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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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표지가 마음에 든 책.


 



외로우면 종말은 안보윤 소설가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일간지에 연재해온 칼럼들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이 책의 만듦새는 산문의 배치에서 비롯된다.

 

시간 순으로 배치된 글이 아니라

산문을 쓴 이의 마음의 궤적을 따라 배치되어

 

책을 읽는 동안

지쳐 옹송그렸던 누군가의 발자국 위에 내 발을 대어보는 방식으로 산문을 읽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양이가 돼.

 

눈이 수북하게 쌓인 겨울날

길 고양이들이 자신이 앞 발을 디뎠던 자리에

기가 막히게 뒷발을 넣는 방식으로

과거의 작가와 현재의 내가 한 몸이 되어 걷는 느낌.

 

실은 추워 죽겠어서 어떻게든 체온 보전을 해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는데

 

남이 보았을 때는 우아한 산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뭐야 저 사람 예쁜 책을 읽고 있어 수근 수근)

 

작가는

스스로의 지독한 외로움을 인지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럼에도 자신을 살게 하는 외부의 풍경을

사탕이나 스티커, 구슬 같은 걸 모으듯 열심히 기록한다.

 

일상의 사소한 풍경 속에서 사소하지 않은 감정을 발견하는 것.

사소한 풍경 뒤의 수많은 시간의 퇴적을 가늠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일상 에세이의 미덕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심 카페에 앉아 안보윤의 산문집을 펼쳐보길 권한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면 소란스러운 풍경이 달리 보일 지도,

그래서

지구에 꽝 부딪히는 운석의 마음으로

이 산문을 직접 이어쓰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from) 고양이와 사람이 많은 곳에 선 사람이

(to) 외로움 타는 도시 산책자들에게

동시다발로 발신하는 편지

(스팸 아님)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들 사이에는 지금껏 무수히 많은 소란과 노력과 보답이 존재했을 터였다. 나는 온갖 시행착오 끝에 견고해진 관계의 단면을 구경했을 뿐이고, 관계의 지속을 위해 앞으로도 저들은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내던져야 할 것이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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