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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읽었더라면 성인이 된 이후 겪었던 관계의 갈등 상황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책을 읽어본 선발대로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의 진솔한 자기 고백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가 이처럼 절절한 자기 고백을 펼쳐놓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는 정지우 변호사의 감탄처럼 저자는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자신을 잠시 내려두고 오직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어머니, 딸, 직장동료, 친구로서 자신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과 고충을 지면에 고백한다.
그렇게 꺼내어진 어느 날의 외로움과 좌절, 분노와 우울을 저자는 다시 상담자로서 분석하며 상황 해석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자 정말이지 한 사람의 인생을 몰래 엿본 기분이었다.
그 사실이 묘하게 짜릿했는데, 나와는 아주 다른, 그러니까 “교수님”이나 “선생님”으로 불러야 마땅한 사람의 삶 역시 결국엔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모든 사람은 “취약한 채”로 살아감을 불현듯 상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외롭지 않았다.
마음 한편이 든든했다.
이 책은 전문적이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보듬는데 특화되었다. 그렇기에 몹시 다정하며 가독성이 좋은 교양서다.
잠시 책의 목차를 살피자면,
우리가, 혹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었던 부정적 감정에 입지를 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의 기질과 성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는지, 그리하여 관계는 어떻게 맺는 것인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독자인 나는 ADHD 언저리를 떠도는 대학생이자 장녀이고 누군가의 애인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억울했던 상황이 떠올라서 분노했다가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심리학 용어들에 밑줄을 긋기도 했고, 친구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문장에는 작게 그 친구의 이름을 적어놓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이 책의 가장 마법 같았던 점은 책의 마지막 챕터에 도달했을 즈음엔 내가 평생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을, 의무가 아닌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심리학 교양서 한 번 읽었다고 저자의 심리학 지식이 모두 내 것이 되고, 낯가림이 사라져 인간관계에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 불멍 때릴 수 있는 조그만 불씨가 타오르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결국 나를 지키고 타인을 지키는 법에 대한 책이다.
그러므로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도서 제공을 받고 작성된 후기입니다.
인간은 서로를 파괴하는 능력만큼 서로를 치유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 P283
상대 또한 ‘거절에 대한 불안’과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란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누구나 자신이 거절당할 위협에 놓일 때는 도망가거나 숨기도 하고, 이해받지 못할 때는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관계란 그렇게 취약한 두 사람이 만나 쌓아가는 것임을 기억할 때, 상대 앞에서 바짝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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