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게임>을 재미있게 봐서 연작인 <체인지 월드>를 안 볼 수가 없었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들은 권수가 늘어나면 자칫 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위험이 있는 듯하다. 이야기를 이어갈만한 고민이나 갈등이 빈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일이 많은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두 주인공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너무 견고한 까닭에 찻잔 속의 태풍처럼 미약한 바람밖에 일으키지 못한다. 두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애정에 기반한 질투심 역시 귀엽다 못해 유치한 수준이다. 주인공들의 마음이 이어지고 나면 참신한 이야기를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걸까? 평범하게 행복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에 대한 애정 때문에 봤지만 두 주인공의 이야기 마무리로는 조금 아쉬운 내용이었다.
<굿바이 게임>의 연작으로, 단순한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 관계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다. 동경했던 대상이자 오랜 짝사랑 상대와 사귀게 된 후배와 본래는 헤테로였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후배의 순수한 애정에 마음을 내어준 선배.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를 마음대로 휘젓는 또 다른 인물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졌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해 설렘, 긴장, 질투 같은 다양한 감정이 매회마다 휘몰아치며, 상대를 좋아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의 시점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다. 감정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굿바이 게임>, <체인지 월드>의 연작인 <러브 네스트>까지 정발되었으면 좋겠다.
헤테로공x짝사랑수 조합을 좋아하면 무조건 봐야 하는 작품. 고등학교 때 야구부 선후배 사이었던 두 사람이 사회인과 대학생이 되어 재회한다. 선배는 후배를 바로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후배에게 선배의 존재는 너무나 크다. 처음에는 동경이었으나 졸업 후에 만나지 못한 긴 시간 동안 감정이 깊어져 마침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한쪽이 헤테로일 때 생기는 갈등이 좀 긴 편이고, 선배가 마냥 멋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좀 지질한 면이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제대로 된 단행본 번역본이 아니라 연재분을 모아놓은 이북이라 오랫동안 구매를 꺼려왔는데 작품 자체는 굉장한 수작이다. 아저씨수(受)는 마이너한 취향이지만 이 작품은 유명한 이유가 있다. 그냥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외모도 그렇고 디테일한 묘사나 행동까지 정말 아저씨 같아서... 현실의 아저씨는 별로지만 BL에서 만큼은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싫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량 같아 보이는 수와 달리 제복을 입는 공의 캐릭터가 대조되면서 풍기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안정적이고 멋진 그림체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다 읽고 나서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그림체로 주로 가벼운 이야기들을 그리는 작가님인데 <뻐꾸기의 꿈>하고 이 작품은 다르다. 특히 <진흙 속 연꽃>은 매우 어둡고 질척거리는, 보통은 알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담고 있다. 생동감 없어 보이는 인형 같은 미형의 그림체와 무거운 이야기가 어우러졌을 때 나오는 기묘한 느낌이 있는데 그게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