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에 대한 궁금함은 꽤 오래되었다. 한참 후 21세기를 돌아보면 지난 500여년 근대 자본주의 문명의 끝과 새로운 문명이 시작하는 중첩지점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심증이 있다. 문명과 시대의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에는 과거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일들이 생기는데 새로운 과학의 발견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대표되고 상징되는 근대 과학, 근대 문명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가지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 분야 전공자가 아니기에 양자역학을 어디서부터 보아야 할지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작을 못했는데 김상욱의 양자공부는 쉽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번 기회에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내용이 다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심증을 확인받은 느낌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설명을 하려고 해도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양자역학에는 많이 나타난다. 양자역학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발견이 진행되면 고전역학의 패러다임 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진리라 생각했던 사고방식이 '구태'로 취급받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과학 중심의 근대 세계관이 신 중심의 중세 세계관을 미신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양자역학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 한가지를 확인한다. 겸손하기. 내가 아는 것들은 어떤 전제 속에서만 확고불변한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과학이든, 종교든 정수를 좇는 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한 맹신이 아닌, 자신의 아는 바에 대해 한걸음 물러나서 보려하는 겸손이 필수이다. 겸손함이 없으면 볼 수가 없다. '정보'라는 개념이 새로운 문명에서는 중요한 개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유발 하라리가 펼치는 빅히스토리 관점에서도, 양자역학 관점에서도 '정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호기심과 설레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