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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거나 미치거나 - 권지예 그림소설
권지예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뱀장어 스튜>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산 책이다. 피카소가 자신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자클린에게 바친 그림으로 시작한 소설이었는데 스튜를 끓이듯 생을 끓여낸다는 비유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랑하거나 미치거나>는 그림과 화가에 대한 에세이 같으면서도 서술 방식은 소설을 닮아있어 읽는재미가 남달랐다. 고흐와 로트레크, 샤갈, 클림트,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육성으로 삶과 예술세계를 이야기하고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 피카소의 일곱 명의 여인들이 그들의 남편이자 연인에 대해 비감하게 때로는 희극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피카소를 다룬 '러버들의 수다'는 유쾌했다. 호퍼의 그림과 발튀스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도 신선했다. 호퍼의 그림을 볼 때 느꼈던 막연한 쓸쓸함과 물기없이 말라버린 공기, 모든 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엇비슷한 미술 에세이에 싫증이 나 있던 차에 한달음에 읽은 책이다. 손철주씨의 <인생이 그림같다>와 함께올 가을 손을 꼽을 만한 미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