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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이야기는 기도가 만들어낸 기이한 이상 현상에서 시작된다.
“달님…… 내 아이를 보살피소서…….”
“아이를 보살펴달라”는 인간의 기도를 들은 달이 돌연 지상으로 떨어진다. 기도를 이루어줄 능력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는 무감한 달과 전쟁 중 부모를 잃고 남겨진 아이와 멧돼지 무리에 쫓기는 늙은 암컷 늑대 카야의 동행은 이렇듯 모두가 어리둥절한 채 시작된다.
한국과 영국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공부한 저자 이지은은 2021년 『이파라파냐무냐무』로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바 있는 입증된 작가다. 이번 1월에 출간된 『울지 않는 달』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우러져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던 이지은이 처음 시도해본 장편 소설이다.
나는 소설보다 동화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글이 가지는 힘보다 그림이 가지는 힘이 훨씬 컸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삽화가 많으니 확실히 뭉클해지는 맛이 있다.



신경 쓰고, 챙겨주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보살피고, 지켜주고, 사랑받는,
일련의 성장 과정은 어느 소설이든 비슷하다. 중요한 건 이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인데, 이지은은 그림으로, 그리고 “용기”라는 키워드로써 이 과정을 수행한다.
간절히 기도 올리는 마음으로 소망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소망은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게 될 때 발생한다.
작가는 사랑을 용기로 정의한다.
“너의 용기로.”
책 속 늑대어로 “너의 배려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늑대들은 배려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서로에게 이런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주인공들은 기도하지 않는다. 대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싶을 정도로 꾸준히.
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내가 대신 기도해주고 싶을 정도다. (애들아, 제발 행복해야 해!)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자기 삶을 걸고 용기를 낸 이들에게,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세상이 나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깎아내리고 압박할 때, 그리하여 상황도 녹록지 않고 한없이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도 뛰어들어야 할 때, 이 책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힘내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왜 세상의 답은 네가 다 아는 것 같지? 넌 고작 십수 년 산 늙은 늑대일 뿐인데." "십수 년이라도 나한텐 일생이야. 넌 일생을 살아보지 못했잖아."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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