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차 방송인, 예능인, 개그맨, 코미디언이자 영화인인 이경규 무술인이 이제는 작가에 도전하는 책을 내놨다. 사실 그는 영화제작자이자 라면 레시피 개발자이기도 해서 사업가이자 크리에이터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만큼 오랜 세월 오래 활동한 그가 낸 책은 정수가 담겨진 에세이다. 평소 자신의 스타일처럼 짧고 굵게 촌철살인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나 가볍고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낸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 납득이 간다. 그조차도 45년간 방송을 이어가고 코미디언이라는 짐을 짊어지면서 어떻게 살아오고 버텨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계속 버텨나가고 전진해 나가는지. 그러니까 왜 책을 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가 왜 낚시를 좋아하고 눈알을 돌리며 예능 대부로 불리게 되는지. 그렇게 이 책을 통해 그의 농담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는 척을 하게 된다. 그는 코미디로 인생이라는 삶에 대해 복수혈전중인 것이다. 전국노래자랑급으로. 결국 복면달호급으로 미소지을지라도. 그래서 책을 읽으며 같이 박수치고 떠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개그맨, 코미디언들이야 말로 슬픔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기려면 슬픔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실제로도 고달프고 애달픈 삶을 살아온 이들이 코미디언, 개그맨인 경우가 많다.
****제목과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이경규라는 이름도 개그맨과 잘 어울린다. 자음만 보면 경규와 개그가 ㄱㄱ이지 않나. 찰떡이다.
*****거장들은 언제나 한 분야에서 성공하면 색을 바꾸거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그는 복수혈전을 열었다.
*******수많은 후배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무려 다른 영역에서.
********현 시대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전 시대와는 다른 버티기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시대가 거의 1년마다 확확 바뀌는 시대가 됐다.
**********어제의 농담이 오늘은 욕이 될수도 있는 시대이다.
***********그 상황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안주하지 않고 바뀐다는 것이다.
************결국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넘어서서 바뀌는 것이다.
*************철학이 없기에 웃길 수 있고 철학이 있기에 웃을 수 있다.
**************그 미묘한 찰나를 잡아내는 것이 코미디언이자 개그맨이 아닐까.
***************오늘날의 예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 이상 과거처럼 안주하는 예능은 없다.
*****************잘 된만큼 후폭풍을 일으키기기도 하고, 매체의 불황으로 관람조차 쉽지 않을때도 있다.
******************이제 예능도 넘쳐나는 시대이고 유튜브를 비롯해서 숏폼처럼 경쟁 분야도 넓어졌다.
*******************그럼에도 그가 언급되고 있는 것은 예능계이자 코미디계의 피카소이자 무술계의 성룡이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이소룡이기에는 길다.
********************복수혈전이 코믹 쿵푸영화로 나왔더라도 안됐을 것이다.
*********************모든 것은 타이밍과 시기라는 것이 있다. 오히려 지금 나오면 잘될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로 간 복수혈전처럼.
***********************요즘은 복수혈전이 아니라 히어로사이다전이다.
************************웃긴다는 것은 상대방의 방어 심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코미디 자체가 하나의 무술이 아닐까 싶다.
**************************웃음은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친근하게 만든다.
***************************웃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웃음은 여러 문화나 다른 사람들조차도 뭉치게 만든다. 웃음소리로.
*****************************웃는 표정은 만국 공통으로 좋은 신호이자 태도이다.
******************************그만큼 웃음의 위력은 강하다.
*******************************그렇기에 코미디언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루종일 그것만 연구하는 것일테니.
********************************게다가 우리는 생각보다 점점 더 웃음에 깐깐해지는 사회가 되었다.
*********************************점점 더 난공불락의 시대가 되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이 많이 사라지고 체험 예능이나 리얼을 표방한 예능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웃길 시간도 아주 짧게 주어지고 있다. 숏폼에서 유행하듯.
************************************아마도 그 끝은 인공지능이 웃음을 이해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사실 인간도, 사람도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저 웃는 것이기에.
**************************************종교에서의 엄숙함도 이 웃음에 대한 경고이자, 그 위력에 대한 반영이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으로'같은 책도 나왔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제일 먼저 만나서 해야 하는 것도 웃음이 아닐까.
*****************************************외계인과 통하려면 일단 웃겨야 한다.
******************************************진지하기만 하다면 지구인들을 위험하게 여길 것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그 웃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해해야 웃고, 이해 못 해야 웃으니까.
*********************************************그래서 블랙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결국 인류의 마지막에는 웃음이 남을 것이다.
***********************************************웃으며 죽는것. 미소로 세상을 마무리 하는 것 그 자체가 도전일 것이다.
************************************************그래선지 불상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미소와 웃음이 없은 달인은 아직 달인이 아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급이 되어야 달인이다.
***************************************************그래서 억지로 웃거나 웃기기 운동도 황당하지만 의외로 도움이 된다.
****************************************************웃으려는 것 자체도 중요한 행동이자 의미가 된다.
##인상적인 문구들##
##어디까지가 예능이고, 어디까지가 방송인일까? 경계가 모호해졌다. 운동선수인지 예능인인지, MC인지 아나운서인지.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웃음은 영원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촬영 전에 대본을 다듬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필요한 예능은 매순간이 살얼음판이다. 웃음 하나가 상처가 되고, 농담 하나가 차별이 될 수 있다.~긴장을 놓지 않기 위해서 나는 혼자 있는 연습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이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외로움이 찾아도 전화기를 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고독이 편한 사람은 없다. 말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실수가 잦아진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섭리다.
##나는 고독을 낚시에서 배웠다.~물 위에 떠 있는 찌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을 비우는 것, 그게 진정한 사색이다.~진정한 소통은 침묵에서 시작된다. 대기실의 침묵이 무대 위에서 큰 웃음으로 터져나오는 것처럼.
##살다보면 작은 선택이 큰 변화를 부르고, 우연한 제안이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인생, 절대 앞날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인생은 새로움과 식상함의 반복이다. 다들 '롱런'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도 3,4년마다 위기가 찾아온다.~인기가 오를 때는 아쉬움을 모른다. 호되게 떨어져봐야 비로소 얼마나 높이 있었는지를 안다.~나에게는 다른 게 은퇴가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것이 곧 은퇴다 가장 큰 상처는 '사라짐'이다.
##내 삶에 세 가지 모토가 있다면 반복과 책임감 그리고 성실이다. 성실은 연예계에서 꼭 필요한 양념이다. 없으면 절대 맛을 낼 수 없다.~노력 없이 성공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PD가 아무리 밀어줘도 소용없다.
##마흔을 넘어 오십, 육십이 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본 코미디언들을 보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나이 먹었다고 점잖은 척 빼지 말고 분장도 하고 거침이 없어야 한다.~가끔 쉬어가지 않으면 쉬는 법도 잊어버린다. 내 우물에만 갇혀 있다 보면 세상에 대한 시야도 왜곡된다.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자. 몸소 체험하자. 언젠가 돌아봤을 때 바꿀 수 없는 자랑이 될 것이다.
##하나의 좋은 이름은 천 개의 설명보다 강력하다. <이경규가 간다>처럼 직설적일 수도 있고, <도시어부>처럼 은유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름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느냐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출발하는 선택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마치 공기처럼 보이지 않게 우리를 어떠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 된다.~살아남으려면 내가 배워야 한다.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다. 솔직히 긴가민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큰 쪽을 선택하지만, 그것도 어차피 가능성일 뿐이다. 가끔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미친 순간도 필요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나에게는 경험이 남을 것이다.~후회할 바에는 뛰어들겠다는 결심, 그때의 '가보자'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떤 실패도 영원한 실패는 아니다. 여러 실패의 문을 열었다가 닫아봐야 내가 기다려온 문을 만났을 때 그 안으로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우리 인생에는 본캐 외에 부캐도 필요하다. 그게 삶의 동력이 된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즐기는 사람은 그저 즐길 뿐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다. 70퍼센트만 보여주면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100퍼센트로 초반부터 퍼부어서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진정한 승리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하는 힘에서 나온다.
##세대 구분도 간격이 짧아졌다. 예전에는 20년 정도는 돼야 세대 차이가 났는데, 이제는 두세 살만 차이가 나도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 된다. 말투도, 관심사도, 소통 방식도 천지차이다.
##어쩌면 그게 답일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답. 삶의 본질이 뭐냐고? 모르는 게 본질이다. 그래서 계속 찾는다. 찾다가 끝난다. 그게 삶이다.