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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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찬호 선생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보다가 일본의 청년들 이야기까지 보게 되었다. ‘후루이치 노리토시‘라는 사회학자가 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하 절망나라 행복청년)‘. 오랜만에 사회학같은 책을 본 기분이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사회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으면 그 사회에 속한 청년들의 행복감도 낮다는 것은 암묵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일본 사회의 청년들을 보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일본 경제가 악화 일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집계된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무려 20대의 75퍼센트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 응답‘했다. 일본이라는 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본의 청년들이 역대 어느 시대보다 높다는 것이다. 왜!?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에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금을 다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을 때에는 지금을 행복하게 여기고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행복을 위한 투자를 접고 ‘소확행‘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으로 행복을 생각할 때 내집마련, 결혼, 출산 등 미래를 위해 목돈이 지출될 투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정규직 진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포기하고 프리터 족으로 크지 않은 수입으로도 적절한 소비생활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인정욕구 해소의 관점으로 행복을 생각할 때 일본의 청년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동일한 작은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소속감과 인정욕구를 해소하며 나름대로 만족감을 누리며 산다. 이러한 방식을 어떤 목적을 상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취하려는 근대적 삶의 방식보다 모자란 삶이라고 보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 대한 낢의 지혜이자 탈근대적 삶의 측면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를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사회보장시스템을 기업과 가족에게 상당 부분 맡겨두었기 때문에 프리터족으로 사는 청년들이 건강악화, 가족문제, 실직 등에 맞닥뜨릴 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고령화 세대들의 사회보장정책인 의료와 연금제도뿐 아니라 청년층의 사회보장정책인 저출산 대책, 실업 및 고용대책이 강화되어야 함을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사실상의 신분제인 중국의 농민공(만족도 80%)과 개미족(고학력 워킹푸어)(만족도 1%)의 심각한 만족감 격차를 보면서 일본의 젊은이들도 ’농민공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등 시민화‘가 진행되면서 느슨한 계급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아울러 정규직과 전업주부로 구성된 1억 총 중류사회의 지향이 불가능해진 시대적 흐름 속에서 1억 일본 전체가 젊은이화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잘 쓴 사회학 책(?)들이 그렇듯이 『절망나라 행복청년』은 현상을 정확하게 짚을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절망의 나라에 사는 행복한 젊은이들이 그 나름의 현실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가기를 응원할 뿐.

미워하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일본의 문화현상을 5-10년 뒤이어 따라가는(하지만 더 급격히) 한국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안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절망나라 행복청년』은 한국사회 청년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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