좀더 낫습니다만]이라는 책들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을 재점검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인생을 한가지 길로만 끝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다양한 갈림길이 존재하고, 운이 좋으면 지름길을 택하기도 하고 가끔은 더 편한 길이지만 더 오래 걸려서 가기도 하는 게 인생이라 생각한다. 꼭 고속도로처럼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아니더라도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가고 험악한 산악지대를 지나가더라도 그렇게 인생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이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늘 열심히 하는 것이 본성인 사람들은 여유롭게 살자라고 생각을 해도 어느 순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저는 측면이 좀더 낫습니다만]과 같은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읽는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출간 이후 작가가 책에 대한 악평에 많이 상처 입은 거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 사람들은 하완 작가의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악평하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거 같다. 그러면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책보다 가독성이 정말 좋다. 절대 가볍게 대충 써서 만든 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평론가 이동진이 어떤 책을 읽든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하완 작가의 책은 평범하고 흔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내가 앞만 보고 달리다가 정작 옆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런 책을 통해 단 한사람이라도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책은 할 몫을 다 한 거 아닌가. 하완 작가의 세번째 책을 살며시 기대해본다.



무분별한 자기합리화는 인생 말아먹는 지름길이지만 적당한 자기합리화는 인생을 조금 더 맛깔나게 하는 MSG다. 자기합리화는 괴로운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최후의 보루다. 한쪽 면이 아닌 다양한 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너무 객관적으로만 살지 말고 조금은 자기합리화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그걸 못해서 많이 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p.7 정면은 망했지만 괜찮은 측면이 있기에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인정을 바라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 이 바닥의 생리가 그렇다 .아쉬운 쪽이 언제나 을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사람은 타인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세상의 인정을 바라는가? 그럼 세상에 휘둘릴 것이다. -p.23 은밀하게 아름답게


인생의 커다란 문제들은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어떻게하면 맘에 안 들고 답도 없는 이 인생과 잘 지낼 수 있나 고민할 뿐이다. -p.192 타협의 기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