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노자 지음 / 나무연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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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처럼 서평쓰기 강의들으면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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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함께 변질된 혁명, 이상적 사회주의 혁명은 가능할까?

1917년 러시아 혁명은 20세기 세계사의 시작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은 2017년, 한국인에게 맞춤형으로 러시아혁명사를 소개해 줄만한 이를 찾는다면 단연 박노자가 떠오른다.

이 책은 러시아 혁명에 설계도를 제시하고 혁명을 건설했던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을 중심으로 혁명사상의 공과 과, 혁명의 명과 암을 들려주고 있다. 러시아 혁명이 유럽과 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사회주의를 꿈꾸었던 러시아 혁명이 왜 '적색 개발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제국주의의 틀을 넘어선 이상적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었던 레닌의 사상은 '무장 혁명 후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 건설'로 집약할 수 있다. 레닌은 자본이 국가권력을 도구삼아 이윤극대화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보았다. 자연스레 레닌의 대안은 노동자들이 무장혁명을 일으켜 자본가들로부터 국가권력을 획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의 폭력적 속성을 간파하지 못한 것을 레닌의 한계로 지목한다. 일국사회주의를 넘어 중진국에서 시작된 혁명이 전 세계에 사회주의를 이루는 영구적인 세계혁명을 꿈꾸었던 트로츠키 역시 제도화된 폭력인 국가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

혁명 사상가였던 레닌과 트로츠키와 달리 혁명국가를 시공했던 스탈린은 국가의 폭력성을 적극 활용하여 일인독재 체제를 완성한다. 스탈린이 만든 국가는 사회주의의 이름을 걸쳤을 뿐 시장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는 고속성장 모델인 국가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적색 개발주의'라고 이름을 붙인다. 성장과 폭력을 자양분 삼아 체제를 유지한 스탈린 모델은 한국에서 익히 보았던 박정희 식 국가개발주의 양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소련이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었음은 고속성장이 지체되며 소련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이윤율하락이라는 자본주의 근본모순을 안고 있는 체제 전환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소련이 보여주었다.

러시아 혁명이 유럽의 좌파 운동에 미친 영향과 아시아에 미친 영향도 함께 들려주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안정된 유럽에서의 좌파 운동은 급진·온건을 떠나 의회 내 정당으로 귀결되었으며 체제 내 기득권 유지 수준으로 전락하였다고 평가한다. 알제리 독립 전쟁, 6·8혁명에서 보여주었던 좌파 정당의 모습은 국가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혁명의 기운을 꺾는데 앞장섰다고 저자는 비판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에서 소련은 제국주의 식민지 국가였던 중국, 인도, 한국 등에서 민족주의 진영과 연대하여 반제국주의 식민지 해방 전쟁의 지원과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스탈린의 고속성장모델은 남한, 북한, 중국, 동남아시아 전역에 국가 주도형 개발주의 모델의 본보기가 되었다.

러시아 혁명과 좌파 운동사를 일별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저자가 제시하는 몇 가지 통찰이 있다. 첫째, ‘자본주의 내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극복하려는 정당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다는 것은 자기모순적’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원들간의 위계질서를 없앤다거나, 생태친화적 생활양식을 실천하는 것 등 일상적이고 문화적이며 대안 생활양식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 정치권력 획득에만 사활을 걸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억압과 착취에 기초한 자본주의 생활양식이 아닌 대안적 일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권한다. 둘째, 사회주의 혁명의 이상을 최대강령으로 가지되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만한 주제들을 최소강령으로 삼아 지지를 얻을 것을 제안한다. 셋째, 국가나 민족 단위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해동포주의적 가치관으로 국가간 영토 분쟁이나 전쟁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적색 개발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경제발전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은 적색 개발주의가 보여준 가능성으로 인정한다. 시장이 주도하지 않는 성장방식으로 자본의 억압과 착취를 극복하고, 중앙집중적 국가권력이 주도하지 않는 민주적인 방식으로의 성장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러시아 혁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기대를 저자는 내비친다. 하지만 블록체인, P2P 등 시장과 중앙집중적 권력의 매개가 필요 없는 경제시스템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여전히 민중이 중심이 된 비시장적 사회의 전망은 아직까지 가시거리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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